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 본 콘텐츠는 명조 2.0 업데이트 내용 및 리나시타 제2장 제1막 늘 불어오는 신성한 바람에 대한 내용을 일부 담고 있습니다.
쿠로게임즈가 오픈월드 RPG '명조' 2.0 업데이트로 신규 지역 '리나시타'를 추가했습니다. 드디어 황룡을 벗어나 새로운 지역 리나시타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죠.
새로운 지역 추가였던 만큼 2.0 업데이트 전부터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모았고, 업데이트 후엔 국내 모바일 마켓 매출 상위권을 빠르게 차지했습니다. 이 바닥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원신의 신규 캐릭터 마비카 픽업 일정과 겹치고, 명조 플랫폼이 플레이스테이션과 갤럭시 스토어로 늘어나면서 매출이 분산됐는데도 상위권을 기록했으니 적어도 국내에선 흥행에 성공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명조 2.0 업데이트 '침묵에 바치는 노랫소리'. 과연 무엇이 달라졌길래 게이머들이 열광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우선 서두에서 계속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지역 리나시타가 추가됐습니다. 중국풍 국가인 황룡과 다르게 곤돌라가 수로를 떠다니고, 여기저기 독특한 에코들이 돌아다니는 유펍풍 도시 '라군나'가 눈길을 끕니다. 아마 명조를 즐기는 게이머, 방랑자라면 첫 인상부터 합격을 줬을 것 같습니다.
방랑자들이 그동안 이리저리 굴러다녔던 황룡, 그중에서도 금주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명조 세계관 내에서도 최전선이었습니다. 당장 금주 자체가 주요 적인 잔상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도시니까요. 게다가 작중 시간으로 얼마 전엔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강적 '명식'까지 등장해 앞마당이 전장으로 변하는 등 평화와 거리가 먼 동네였습니다.
그런 곳에서 험하게 구른 방랑자들이 리나시타에 오면? 아마 금주는 시골처럼 느껴질 것 같군요. 어디서 '뫼에엥'하고 우는 소리도 들리고요. 배를 타고 도착한 리나시타의 첫 도시 라군나는 수로가 도시 곳곳을 이어주고, 사람들과 에코는 함께 어울리며,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밝고 화사한 색감이 반겨주는 곳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전장, 황야, 외딴섬, 지하 동굴 등 칙칙한 곳을 다닌 방랑자들에겐 꽤 설레는 마음을 안겨줄 것입니다.
새로운 지역, 리나시타에서 온 초대장
삭막한 황룡과 비교하면 다른 게임처럼 느껴진다
이쁜 캐릭터+멋진 배경=갓-겜
스토리는 '우리 명조가 달라졌어요' 수준. 1장 7막부터 개선해온 스토리가 비로소 자리를 잡았습니다. 1장에서 많은 것을 덜어낸 덕분인진 몰라도 고유 명사는 인명이나 지명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도 꽤나 직관적이라 퀘스트를 끝내고 나면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주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며, 주요 인물들의 행적이 어땠는지 머릿속에 그릴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를 '망고스틴' 같은 방식으로 풀어냈던 명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제2장 제1막만 봐도 그렇습니다. 파수인의 도움으로 리나시타에 도착한 방랑자는 브렌트, 페비, 젠니, 카를로타 등 여러 인물과 만나고, 리나시타의 수호신인 '임페라토르'와 교감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제1장의 초반부 전개, 양양과 치샤, 설지와 만나고 '용의 별자리'와 교감하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리나시타에선 각 인물들의 역할과 사건의 흐름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반면, 황룡에선 떡밥만 계속 뿌려지고 게이머가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정리됩니다. 출시 후 초반 시점에 많은 정보가 풀렸던 점을 고려해도 이번 2.0 업데이트가 좀 더 매끄럽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적어도 한 막이 끝날 때마다 머릿 속에 스토리가 정리되고, 다음 막을 기대하게 만드는 점만큼은 그렇습니다.
