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서의 선택은 컴퓨터의 구성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프로세서의 역량이 곧 컴퓨터의 역량이 되고, 프로세서를 제대로 고를 수 있어야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컴퓨터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세서를 제대로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주로 하는 목적에 맞추고, 예산에 맞추며 선택하기엔 현재 구매가 가능한 프로세서는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또 이름까지 복잡하기 그지없다.
최근, 45nm 기반의 코어2 듀오, 코어2 쿼드 프로세서는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기존에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65nm 기반 프로세서에 비해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소모를 가지고 성공적으로 기존의 콘로가 가지고 있던 지위를 고스란히 넘겨받고 있다. 이런 추세를 맞이한 김에 아크로팬에서는 인텔 프로세서에 대한 교양지식과 복잡해 보이는 제품 라인업에 대해 개괄적으로 정리해보겠다.
▲ 많은 것이 달라진 '45nm' 공정 펜린 코어
교양지식 1 : 45nm,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인텔의 새로운 45nm 공정은 단순히 공정만을 고친 것이 아니다. 사실, 공정만을 고친다고 크게 수율이 증가하거나 성능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공정이 미세화되면 단위 면적당 집적도는 높아지고, 생산력은 올라간다. 하지만, 이에 반해 다른 문제도 생긴다.
선폭이 줄어들수록 한 도선에 들어가는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지고, 주위 전자와의 간섭 등이 생긴다. 여기에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절연 게이트의 크기 문제로 인해 누설 전류 문제도 심각해진다.
인텔 역시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한번 심하게 겪었다. 65nm 공정을 처음 적용했던 시더밀 코어의 경우, 전작인 노스우드 코어에 비해 많은 발열과 그리 높지 않은 클럭 등으로 혹평을 듣기도 했다.
콘로 코어의 경우엔 내부 구조가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성능은 많이 높아졌지만, 클럭 자체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기존의 실리콘 게이트의 경우 동작 클럭이 높아질 경우, 게이트의 유전 성질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실리콘 게이트의 물리적 크기의 한계까지 문제가 되었다.
▲ 인텔은 '스위치'를 바꿔서 공정전환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했다.
인텔은 45nm에 와서 다시 클럭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런 '승부수'는 45nm에 새로 사용한 'High-k 메탈 게이트'가 있기에 가능했다. 기존 실리콘 기반 게이트에 비해 유전률(k)이 높은 하프늄(Hf)계열의 소재를 채택한 것이 'High-k 메탈 게이트'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제조상의 고민을 단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었다.
'High-k 메탈 게이트'를 쓰면 기존의 실리콘 기반의 게이트에 비해 누설 전류 손실이 대단히 적고(인텔의 발표로는 1/100 이하까지 줄어든다), 반응이 빠르다. 누설 전류가 적으면 발열이 줄어들고, 반응 속도가 빠르면 더 효율적으로 고클럭을 달성할 수 있다. 45nm 기반 인텔 프로세서의 기본 클럭이 예전에 비해 높은 이유는 이 새로운 기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단, 'High-k' 기술은 실제로 응용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붙이기 위해 사용하는 공정이 기존에 비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정을 프로세서 업체 중에서는 인텔이 최초로 상용 제품에 적용하는 데 성공하면서, 현재의 펜린 코어 프로세서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공정'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45nm 기반의 코어 프로세서에는 새로운 단축 명령어 세트 'SSE4'가 추가되었다. 이 명령어 세트에서는 47개의 새로운 명렁어를 사용 가능하다. 이 명령어를 사용할 경우 멀티미디어 작업에서 성능 향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로 추가된 슈퍼 셔플 엔진이 SSE 명령어 세트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준다.
또한, FSB(Front Side Bus) 클럭이 올라갔다. 1066Mhz에서 더 올라간 1333Mhz를 지원함으로써, 메모리 성능을 끌어올리고 시스템 대역폭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어 병목현상을 더 줄일 수 있었다. 세밀화된 공정 덕분에 남는 공간에 캐시 메모리를 더 증설할 수도 있게 되면서, 펜린코어는 기존의 65nm 기반 프로세서에 비해 더 늘어난 캐시메모리를 장착하고 있다.
교양지식 2 : VT와 TXT
VT와 TXT. 두 기술은 새로 추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에 따라 최근들어 부각되기 시작한 기술이다.
우선 VT 기술은 가상 머신과 프로세서의 연결 개념을 바꾸는 기술이다. 기존의 가상 머신 소프트웨어들은 가상 머신 프로그램과 OS의 커널을 거쳐 우회적으로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그래서 성능도 떨어지고,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데 있어 많은 제약이 있었다. 예를 들면, 32비트 OS 위에서 가상 머신을 돌릴 경우 그 가상 머신 위에서는 프로세서가 64비트를 지원함에도 32비트 OS만을 설치할 수 있었다.
