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조선 명예기자 박기빈 )
- 윙커맨더 프로페시 (계시록)은 98년에 발매되었으며 시리즈 중 5번째 작품이다. 아울러 새로운 디자이너로 교체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진 새로운 윙커맨더 시리즈의 첫 게임이기도 하다. 조금 지난 게임이지만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
위대한 전쟁 영웅 블레어는 킬라 행성에 폭탄을 떨어뜨려 전쟁을 종결시켰을 뿐만 아니라, 또다시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려는 톨윈 제독의 음모를 봉쇄시켰다. 그러나 새로운 위협이 인류와 킬라시에게 다가왔다. 고대 킬라시의 예언서에는 두번의 재앙을 예언했다. 하나는 인류와 킬라시와의 오랜 전쟁, 예언서에는 블레어의 존재도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네스락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예언하며 이들에 의한 엄청난 재앙을 경고한다. (네스락은 킬라시의 언어로 악, 어둠 등의 뜻이다.) 결국 킬라 시스템에서 웜홀 게이트를 통해 그 새로운 외계인들이 쳐들어온다. 이제 새로운 모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크리스 로버츠의 공백...
윙커맨더의 원 제작자인 크리스 로버츠는 4편을 마지막으로 하여 오리진을 떠나고 디지탈 엔빌을 설립하게 된다. 크리스가 떠난후 많은 팬들은 '그가 없는 윙커맨더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으며 새로운 후속편을 기대반 의혹반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후속편의 수석 디자이너로 빌리 케인이 발탁되었고 이들은 과거의 윙커맨더를 탈피하고 전혀 새로운 모습의 윙커맨더를 재창조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매우 자신만만하였으며 결과적으로 E3 쇼에서 단 1표차이로 베스트 게임을 퀘이크2에게 양보하는 선전을 거둔다. 98년에 이 새로운 윙커맨더는 출시되었다. 과연 전작들처럼 위대한 게임이 될 것인지...
새로운 윙커맨더
이 게임이 윙커맨더 5가 아닌 프로페시라고 명명된 것에서 눈치를 챌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흔적은 여전하지만 시리즈 고유의 분위기가 아닌 확연히 달라져 버린 모습을 보여 새로운 느낌이 든다. 주인공부터...
이제 윙커맨더의 주인공은 더이상 크리스토퍼 블레어가 아니다. 아카데미를 막 졸업하고 이제 갓 미드웨이호(이번 작품의 모선)로 발령난 신참내기 파일럿 랜스 케이시가 바로 게이머들의 분신이 된다. - 참고로 케이시는 과거 블레어가 신참시절인 윙커맨더1에서 예술과도 같은 비행 실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아이스맨'의 아들이다. - 당연히 주변 인물들 역시 그의 친구들인 마에스트로, 제로 스틸레토 등으로 바뀌었으며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축이 된다. 물론 옛 인물들이 아주 안나오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흔적이 여기에 있다. 윙커맨더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인물인 매니악과 4편에서 등장한 호크와 데커, 3편에서 블레어를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던 한 사람, 레이첼 등이 이번 작품에도 등장해 새로운 충격에 당황하는 팬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물론 이전 시리즈들의 주인공이자 위대한 전쟁 영웅인 블레어도 있다! - 이젠 대령에서 승진하여 준장이 되었다. - 블레어는 새로운 게이머의 분신에게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으며, 멋진 친구가 될 것이다.
