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30분 분량은?: 두 번째 스테이지 SLUDGE TUNNEL 중반
크래프톤의 북미 스튜디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SF 로그라이트 '[리댁티드]'를 출시했습니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라는 이름이 낯선 분도 아마 '칼리스토 프로토콜'이란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개발자가 참여해 화제가 되었던 칼리스토 프로토콜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리댁티드]입니다.
첫인상은 SF 하데스였습니다. 탑뷰 로그라이트라는 장르에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에서 감염자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각종 장비를 해금하고 업그레이드해서 탈출하는 구조까지 하데스와 비슷한 면이 보입니다. 덕분에 하데스를 비롯한 기존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과 비교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게임의 기본 진행 방식은 적들이 등장하는 스테이지를 하나씩 공략하면서 장비를 강화하고, 스테이지에서 얻은 재화로 새로운 무기나 강화 효과를 해금하는 것입니다. 각 스테이지를 완수할 때마다 여러 문 중 원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스테이지로 진입해 내가 원하는 빌드를 완성하고, 고난을 극복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이 장르의 묘미죠. [리댁티드]는 이런 장르적 재미의 기본은 갖췄습니다.
다만, 빌드를 쌓는 재미는 기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느낌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고를 수 있는 원소 종류가 적어 빌드의 다양성 면에선 다소 부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원소끼리 선택지가 적기 때문에 등장 선택지에 따라 유동적으로 빌드를 짜기보단 그때그때 강력한 원소를 고르는 편이 전투하기 더 편했습니다. 무기와 원소, 혹은 원소끼리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요소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액션도 밸런스를 조절해야할 것 같습니다. 근접 공격, 대시 공격, 원거리 공격, 그립 등 다양한 액션이 있지만, 대시와 원거리 공격 만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고 버려지는 조작이 있어 전투가 단조롭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복잡한 액션은 게임 몰입에 방해가 되겠지만, 지금으로선 액션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긴 부족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투에 도전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귓가를 뒤흔드는 훌륭한 사운드와 만화를 보는 듯한 노블 그래픽이 될 것입니다. 전투 내내 흐르는 강렬한 펑크 사운드는 단조로운 플레이에 반항하는 것처럼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해야할 전투가 흥겹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여기에 미국 만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그래픽이 어울려 마치 게이머가 SF 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합니다.
많은 로그라이트 게임이 그러하듯 이 게임 역시 도전과 성공, 혹은 실패를 반복하며 강화 요소를 해금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서 얻은 재화로 새로운 요소를 해금하거나 업그레이드하며 한층 강력해진 캐릭터로 실패했던 스테이지를 극복해내는 것이죠. 구매한 모든 것을 잃는 대신 성공하면 강력한 장비를 얻을 수 있는 하드코어 콘텐츠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엔딩 이후에도 이 게임을 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리댁티드]의 해금 요소는 크게 무기와 슈트, 스킬, 영구 효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기는 핸드 캐논과 진압용 산탄총 같은 원거리 무기, 전기 곤봉과 소몰이 막대 같은 근거리 무기가 마련됐으며, 각각 하나씩 착용해 전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슈트는 자원을 들고 시작하거나 최대 체력을 증가시켜주는 등 일종의 패시브 역할을 하죠. 스킬 역시 장착해 기본 능력을 높일 수 있으며, 장치를 해금하면 아이템을 판매해 재화를 얻는 능력이나 구역과 구역 사이 제작기를 설치하는 등 영구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데스류 액션 로그라이트를 즐긴 게이머라면 [리댁티드]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기본을 잘 구축해 놓았지만, 이 게임만의 색은 옅어 했던 게임을 또 하는 기분이죠. 갖춰야할 것을 다 갖춰 어디 하나 모난 곳 없는 액션 로그라이트의 정석 같은 게임이긴 하지만, 변화가 적은 정석이라서 이미 수많은 세계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이 장르를 충분히 즐긴 게이머에겐 뻔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겠죠.
반대로 이 장르에 대한 경험이 적거나 도전적인 난도, 혹은 정교한 빌드에 구애받지 않는 게이머에겐 준수한 SF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이 될 것입니다. 매번 새로운 요소로 강해지며 신나는 음악에 맞춰 적을 때려잡는 흥겨운 게임 말이죠. 칼리스토 프로토콜로 한번 좌절을 맛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게 [리댁티드]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