VT 기술을 쓸 경우에는 이런 제약이 사라진다. VT 기술의 경우 프로세서와 가상 머신 프로그램과의 직접 연결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래서, 가상 머신을 구동하는 호스트 OS가 무엇이든 간에, 가상 머신 상에서 구동되는 게스트 OS의 선택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32비트 OS 위에서 가상 머신을 돌려 64비트 OS를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복잡한 프로세서 사용 단계를 대폭 줄여서 성능 저하를 최대한 막았다. 이로 인해 가상 머신의 성능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 기술은 서버에서 유휴 자원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된다. 또한 개인 사용자의 경우에도 가상 머신을 사용할 경우에 시스템 가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여러 모로 활용에 도움이 된다.
제대로 VT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가상 머신 프로그램이 VT 기술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미 VMware 등 유명 가상 머신 프로그램들이 VT 기술을 지원하는 버전을 출시했다. 그리고 여기에 TXT 기술을 더하면 좀 더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TXT(Trusted Execution Technology)'는 프로그램의 실행, 저장시 일어날 수 있는 보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공격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메모리와 디스크 저장시에 보호 기능과 암호화 기능을 제공한다.
뛰어난 가격대 성능비의 E7000 시리즈
E7000 시리즈는 기존의 E4000 시리즈의 자리를 대체하는 제품군이다. E7000 계열은 코어 2 듀오 계열의 엔트리 레벨에 위치하고 있으며, E8000 시리즈에 비해 몇몇 사양이 축소된 것이 특징이다. 공정과 기본 구조는 동일하지만, FSB가 1066MHz로 다소 낮아졌으며, L2 캐시 크기 또한 E8000 시리즈의 절반 크기인 3MB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클럭을 통해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E7000 계열에는 VT, TXT 기능이 빠져 있다. 캐시의 차이와 함께 이 기능의 유무로 인해 가격을 다소 낮추었다. 또한 발열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현재 10만원 초반의 가격으로, 높은 가격대 성능비를 보여주고 있으며 VT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저렴하면서 만족스러운 컴퓨터를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프로세서이다. '가격대성능비'가 E7000 시리즈가 가진 큰 장점이다.
고성능 듀얼코어 프로세서, E8000 시리즈
E8000 시리즈는 인텔의 45nm 데스크톱 프로세서의 표준을 제시하는 프로세서이다. 울프데일이라는 코드 네임을 가진 E8000 시리즈는 기존의 메인스트림급 제품인 E6000 시리즈를 대체하는 제품군이다. E6000 시리즈에 비해 높은 클럭과 큰 L2 캐시가 특징이다. 또한, FSB가 1333MHz로 높아짐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FSB 1333MHz를 공식 지원하는 3,4 시리즈 칩셋과 사용할 수 있다.
E8000 제품군은 비교적 제품 구성이 단순하다. E8200부터 E8600까지 클럭을 제외하고는 기능상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공통적으로 L2 캐시 6MB를 제공하며, 64비트 명령어 셋 EM64T, 절전 기술인 EIST, 가상화 기술 VT, 신뢰성 있는 컴퓨팅을 위한 xD bit, TXT 기술이 지원된다. 또한, 개선된 공정으로 인해 높은 소비전력대비 성능을 보여주며, 절전기능인 EIST까지 더해져 있다.
높은 클럭 덕분에, 멀티스레드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게임 등에서 상위 제품군인 쿼드코어 제품군보다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가격대 또한 기존 E6000 시리즈가 지키고 있던 10만 중후반대를 그대로 이어받아서 적당한 가격으로 좋은 가격대 성능비를 보여준다. 쿼드코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높은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이 E8000 시리즈는 최적의 선택이다.
모델을 보자면 중간에 위치한 'E8400'은 3GHz의 클럭으로 동작하는 프로세서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세계에서 이 '3GHz'라는 것은 어떤 벽으로 작용했었다. 예전 넷버스트 아키텍처의 프로세서로 3GHz 벽을 넘은 이래, x86 프로세서는 이 벽을 넘어서 쉽게 클럭을 높이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면서 이런 '벽'도 무너졌다.
E8400은 제품명에서 보듯이, 비교적 엔트리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3GHz 클럭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이 제품군의 클럭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만든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E8600은 3.33GHz라는 높은 클럭을 기본으로 들고 나왔다. 최하위 모델인 E8190은 E8200에서 VT 기술이 빠진 프로세서이다. 이외의 사양은 모두 같다.
'최고'를 노리는 쿼드코어, Q9000(Q8000) 시리즈
인텔 '코어2' 프로세서 시리즈에서 'Q'라는 문자는 쿼드코어를 나타낸다. 인텔의 65nm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경쟁사에 비해 높은 성능으로 시장을 거의 장악했고, 이제 그 뒤를 45nm 제품이 이어받고 있다. 특히 코드네임 '요크필드'로 알려진 Q9000 / 8000 시리즈는 기존의 퍼포먼스, 하이엔드급 제품인 Q6000 시리즈를 대체하는 제품군이다.