이번 작품의 악당역에는 킬라시 대신 네스락이라는 호전적인 외계인들이 맡게 되었다. 이들은 고양이 모습을 한 킬라시와는 달리 스타쉽 트루퍼스를 연상시키는 벌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제작진측은 이들의 디자인을 위해 블레이드 러너의 시드 메드에게 자문까지 구했다. 결과적으로 네스락의 생김새부터 그들의 전함 디자인까지 새롭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향상된 모습
윙커맨더는 언제나 시대를 초월하는 모습과 더불어 높은 사양을 요구했다. 이번 작품도 그 뒤를 잇는 듯하다. 한마디로 고사양이며 -당시로선-, 거기에 걸맞게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3D 가속기가 없는 PC에서도 어느정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픽의 진가를 보려면 역시 3D 가속기가 필수다. 가속 모드에서 구현되는 게임의 그래픽은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 장르의 그래픽에 진일보를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충격적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우주 성운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텍스쳐는 더욱 정교해 졌고 전함의 크기는 실로 놀라울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기체가 파괴될 때 간혹 나타나는 충격파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대단히 부드럽게움직인다는 것이다. 매버릭팀(윙커맨더의 제작팀)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게임 구성
이번 작품에서는 실내에서의 활동공간이 매우 간략화되어 게이머가 모함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 장소는 단지 3군데 (브리핑실, 복도, 휴게실) 뿐이다. 물론 게임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없는 장소들을 삭제한 것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1.8Km의 메가톤급 전함에 갈 수 있는 장소가 겨우 3군데 뿐이라니, 좀 너무한 감이 있다.
이야기 전개 부분도 달라졌다. 3,4편에서는 게이머가 동영상 진행중에 대화 내용등을 선택 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다른 내용의 동영상과 줄거리가 진행되곤 하였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윙커맨더 1,2편 같이 게이머의 선택은 없이 단지 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직선적인 줄거리가 될 뻔 했지만, 그래도 미션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임무 분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외에 미션의 수행에 앞서 윙맨과 출격 전투기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다.
새로운 제작진은 전작에서 느끼던 전투의 불만사항을 조목조목 알고 있는 듯 하다. 전투시에 보여주던 단점들을 상당수 고치고 다듬은 것이 대단히 기쁘다. 우선 기체의 시뮬레이트가 나아져 전작들의 딱딱한 움직임과는 다른 정말 비행을 하고 있다는느낌을 준다. 실제로 전작들의 경우 한 방향으로 급선회하다 반대 방향으로 갑자기 기수를 틀었을 때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바로 이루어지는 데에 비해 이번에는 확실히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급작스런 방향 전환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적의 꼬리를 따라가다 적기가 급선회하면 따라가기 어려우니까... 미사일에 관한 부분도 수정되었다. 전작, 특히 4편의 경우 적기들이 미사일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에게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디코이(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교란기)는 충분치 못한데다 조작 실수로 맞게 되면 한방에 죽을 맞이하여 심한 상실감과 허무감을 느꼇는데 이번에는그 단점을 확실히 고친듯 하다.
이제는 적기의 미사일을 한방 맞고 나가 떨어지는 경우는 없어졌으며 실드가 없어지는 선으로 데미지가 조절되었다. 4처럼 적기가 막무가내로 미사일을 게이머에게만 남발하지 않으니 무척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 전함은 토피도(공뢰) 한방에 허무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제 전함을 없애려면 구성 요소들중 엔진과 브릿지같은 요소를 파괴해야만 하며 토피도의 종류가 파괴력이 강한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두가지로 나누어져 후자의 것으로 엔진이나 브릿지를 파괴하려면 적어도 3발은 쏘아야 한다.
그리고 토피도 발사중 전함의 터렛에 미사일이 맞아서 터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가뜩이나 모자라는 미사일를 아끼려면 구성 요소 근처의 터렛부터 제거하거나 근접해서 미사일을 발사해야 한다.
조금 까다로워졌다고나 할까? 그러나 엔진과 브릿지를 파괴해야만 전함이 격침되는 설정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힘들다. 위 두가지 구성요소를 파괴하지 않으면 전함에 아무리 많은 양의 미사일을 퍼붇고 밤새 기총을 쏘아대어도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 전함에 있어서는 실드와 장갑의 개념이 없는 것이다.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다음 후속작에서는 달라지길 기대할수밖에...
새로운 병기의 등장은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 연발식의 로켓 포드, 육안 추적 방식으로 100% 명중률과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스와머, 폭격기에 추가된 소형 터릿, 함대를 한번에 몰살할 수 있는 커다란 플라즈마 포 등 다채로운 신무기들이 등장한다.
