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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겜츄라이] 설 특집, 가족애 듬뿍 느낄 수 있는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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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
 
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
 
[편집자 주]

한 해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곧 돌아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 규모가 줄어들면서 그 의미도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우리에게 설날 같은 명절은 여전히 가족과 함께 지내는 날이죠. 가족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아 만나기 힘들 땐 전화라도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며 설날을 기념하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큰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가족들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족의 사이가 꼭 좋으라는 법은 없죠. 특히 명절에는 긴 귀성길로 지쳐 사소한 일을 계기로 가족과 싸우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먼 길을 왔지만, 오히려 설날로 인해 싸우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죠. 이처럼 어떤 가족들에게 명절은 썩 반가운 날 만은 아니기도 합니다.

​게임에서도 여러 가족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빠나 아들을 절벽 아래로 던지는 가족이나 왕위를 계승하겠다고 아버지를 찌르는 아들이 있는가 하면 납치된 아들을 되찾기 위해 핵으로 오염된 황무지를 떠돌거나 파괴신에 가까웠던 성격을 많이 고치고 아들의 투정을 들어주는 아버지도 있습니다. 긴 설 연휴 동안 가족애를 되돌아볼 게임을 준비해 봤습니다.

철권 8 - 다들 한 번씩 아빠나 아들 던져봤잖아?

게임 속 가족하면 이 가문을 빼놓을 수 없죠. 바로 철권 시리즈의 미시마 가문입니다.

철권 시리즈는 반다이남코를 대표하는 대전 액션 게임이죠. 다양한 기술로 콤보를 성공시킬 때 손맛과 횡이동을 통한 넓은 공간 활용은 다른 대전 액션 게임에선 쉽게 느끼기 힘든 매력적인 전투 경험을 제공합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 함께 일본 대전 액션 게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철권은 첫 출시 이래로 약 20년 동안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철권의 매력을 논할 땐 캐릭터가 빠질 수 없습니다. 특히 주인공 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미시마 가문은 독특한 설정과 파격적인 행보로 철권 팬들을 넘어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할아버지인 미시마 헤이하치는 아들인 미시마 카즈야를 강하게 키우겠다고 절벽에서 던지고, 미시마 카즈야는 그걸 또 복수하겠다고 아버지인 미시마 헤이하치를 절벽에서 던집니다.

주인공인 카자마 진이라고 다를까요? 할아버지 헤이하치는 순자에게 총을 쏘고, 카자마 진은 그걸 맞고 데빌의 힘을 각성해 할아버지로 공기 놀이를 합니다. 게다가 아버지 카즈야는 서로 죽이지 않곤 못 사는 수준이라 사실상 철권 시리즈 후반부는 서로를 죽이기 위한 스토리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남들보다 격렬한 스킨십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화끈한 게임. 미시마 가문의 철권입니다.

워크래프트 3 - 마지막에 만난 사람은 결국 아버지

게임 속 최고의 패륜아를 선택하라면 아마 많은 게이머가 이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아서스 메네실, 리치왕입니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인간과 오크, 엘프, 언데드 등 다양한 종족이 전쟁을 벌이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인간과 오크 중심의 전쟁은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어느덧 다양한 종족의 대립으로 바뀌더니 이제 우주적 존재와 평행 세계의 적과 싸우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역사라고 불러도 좋을 이 세계관에 많은 게이머가 빠져들었고, 여전히 많은 게이머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워크래프트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서스 메네실은 워크래프트 3의 주인공이자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들의 국가 로데론의 왕자였던 아서스는 언데드 스컬지가 흩뿌린 역병으로 왕국이 위험에 처하자 주변의 만류도 뿌리치고 백성들이 사는 마을을 그대로 불질러 버립니다. 한때 촉망받던 성기사였던 아서스는 점점 빛을 잃고 복수에 미쳐가며, 결국 마검 서리한에 홀려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스컬지의 수장 리치왕이 됩니다. 그리고 왕궁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서리한으로 찌르며 '왕위를 계승'하죠.

타락한 아서스, 리치킹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에서 모험가들의 손에 쓰러집니다. 아니, 티리온 폴드링이었나요?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으로 만난 존재가 아버지인 테레나스 메네실이었던 점입니다. 아들의 손에 죽은 테레나스 메네실은 확장팩 내내 아서스에게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론 앞으로의 일을 염려했고, 마지막엔 희대의 폭군이자 패륜아인 아들의 눈을 직접 감겨줍니다. 워크래프트에도 수많은 가족이 등장하지만, 아들의 마지막을 지킨 테레나스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죠.

아서스 이야기의 첫 단추인 워크래프트 3는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로 다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가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아서스의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플레이해 볼 가치는 충분할 것입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5 - 동생 이기려고 아들 팔도 잘랐는데...