Q9000 시리즈 역시 Q6000 시리즈에 비해 높은 클럭과 더 큰 L2 캐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1333MHz의 FSB를 지원해서 인텔 3시리즈 이후의 메인보드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Q9000 시리즈는 E8000 시리즈와 태생이 같은 프로세서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지원 기술은 E8000 시리즈와 같이 EM64T, EIST, VT, TXT 등의 주요 기능들을 모두 지원해준다.
Q9000 시리즈는 기존 Q6000 시리즈에 비해 더 세분화된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엔트리급 Q8200, 9300부터 상위 Q9650까지 부가기능과 L2 캐시, 클럭 등으로 다양하게 차별화하여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전체적인 제품군에서 봤을 때, 캐시메모리의 크기에 따라 상위/하위 제품군이 나뉘는 경향이 Q9000 시리즈에는 존재한다. 이중 상위모델군에 속하는 Q9650,9550,9450은 Q9000 시리즈의 고급형 모델로, 12MB의 L2 캐시를 가지고 있다. 큰 캐시로 인해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쿼드코어의 진가를 보여주는 프로세서이다.
Q9400,9300은 Q9000 시리즈의 보급형 모델이고 상위 모델들에 비해 L2 캐시가 절반으로 줄어서 6MB의 캐시를 가지고 있다. 캐시를 줄인 만큼 가격이 다소 저렴하다. 하지만 캐시 이외에는 같은 사양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저렴하게 우수한 성능을 가진 45nm 기반의 쿼드코어를 맛볼 수 있는 제품이다.
Q8200은 현재 인텔의 제품 리스트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지금당장은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 프로세서는 인텔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중 가장 낮은 급의 프로세서로, 4MB의 L2 캐시와 2.33GHz의 클럭을 가지고 있다. 또한 VT와 TXT 기능이 빠져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필요 없는 사용자에게는 가장 싼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멀티스레드 환경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윈도우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멀티스레드 환경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많은 프로그램에서 멀티스레드를 지원해 줘, 이런 멀티스레드 환경에서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대비해 이론적으로 두 배의 성능 향상을 낸다. 요즘은 기술발달 덕분에 실제 성능이 이론치에 근접하고 있다.
'최고' 그 자체 QX9000 시리즈
인텔 프로세서의 최상위 라인업은 '익스트림'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인텔의 플래그쉽 라인업으로, 최고 성능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또한 개인 사용자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비싸며, 쓰기도 힘들지만 현존하는 개인용 컴퓨터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로는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다.
QX 시리즈에는 세 가지 제품이 시중에 나와있다. QX9650, QX9770, QX9775가 바로 그것. 이 제품들은 최고 수준의 비싼 가격답게 성능에서도 강력한 면모를 보여준다. 참고로 이들 프로세서들은 하위 프로세서들에서 지원되는 기능 중 몇몇을 빼 버렸다. QX9650은 TXT가 빠져 있으며, QX9770, QX9775는 VT기능까지 아예 빼버렸다. 최고성능을 보장하기 위해 잡다한 기능을 빼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QX9650은 FSB 1333MHz와 3GHz 클럭을 가지고 있으며, 인텔 3 시리즈 이후의 메인보드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전력소모도 만만치 않아서 TDP는 기존의 Q시리즈의 95W를 훌쩍 넘는 130W에 육박한다.
QX9770은 한 술 더 떠서 TDP는 150W에 육박한다. FSB 1600MHz를 사용하며, 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칩셋은 인텔 4 시리즈 이후의 메인보드이고, 공식적으로는 X48만이 가능하다.
QX9775는 인텔의 데스크톱용 최상위 플랫폼 스컬트레일에 사용 가능한 프로세서이며, 아예 소켓도 제온과 같은 LGA 771을 사용하고, 지원 칩셋은 인텔 5400 시리즈 뿐이다. 데스크톱 프로세서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듀얼 프로세서를 지원한다. 또한 사용 가능한 메모리 또한 FB-DIMM 뿐이다.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의 탈을 쓴 제온 프로세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나의 목적에 맞는 프로세서는 무엇일까?
현재 출시되어 있는 인텔의 코어2 프로세서 제품군은 어떤 사용자든지 자신에게 적절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프로세서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런데 인텔은 지금의 구성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계속해서 제품간의 공백을 메워 줄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E7000 시리즈보다 더 낮은 가격대에 포지셔닝되는, 기존의 E2000 시리즈를 대체할 펜티엄 브랜드 'E5000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인텔은 이런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해 프로세서 시장을 확실하게 45nm 공정 기반으로 뿌리채 바꾸고 있다. 이런 시장의 재편에 따라, 이제는 대세가 분명히 45nm 기반 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프로세서의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45nm 기반의 프로세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자신에게 맞는 프로세서의 선택은 컴퓨터의 성능뿐만 아니라 매번 컴퓨터를 켤 때마다 느끼는 '기분'까지 다르게 해 줄 것이다. 실속 있는 소비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른 것이므로, 이번 인텔 프로세서의 정보 정리를 알차게 참고하기 바란다.
[기사제공 : 아크로팬 www.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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