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2025년 1월을 기준으로 가장 핫한 밈이라고 한다면 거울 속의 나하고 이야기를 하듯이 용기를 복돋와주는 내면의 상남자, '상상 속의 기가채드'를 들 수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 서비스인 ChatGPT(챗GPT)의 형식을 빌려온 꽁트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보디빌더인 기가채드를 만나 발전한 결과, 불신과 혐오가 그윽한 팍팍한 세상 속에서 꿈과 희망처럼 긍정적인 이야기 그리고 누구에게나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설파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감화된 것인데 덕분에 지금은 어딜 가더라도 '헤이 -삣삐', '오브 콜스, -삣삐' 템플릿으로 시작하는 상상 속의 기가채드 밈을 볼 수 있는 상태다.
유념해둘 부분이 있다면 기가채드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며 그의 사고방식을 알고리즘화한 AI 또한 밈이 유행한 이후에 등장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기가채드의 명대사 모음집은 거의 대부분 '실제로는 말한 적 없는 순수한 창작물'이라는 점이다.
다만 워낙 밈의 완성도가 높은지라 기가채드의 명대사 모음집을 보면 이것이 창작된 유머인지 혹은 나중에 나온 기가채드 채팅 서비스를 통해 나온 것인지 헷갈려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는데, 이번 조선통신사에서는 이처럼 '실제로는 말한 적이 없음에도 게임 속 캐릭터를 대표하게 된 가짜 명대사'들을 모아봤다.
■ 하하하! 막내야 또 속았구나
"하하하! 막내야 또 속았구나"는 '블레이드 앤 소울' 메인 스토리 초입부에서 비중이 높은 등장인물 '무성'과 관련된 가짜 명대사다.
무성은 이미 출시된지 꽤 오래된 게임의 캐릭터고 문파의 배신자이자 진서연과 내통한 흑막이라는 내용조차 이제와서는 스포일러로 분류하기에도 민망한 정보지만, 아직까지 이 가짜 명대사만큼은 그가 실제로 한 말인 것처럼 세간을 떠돌고 있다.
해당 대사는 튜토리얼 단계에서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주인공 캐릭터인 홍문파 막내의 단련을 돕기 위해 괴한으로 분장한 뒤 또 다른 사형 '화중'과 함께 짜고 치는 연극을 하면서 나왔던 대사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확히는 막내를 속인 것도 맞고, 어느정도 놀려먹을 심산으로 약간 짓궃은 장난성 대사가 나왔지만 그 내용이 "하하하! 막내야 또 속았구나"는 아니었으며 실제 대사는 "하하하, 아무래도 아직 잠이 덜 깼나보구나"이다.
다만 이 가짜 명대사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실제로 게임에 나온 대사보다는 "속았구나, 막내야"의 형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무성의 성우였던 '김환진'이 녹음한 '클로저스'의 요원 J가 똑같은 목소리로 직접 '속았구나 막내야'를 시전한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저 경우에도 J 본인이 아니라 J로 의태한 악역이 저 대사를 쳤기 때문에 무성의 경우와 같이 플레이어를 속이고 놀려먹는 캐릭터성은 똑같이 유지된다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 바깥은 혼자 돌아다니기엔 위험하단다
'포켓몬스터'는 워낙 유명한 게임 기반 IP인데다가 애니메이션이 장기간 방영된 영향이 있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짤방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안내문에 나와 있는 캐릭터가 태초마을의 '오박사'님이고 1세대 스타팅 포켓몬인 '파이리', '이상해씨', '꼬부기'라서 게임 내에서도 저런 대사를 했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태초마을에서 게임이 시작되는 시리즈는 레드, 그린, 블루, 옐로인데 스타팅이 강제로 피카츄로 고정되는 옐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오박사와 만나서 무언가 이야기를 듣고 스타팅 포켓몬을 받은 뒤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저 상황을 비틀어 스타팅 포켓몬을 전부 치코리타로 도배해놓는 악랄한 변종도 존재할 정도다.
하지만 관동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해당 게임들은 정식 한국어 지원이 된 적 없기에 대부분 영문 또는 일문으로 접한 뒤, 오박사의 대사가 정확하게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몰라서 위 짤방에 나온 대사를 했겠거니 뇌를 세척한 게이머들이 많다는 게 포인트라 볼 수 있다. 실제 오박사의 대사는 '자신 또한 젊었을 시절 트레이너로 활약헀으며 남은 포켓몬 3마리 중 하나를 플레이어와 라이벌에게 하나씩 주겠다'는 내용뿐이다.
심지어 치코리타로 도배한 변종의 경우 스타팅 포켓몬을 전달하는 주체는 성도지방의 공박사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오박사가 치코리타를 뿌리는 안내문은 엄연히 따지면 고증 오류다.
실제로 "바깥은 혼자 돌아다니기엔 위험하단다!"가 등장한 게임은 '젤다의 전설'로 링크가 모험을 떠나기 전에 무기를 획득하는 장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비록 같은 닌텐도의 8비트 게임이고 상황 또한 모험을 떠나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포켓몬스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모든 밈의 원흉의 원흉은 '젤다의 전설'이라는 점을 잊지말자.
■ 자원을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에서는 각 문명의 지도자를 선정할 때 일단 해당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를 뽑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해당 인물들이 활동한 시대상이 전혀 다르고 통치 성향 또한 실제 역사와 비교하면 괴리감이 크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그러려니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 와중에 '패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BE폭력주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간디'는 그 영향력이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은 인도를 통치한 적도 없고 성향 자체도 매우 온건한 비(非)폭력주의자였지만 어째서인지 교섭 과정만 들어가면 수틀리면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변하고 심심하면 핵무기를 거론하며 협박을 일삼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해당 문제(?)가 평화주의자인 원본의 능력치를 고스란히 가져왔지만 문명의 지도 방향성에서 호전성을 깎은 것이 음수가 되는 대신 수치의 오버플로우가 발생하여 호전성이 최대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제작자 피셜로 '오히려 전쟁을 피하기 위해 잦은 빈도로 협박을 했던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게임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순을 밟게 됐다.
하지만 간디의 악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문명 5'의 유혈사태 관련 명대사는 사실이 아니다. '옥수수와 다이아몬드를 교환하자'는 부당한 거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명 5에서 옥수수라는 자원이 실존하지 않기 때문에 거짓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으며, 협박 내용 또한 유혈사태보다는 비교적 많이 온건한(?) 워딩인 '힘으로 빼앗겠다'고 하는 정도다.
아 물론 명대사만 가짜뉴스일 뿐 폭력성은 진짜다. 심지어 시리즈 내내 그의 능력치 배분을 보면 중심 사상에 높은 확률로 핵무기광(Nuke Happy)이 붙을 정도로 그의 핵무기 사랑이 대단한 수준이기 때문에 교섭을 진행하게 된다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