다만, 이번 버전에서도 어색한 번역은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남았습니다. 출시 전부터 지적된 한국인 화자에겐 어색한 번역투 문장이나 용어 통일 같은 문제가 계속되어 메인 스토리를 하다가도 '아, 우리 명조가 맞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스토리 전개 방식이 개선된 덕분에 핵심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런 문제가 계속된다면 차기 버전이 아무리 잘 나와도 게이머들이 등을 돌릴 것 같습니다. 지난 공지로 현지화에 신경 쓸 것을 천명했으니 얼마나 개선될지 기대해 봅시다.
떡밥은 최소한의 흥미를 끄는 정도
놀랍게도 과거 얘기를 하는데 이해가 된다!
너무 직관적이라 명조 맞나 싶기도
명조 최고의 무기인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과 모델도 이번 버전에서 빛을 발합니다. 리나시타에 도착해 처음으로 만나는 '페비'는 온화한 표정에 새하얀 제복, 도시를 안내하는 젠니는 커다란 뿔과 퇴폐적인 표정에 타이트한 정장, 방랑자를 초대한 카를로타는 마치 장미를 떠올리게 만드는 드레스를 입는 등 하나 같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게이머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심지어 남성 캐릭터라 많은 게이머가 기억에서 지웠을 브렌트조차 '우리형' 같은 친근함으로 호평받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연무를 꺼내던 개발진이 정신을 차린 모양입니다.
새로운 에코의 디자인이나 리나시타의 풍경도 볼만합니다. 그동안 등장한 에코가 악마 모습에 가까웠다면 리나시타에 등장하는 에코는 신성 로봇이라고 할까요? 종교색이 강하고 에코를 실생활에 적극 사용하는 리나시타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디자인으로 수집할 맛이 납니다. 캐릭터부터 에코까지 기존 퀄리티 이상의 결과물을 선보여 보는 맛 하난 일품이었던 명조의 장점을 한층 더 살렸습니다.
눈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
방랑자를 잡아먹으려는 저 눈빛을 보라
신성한 롸봣 가고일? 이거 못참지 엌ㅋㅋ
전반적인 편의성도 개선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활공'. 높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활공은 별도의 스태미나를 사용하는 비행 모드로 먼 거리를 빠르게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금주 정도의 신규 지역이 생기니 맵을 언제 또 밝히나 걱정했는데 활공이 추가된 덕분에 신나게 날아다니며 리나시타를 여행했습니다. 날아다니는 것 하나 만으로 리나시타에 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죠.
명조는 오픈월드 게임인 만큼 다양한 수집 요소가 있습니다. 그중에선 주인공 방랑자를 성장시키는 재료들도 있죠. 이런 재료를 모으려면 주변 지형이나 가지고 있는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번거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2.0 버전에선 일부 수집 요소를 좀 더 편하게 모을 수 있도록 변경되었는데 활공과 더불어 오픈월드 경험을 개선해 게임을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 밖에도 NPC에게 가지 않아도 메뉴에서 바로 조합하는 기능처럼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 기능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조금 늦긴 했지만 이런 피드백도 이번 업데이트가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오픈월드의 장점인 모험을 제대로 살린 활공
저거 하나 먹으려고 애쓰던 때를 생각하면 ㅎㅎ
좀 늦긴 했지만 넣었으니 조아쓰
명조 2.0 리나시타 업데이트는 '장점은 부각, 단점은 개선'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멋지고 예쁜 캐릭터와 독특한 설정 같은 장점은 한층 살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와 칙칙했던 핵심 지역은 대폭 개선에 계속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들었죠. 특히 음림부터 장리, 금희, 파수인, 카멜리아로 이어진 캐릭터 디자인이 리나시타에서 한층 더 진화해 방랑자들의 지갑을 거덜낼 것 같군요.
서브컬쳐 계열 오픈월드 후발 주자로 시작한 명조는 이제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만들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후에도 더 멋진 캐릭터, 더 매끄러운 스토리를 보여준다면 선두 주자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떡밥도 적당히 던졌고
디자인도 멋지고
캐릭터도 이쁘니 2.0 업데이트 성공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