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에는 화려한 부스와 빛나는 조명 속에 큰 기대를 받는 대형 게임사 뿐만 아니라 미래의 엔씨, 미래의 넥슨, 미래의 넷마블, 미래의 크래프톤...이 되기 위해 꿈을 쫒는 인디게임사들도 존재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자아 실현을 위해, 사업적 성공을 위해... 등 제각기 목적은 다르지만 하나의 꿈을 쫒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지스타2024라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 게임쇼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전했다.
'슈퍼조이'의 조한경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조대표는 현재 넥슨게임즈의 전신 회사 중 하나인 '엔도어즈'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그는 아틀란티카, 영웅의 군단, 삼국지를 품다 등 2000년대 초를 풍미한 게임들의 핵심 개발자였다. 그리고 게임의 인지도만큼 좋은 커리어를 쌓아왔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직장인의 최대 장점인 안정적 수입과 커리어는 매력적이었지만 자신의 역량이 오롯이 들어간 게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8년 전인 2017년 '인디조이'를 설립,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마음이 맞는 동료 2명과 함께 시작한 창업은 항상 자금에 쪼들리고 재무, 회계, 세금 등 회사 운영을 위한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지만 몸으로, 악으로, 때로는 임기응변으로 헤쳐왔다. 창업 초기부터 자신의 꿈을 담은 게임을 만들진 못했다. 현실적 한계로 시작한 10여 개의 퍼즐 게임은 나오는 족족 망했다. 시쳇말로 쫄딱 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잘 하는걸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캐주얼 RPG '머지 히어로즈: 합성RPG'는 이엔피게임즈의 배급으로 글로벌 8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인디 게임사로선 상당히 괄목할만한 성과였고 이때부터 조대표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자금 문제에 어느정도 숨통이 트였다.
하늘이 스스로 돕는자를 돕듯 이때부터 조대표에게 운이 트이기 시작한다. 조이시티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차기작 '전설의 군단'마저 시장에 자리를 잡으며 본격적으로 조대표가 창업을 결정하게 된 '자신이 꿈 꾸던' 게임 개발을 시작할 여력을 확보했다. 엔도어즈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현 조이시티 조성원 대표에게 투자를 받아 '로스트 그라운드' 개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명도 '인디조이'에서 '슈퍼조이'로 변경했다.
슈퍼조이의 '로스트 그라운드'는 조대표의 특기 분야인 턴제 RPG 베이스의 게임이다. 스스로는 '턴제 덱빌딩 수집형 RPG'라 칭했다. 각각의 특징을 가진 캐릭터를 조합해 구성된 카드 조합으로 적과 턴제로 전투를 벌이는 게 기본적인 게임의 구조. 조대표는 Mega Crit Games의 메가히트작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전했다. 기존까지 주력했던 모바일을 잠시 내려두고 PC/콘솔 시장으로 목표로 개발 중이다.
로스트 그라운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게이머는 캐릭터를 활용해 맵을 탐험하며 전투, 파밍 등의 여러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3X3 마스에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랜덤으로 등장하는 카드 효과를 이용해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
로스트 그라운드는 2025년 중 스팀 선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이후 콘솔 이식까지 예정돼 있다. 확정은 아니지만 게임의 볼륨과 조작감을 고려해 모바일 출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스토리, 캐릭터 레벨 디자인 등 아직 손 봐야할 곳 투성이지만 게임의 용골인 기획이 완성돼 있어 출시는 공고하다.
조한경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최근 게임 시장 위축으로 정부 지원이 많이 줄었는데 인디는 게임계의 풀뿌리로 지원이 줄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며 "산업 전반이 어려운 시기지만 게임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정부에서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산)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