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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지스타2024] '붉은사막' 클리프는 등으로, 게이머는 근성으로, 펄어비스는 액션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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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도 더 거칠고 땀 내나는 전투, 처절한 모험을 만나볼 수 있었다.

훌쩍 지나가버린 짧은 시연 버전에서 스토리 막간극, 4종의 보스와의 전투를 통해 키 입력조차 서툴렀을 시연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다 보여줬다. 기다림은 힘들지만 일단 해봤다면 주변에 자랑이든 변명이든 할 말은 많아질 게 분명해 보였다.

국내 개발사 중 이렇게나 몹시 메말라 황폐하며 척박한, 처절한 중세 분위기, 상상 속 비현실적 판타지를 마치 정말 있었던 것처럼 사실적인 표현을 해내는데 이토록 진심인 곳이 또 있을까.

'펄어비스'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잘 벼려서 내놨다. 

게임을 소개하는 일을 하다 보니 무게감이란 표현을 많이 쓰곤 하게 되는데, '액션'과 '환경' 면에서 이번에는 단연코 압도적인 체급이다.

11월 14일, 부산 벡스코 지스타2024 현장에서 드디어 국내 게이머들에게 직접 시연의 장을 연 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은 그야말로 육중한 체급, 압도적인 무게감을 자랑한다.

"난 분명 이 게임을 지금 처음 해보는 건데" 뭔가 일이 단단히 잘못된듯 불바다가 된 전장에서 주인공 '클리프'와 동료들이 처절한 사투가 주는 긴장감은 손에 익지 않는 액션 게임인 탓에 마음이 더 급해진다. 그리고 결과는 해본 사람들이 알겠지만 꽤나 충격적인 시작, 혹은 결말.

◈ [지스타2024] 펄어비스 '붉은사막' 이벤트 전투 &여왕 돌멘게

오프라인 행사의 시연 도입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제법 매운 난이도 덕분에 그럴 여유가 없을 수 있겠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길, 그리고 파라락 휘날리는 불씨들, 거친 싸움 도중에 와장창 부서져 나가는 오브젝트들의 표현이 장관이다. 어둠, 붉은색의 불길, 일렁이는 그림자 표현 등이 주는 현장감을 보면 왜 굳이 이 장면을 도입부로 잡았는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붉은사막의 캐릭터, 오브젝트, 배경 3요소를 이루고 있는 텍스처를 보자면 이렇게 결 하나하나를 다 살려낸 수준으로 오픈월드를 만든다고- 싶을 정도로 세밀한 표현력이 눈에 띈다.

이렇게 날씨와 바람, 속도 등 캐릭터의 현재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것을 모두 표현하고, 여기에 그림자나 다른 캐릭터, 오브젝트와의 간섭 등을 모두 따져가며 하물며 캐릭터의 숨결, 입김까지 구현해 내다 보면 질감이 지나치다 못해 무거운 느낌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한 과함을 덜기 위해 적당한 속도감으로 흘려내는 집중도 있는 표현력을 보여준다. 때리고 부수는 속도감 있는 콤보형 액션에 도가 튼 펄어비스다운 영리한 연출이다. 

물론 게임은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표현의 한계치에 아무리 자신이 있더라도 실제 조작 체감에 방해되지 않는 효율 좋은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펄어비스의 차세대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에 대해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넘어가기도 했지만 개발진이 게임을 통해 무엇을 어디까지 표현하고자 한 고집이었는지 한 방에 깨닫기에 충분했다.

초반 짤막한 스토리 전투를 감상하고 나면 4명의 보스, '사슴왕', '리드데빌', '여왕 돌멘게'에 이번에 지스타 시연 버전으로 특별히 새롭게 준비된 '핵세 마리'까지 선택해 도전할 수 있다. 완전히 잡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면 마리당 20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 [지스타2024] 펄어비스 '붉은사막' 사슴왕 전투

사슴왕은 인간형 보스로서 1:1의 단판 승부의 느낌을, 헥세 마리는 끈질긴 몬스터 소환과 텔레포트로 기민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무쌍 액션의 느낌을, 여왕 돌멘게는 다른 보스와 달리 별도의 파훼 기믹을 요구하는 거대 보스의 느낌을 준다.

이처럼 보스의 외형적 특징, 콘셉트에 따라 별개의 공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이 게임이 단순한 액션 게임이 아니라 오픈월드 어드벤처임을 깨닫게 해준다.