아쉬움들
프로페시는 분명 새롭고 참신하다. 그러나 전작들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번 작품에는 불만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윙커맨더 3,4편에서 게이머는 대화의 선택을 통해 줄거리의 진행에 좀더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윙맨을 고를 수 있었으며 미션에 따라 약간의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타고 나갈 전투기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페시는 자유도를 너무나 축소해 버렸다. 이런 구성은 최악의 경우 게임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으며, 게임이 플레이와 동영상 감상이라는 매우 단조로운 패턴으로 빠지게된다. 자유도를 줄임으로써 제작진은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게임 구성을 쉽게 할 수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단점을 만든 셈이다.
프로페시는 미션의 제작에 있어서 스토리를 먼저 쓰고 거기에 맞추어 미션을 디자인한 전작들과는 달리 게임 플레이 강화라는 이유로 미션을 먼저 디자인하고 거기에 맞추어 세부 줄거리를 써나갔다고 한다.
따라서 참신하고 재미있는 미션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50여개의 미션을 진행하다보면 정말로 게임 플레이가 강화되었는지 의문이 간다. 단순한 순찰 임무는 너무 자주 사용되고 기껏해야 전함의 파괴나 호위임무는 지루하다.
미션 디자인에 있어서 신선함을 찾기 힘들고 적기 숫자로 밀어붙인 느낌이 강하다. 한 네이브 포인트에서 적기들이 동시에 10대 이상 나온다. 처음 접할 때야 `이야 이거 정말 스릴 넘치는군... `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지루해지며, 그 많은 수의 적들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질려 버리고 만다. 4편에서 전함끼리 대결을 하는 미션처럼 극도의 흥분과 스릴을 맞보게 해주는 미션은 거의 없었다.
윙커맨더에서 감정이입과 인물들과의 상호 작용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게임의 가장 커다란 특징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제작진은 그걸 소홀히 한 것 같다. 전작들에서 필자는 게임상의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고 했다.
모두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했으며 개성이 넘쳤다. 2,3편에서 나오는 호비스는 필자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었다. 킬라시족으로 테란 연방에 들어온 그를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았으며 그가 곤경에 처해있을 때 마다 그를 감싸주는 대화를 선택하곤 했다.
킬라시족이라는 이유로 동료들로 부터 불신을 당하는 그를 언제나 측은하게 생각했으며 혹시 그 때문에 떠나지 않을까 하며 걱정하였다. 결국 그는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배신하였으며 그의 이유있는 배신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었다.
결국 마지막 미션에서 그와 어쩔수 없이 대적해야 했는데, 정말이지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를 없애야 했고 그의 마지막 말은 필자를 가슴 아프게 하였다. 전작이 너무 완벽해서인가? 이번 작품에선 인물들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어떠한 감정을 잘 느낄수 없다.
자유도의 축소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새로운 등장 인물들이 너무 매력이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늙은 블레어를 대신하여 등장한 새로운 주인공의 설정은 너무 미약한게 느껴지며, 이는 주인공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악당 역시 윙커맨더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개성있는 악당은 게임의 재미를 증폭시킨다. 따라서 제작진은 멋진 악당을 만들어야만 했다. 네스락 측의 외형에 대한 디자인은 대단히 멋지지만, 이전의 악당 킬라시에 비하여 너무 많은 부분이 감추어져 있으며, 개성있다고 느낄수 있을 만한 특징이 부족하다.
과거 블레어의 숙적인 트라카스 왕자, 4편에서 등장하며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져 필자가 상당히 싫어하는 시더 등, 이들 라이벌의 존재는 게이머에게 있어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도전의식을 가지게 하는 멋진 요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라이벌이 될만한 인물이 등장조차 하지 않아 아쉬움을 크게 한다.
비평을 마치며
이처럼 프로페시는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준 게임이었다. 그러나 전작을 그대로 답습하는 안일한 태도가 아닌 새로움을 시도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아쉬움을 덮어 두려한다. 앞으로 더욱 완성된 윙커맨더의 후속편을 기대해본다. 완벽하고 위대한 게임이 되어 돌아오기 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