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0.5주년을 맞이한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커뮤니티는 다소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원작 시리즈가 오래된 타이틀인 만큼 게임의 수명보다도 훨씬 더 오래 이 게임을 즐기고 응원해온 이용자들이 다수라는 것.
이어 소개할 크리에이터 활동명 '미쓔'도 그런 예다. 그녀는 영웅전설 가가브 시리즈 추억의 명곡들을 여러 버전으로 어레인지하여 들려주는 능력자로, 커뮤니티 최고의 인기인 중 한 명이다.
영웅전설 음악에 반해 음악가가 됐다는 그녀는 벌써 20년째 창작 활동 중인 프로이자 영웅전설 시리즈 찐팬. 애정에서 비롯된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과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작업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인물이기도.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전설 시리즈 국내 최고의 찐팬 '미쓔' 님
그녀는 최근 모바일게임으로 재해석해 출시된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까지 섭렵했다. 공식 카페에 출몰한(?) 그녀를 보고 유저들이 입 모아 반긴 것은 당연한 일. 또한, 여전히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며 게임 속에서 길드까지 운영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 중이었다.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웅전설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하고 연주하는 미쓔입니다.
여러 플랫폼을 통해 연주를 업로드한 기간을 합하면 어느덧 20년이 되었네요. 어릴 적, 영웅전설 음악에 반해 음악가가 된, 낭만이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웃음)
◈ [추억영상] 2004년 촬영_영전5 오프닝
무려 2004년, 2G폰 촬영본이 있을 정도.
연주곡 작품을 올리실 때마다 커뮤니티 반응이 뜨겁습니다. 혹시 음악 관련 현업에 계시나요?
네, 현재 작곡가로 활동 중이고요, 여러 분야를 경험했지만, 주로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 음악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는 당연히 게임 음악이 목표였어요. 스마트폰 출시 초기에 몇몇 작은 게임 음악과 사운드를 담당했었습니다.
하지만 영웅전설 같은 게임을 만날 수 없어서...(웃음) 그리고 게임 쪽은 생각보다 고려할게 많더군요. 음악 본질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영상 음악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매 활동마다 응원 글이 쏟아진다.
운영하고 계신 유튜브 채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99% 영웅전설 가가브 시리즈, 1%는 제가 플레이했던 다른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공간입니다. 유명한 게임이라도 제가 모르는 곡은 연주하지 않아요.
제 인생게임이 영웅전설 가가브 시리즈여서 대부분 영웅전설 OST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로 피아노 연주 영상을 업로드하지만, 최근에는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도 선보이고 있어요.
영웅전설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단연코 음악이겠죠. 게임 속 상황에 맞는 음악을 너무 잘 표현해 낸 것 같아요.
그리고 가가브 시리즈를 잇는 탄탄한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죠. 어른이 된 후 영가트에서 다시 보는 스토리는 더빙과 함께 감상하니 더욱 깊은 감동을 줍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의 퍼즐이 맞춰지는 재미도 있었어요.
혹시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모바일)를 플레이 중이신가요?
오픈 때부터 열심히 플레이 중입니다. 계정이 한 개가 아니라 계정마다 다양한 덱 구성으로 재미있게 플레이 중입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최근 하얀마녀 에피소드를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미쓔 님과 같은 영웅전설 시리즈 찐팬에게 있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모바일)는 어떤 게임일까요?
추억 속 한편에 내 마음속에만 있던 영웅들이 다시 내 눈앞에 등장해 준, 정말 고마운 게임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해 주셔서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출시기념 영웅전설4 테마 2024 ver.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출시 기념 연주 영상을 올려 축하해 주기도.
영웅전설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주홍물방울. 그 중 구영전4입니다.
제일 처음 만난 작품이기도 하고, 어릴 적 영웅전설4 음악에 반해서 피아노 위에서 손만 뻗으면 연주했거든요. 구영전4는 자유도가 높아서 이런저런 시도해보며 플레이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특히, 오빠와 함께 정말 오랜 시간같이 플레이했던 추억이 남아 있어 더 특별합니다. 지금도 같이 영가트를 플레이 중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요. 만나면 영웅전설 얘기만 합니다.
가가브 트릴로지의 2번째 작품이자 가장 앞선 시간대를 다룬 '영웅전설IV 주홍물방울'
영웅전설 OST 중 특히, 가장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미래에”(영웅전설5 마지막 전투, 도그마 보스전 음악)입니다.
보스전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 게임이 있을 수가! 구조적으로도 탄탄하고 계속해서 전조 되는(=조성이 바뀌는) 테마를 듣는 재미가 있는 곡이에요. 끝부분에 바다의 함가 메인 테마의 등장이 화룡점정을 찍는 곡입니다.
영웅전설5 플레이할 때 도그마는 안 잡고 음악만 듣고 있었어요. (웃음)
◈ [악보공개] 영웅전설5 Final Battle (Piano Arrange 2008 ver.) - The legend of Heroes SheetMusic
바다의 함가 메인 테마로의 변주가 마지막 전투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커버 예정 중인 작품이나 곡이 있다면 살짝 먼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처음으로 업로드했던 곡인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피아노 리믹스 버전’을 연주한지 20년이 되었더군요.
20주년 기념으로 재연주할 예정입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가 0.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개발진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추억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영웅들을 다시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영웅전설 음악을 연주하느라 항상 마주하고 있었지만,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가 많은 분들의 추억을 소환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다른 분들과 함께 영웅전설 이야기하는 게 즐거워요. 항상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서비스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직 연주하지 못한 가가브 시리즈 OST 피아노 연주를 계속해서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또한,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에요.
추후에는 영웅전설 음악에 담겨있는 메시지나 곡 분석 등의 컨텐츠도 제작해 볼까 합니다.
하얀마녀 여러 곡을 엮어 큰 감동을 선사했던 하얀마녀 오케스트라 버전
마지막으로 미쓔 님의 작품 활동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랜 시간 잊지 않고 제 연주를 찾아주시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연주를 통해, 여러분의 추억 속 게임이, 아름다운 선율로, 마음속에 영원히, 향기롭게 남아있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주로 보답하겠습니다.
하나의 게임에 정착하고, 뭉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에게 일명 '금손님'들의 2차 창작 콘텐츠는 선물과도 같다. 한번쯤 느꼈던 감동,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순간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다시금 표현해준다는 것은 더한 감동을 준다.
이렇듯 그녀가 만들어 선사하는 연주곡들은 게임과 추억을 이어주는 좋은 매개로써 몇 번이고 멍하니 듣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몇 번이고 상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우리가 추억하는 명작에는 명곡이 있었다. 그 시절 어린 마음에 느꼈던 그 감동의 순간이 누군가에게 진한 영감으로 남아 오랜 시간 그 명작을 몇 번이고 반추하며 그때의 감동을 새로이 선물하고 있었다.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