액션에 있어서는 은근한 프라이드가 있는 펄어비스답게 전투는 상당히 세밀한 조작을 필요로 한다.

검과 방패, 원거리 무기 스왑부터 막기와 회피, 패링 등을 신경 써야 하는데, 보스의 패턴을 보고 피하고 막고 빈틈을 노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액션 게임의 정석이겠고, '붉은사막'의 액션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땀 내나게 더 집요한 공방의 합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방패와 검을 맞댄 상태에서 상대 공격을 흘려 피하면서 콱 찔러버리거나 찰나에 빠른 반격을 가해 역으로 적을 주춤거리게 만든다든지 하는 리액션의 폭이 그만큼 상당하여 그야말로 얼마나 손에 익은 약속된 플레이가 받쳐줘야 할지 예상이 됐다.

'붉은사막'의 액션, 특히, 보스전만큼은 공략의 영역이다.

커맨드 입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액션 게임에 준하는 디테일한 조작이 요구된다. 이러한 액션의 폭은 앞서 전작 '검은사막'을 통해 무수한 개성 있는 무기와 직업으로 보여줬던 바 초록색의 오러로 표현되는 기력타처럼 판타지스런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클리프'의 액션의 기본은 피땀 나게 구르고 뛰고, 그야말로 사투에 가깝다.

반대로 일명 '잡몹'과의 싸움은 비교적 후한 판정의 널찍한 공격 범위, 그리고 가격 시 있는 힘껏 적을 찍어누르는 듯한 강렬한 타격점 덕에 제법 압도하는 수준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다. 무기를 자유자재로 스왑할 정도, 패링과 회피가 손에 익었다면 더욱.

약공격과 강공격의 조합에서 시작하는 콤보, 여기에 여러 결정기들을 딱딱 꽂아 넣는 재미가 상당하다. 콤보를 연거푸 성공시킬 때의 순간만큼은 철권처럼, 다만, 상대도 샌드백이 아닌 만큼 몬헌처럼 잽싸게 칼을 접고 피할 줄 알아야 한다. 절반은 예측이며, 절반은 눈에 익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패턴을 파훼하는 형태다.

붉은사막은 지난 게임스컴 시연 이후 피드백을 반영하여 슬롯 편의성과 UI를 개선했고, 락온 기능도 반영했다. 콤보 기능 역시 한결 더 직관적으로, 심플하게 정리됐다고. 맞고 나가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마구 베기가 잘 연결된다.

◈ [지스타2024] 펄어비스 '붉은사막' 핵세 마리 전투

각종 가드 파괴 공격과 잡기 등 가드 무력화 공격을 가하는 사슴왕에게는 회피와 패링, 반격이 조금 더 효과적이며, 접근 공격은 텔레포트로 회피하고, 강력한 반격을 가한 후에야 빈틈이 생기는 헥세 마리는 원하는 곳으로 이동을 유도한 후 원거리 공격이 효과적이다. (물론 현장에서 플레이하는 동안은 전혀 몰랐고, 리뷰 쓰려고 영상 보면서 깨달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붉은사막'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를 지향한다.

흔히 말하는 소울라이크가 아니라는 말. 아마도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을 생각하면 보스는 공략해낼 대상이지, 무리한 도전의 대상은 아닐 터.

지금은 사슴왕의 사기급 잡기 판정에 메쳐지고, 짓밟히고 걷어 채이고 농락 당하는 신세지만 죽다 살아난 이 노련한 용병의 다재다능함이 손에 익을 무렵이 된다면 '클리프'의 여정이 얼마나 멋질지 상상도 즐거울 정도다.

키 입력조차 익숙하지 않은 게임으로 보스런을 하느라 정말 수십 번도 더 죽었다는 점은 변명이라고 하더라도, 시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의 문구를 보고도 다음 보스에 칼이라도 한 번 던져볼 생각으로 부랴부랴 입장할 무리수를 던지게 만들 정도로. 정말 다음에 또 비슷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예 대기를 따로 두고 보스별로 따로 시연해 볼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웠다.

이 리뷰를 보는 게이머가 지금 시점 국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차기작이라 할 수 있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을 통해 무슨 게임을 기대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자가 해본 시연 버전 역시 약간의 스토리가 가미된 보스런 뿐이라 게임의 전체적인 모습은 감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붉은사막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확실히 알았고, 펄어비스에게 내가 뭘 기대해야 하는지도 확실히 알았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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