데빌 메이 크라이는 악마를 때려잡는 게임입니다. 어떻게? 멋있게. 절제된 액션과 100만 광년쯤 동떨어진 데빌 메이 크라이의 액션은 '스타일리시 액션'이라는 단어보다 더 잘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군요. 자칫 촐싹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을 정말 멋있게 연출하면서 남성 게이머들의 심장을 훔쳐 갔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하면 역시 주인공 단테와 형 버질, 그리고 두 캐릭터의 뒤를 잇는 네로를 빼놓을 수 없죠. 악마의 힘을 사용하면서 악마를 때려잡는 이 상남자들은 서로를 대할 때도 아주 상남자답게 상대합니다. 물론 버질은 가끔 추하지만, 어쨌든 야마토를 쓰는 모습은 멋지니 넘어가죠. 리부트를 시도했던 DMC의 단테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들의 강렬한 매력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양손에 총을 들고 악마들을 도륙하던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도 어느덧 5편까지 왔습니다. 주인공 단테는 이제 수염난 중년 아저씨가 되었고, 삼촌 그늘에 가려서 제대로 주인공 취급도 못 받던 네로도 어느덧 얼굴에 노련함이 묻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단테의 형이자 네로의 아버지인 버질은... 뭐, 버질은 그냥 버질이죠.

​5편에서 버질은 동생 한번 이겨보겠다고 네로 팔까지 잘라서 힘을 모았는데 결국 또 집니다. 이 개꿀잼 상황을 그냥 넘길 수 없는 단테는 그걸 가지고 형을 놀리고요. 아빠와 삼촌 싸움을 보러 온 네로도 이제 어디 가서 지는 성격은 아니라서 마인으로 변신할 때 버질에게 자신의 늠름한 가운뎃손가락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게임 속 주인공답게 멋지면서 옆집 친구같이 추한 모습에 친근감이 마구 솟아나는 캐릭터들. 상남자 가족을 보고 싶다면 데빌 메이 크라이가 제격입니다.

■ ​폴아웃 4 - 아들 찾아 세계 끝까지

폴아웃 4의 주인공과 가족은 안쓰럽고 기구한 사연으로 시작됩니다.

​폴아웃 시리즈는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RPG입니다. 핵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지어진 벙커 볼트에서 서로 단절된 채 살아온 인류는 이제 조금씩 지상으로 나와 문명을 다시 꽃피우고 있습니다. 볼트 111에 냉동 상태로 잠들었던 폴아웃 4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핵공격을 피해 볼트로 향한 주인공과 가족들은 해당 볼트의 진정한 목적이었던 냉동 수면 실험을 위한 실험체가 됩니다. 그리고 잠시 냉동 수면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본 풍경은 무장한 괴한들이 배우자를 죽이고 아기를 납치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200년 이란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던 주인공은 우연한 계기로 다시 일어나게 되고,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아들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폴아웃 4의 주인공은 폴아웃 3의 주인공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폴아웃 3의 주인공은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볼트에서 탈출했다면, 폴아웃 4의 주인공은 아들을 찾기 위해 황무지로 나왔죠. 그리고 마침내 가족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때 상황조차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폴아웃 4의 스토리는 잘 다듬어진 결과물로 보긴 어렵지만, 주인공이 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한 번쯤 볼만합니다. 색다른 설정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꼭 한번 플레이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 아버지가 된 파괴신

갓 오브 워. 전쟁의 신. 크레토스를 설명할 때 이보다 더 적합한 단어는 없을 것입니다. 단신으로 신들을 때려잡던 크레토스는 갓 오브 워 시리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갓 오브 워 시리즈는 크레토스의 일대기를 담은 게임입니다. 복수를 위해 그리스 신들을 때려잡고, 저주받은 인생을 끝내는데 실패해 북유럽까지 흘러들어온 크레토스의 인생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비극과도 같죠. 혼돈의 블레이드를 손에 쥐고 자신의 아내와 자식부터 부모형제까지 모든 가족을 죽였던 전쟁의 신 크레토스는 이제 나이 들고 지친 오래된 신 중 하나입니다.​

그런 크레토스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아들 아트레우스입니다. 전쟁의 신으로서 양손 가득 피를 묻힌 자신이 아들에게 해를 끼칠까 두려워하고, 그러면서도 아트레우스가 이 험난한 세상에서 무사히 살아남길 바라며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아들을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산을 쪼개고 땅을 가르는 힘을 가진 신들이 평화를 위협할 땐 그렇게나 멀리 떨어지려고 했던 폭력을 마주하며 모든 것을 지키려고 몸부림치기도 합니다. 분노에 미쳐 날뛰는 크레토스만 봤던 게이머들은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새로운 모습에 안쓰러워하면서도 부자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기도 합니다.​

크레토스의 변화를 직접 보고 싶은 분들은 첫 작품인 갓 오브 워와 최근 작품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가족을 잃고 짐승이 되었던 한 남자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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