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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물열전] 레전드의 전설, 불사대마왕 '대 상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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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무슨 업계에서든 역체(역최, 역사상 최고) 또는 고트(GOAT, Greatest Of All Time)라는 말은 사실 함부로 쓰기 쉬운 수식어는 아닙니다. 그 누가 보더라도 이견의 여지가 없어야 하며 조금이라도 흠결이 있다면 안티로부터 물어 뜯을만한 빌미를 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과 타이틀 선수 등에게 누가 되는 민폐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남자를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 판에서 '역체미'를 넘어 '역체롤'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데뷔 이래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숱한 역경이 있었고 부진했던 시기도 분명 있었지만 끝내 완전히 몰락하지 않고 최정상의 자리에 항상 인접해 있었으며 압도적인 커리어와 팬서비스 그리고 올바른 인성까지 갖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살아 있는 전설인 불사대마왕 대이상혁(A.k.a 페이커) 선수입니다.

프로 데뷔 이전까지의 그는 놀랍게도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학생들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었습니다. LCK는 이미 출범해 있는 상태였지만 프로 데뷔의 원대한 꿈을 가지고 솔로 랭크를 평정한 것이 아니라 한국 서버 론칭 후 평범하게 일반 게임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그 실력이 워낙 출중하여 매치 메이킹 레이팅이 돌출되어 큐를 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솔로 랭크를 시작했고, 후발 주자에 가까운 위치임에도 북미 서버부터 거쳐 온 내로라 하는 실력자를 꺾으면서 실은 이미 데뷔한 프로 선수의 부계정이 아니냐는 의심 또한 많이 받았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그는 남들보다 게임을 잘하고 남들보다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자신의 개인 방송을 찾아주는 몇 안되는 시청자들에게 방종 멘트를 남기지 못했다고 사과 공지를 올리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방송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홍보도 열심히 하고 다녔으며 시청자들의 눈을 배려하기 위해 방송의 화질을 좋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2013년 4월 6일, SKT T1의 2팀 미드 라이너로 첫 방송 경기에 데뷔한 페이커는 놀랍게도 첫 상대로 CJ 엔투스 블레이즈의 앰비션(강찬용 선수)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당시 앰비션의 카직스가 타워로부터 완벽히 보호받기 힘든 위치에서 막심한 후딜레이가 따라오는 스킬 진화를 시행했고 이 큰 실수로 인해 갓 데뷔한 신인에게 솔로킬을 내주는 엄청난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당시 미드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던 앰비션을 2:0으로 완파하면서 단독 MVP를 수상하는 충격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하이 랭커들 사이에서는 페이커가 그 솔로 랭크의 고전파라는 내용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됐습니다.

​비록 첫 시즌은 끝내 넘지 못한 라이벌이 되어버린 '삼성 갤럭시 오존(이후 삼성 갤럭시 화이트)'에 의해 3위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솔랭 전사라 불린 숱한 게이머들이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던 이력들을 감안하면 페이커는 충분히 호성적을 거뒀고 다음 시즌은 패패승승승에 류또죽으로 유명한 그 KT 롤스터 B팀과의 결승이라는 서사를 거쳐 역체롤의 길이 시작됩니다.

많은 관계자들과 페이커 스스로도 데뷔하자마자 월즈(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며 로열 로더로 등극한 이 13년을 전성기로 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지금만큼 상향 평준화로 인해 인게임 운영이 정교해지고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가차 없는 게임이 아니었던 부분을 감안해야겠지만 대부분의 맞상대를 압도적인 공격성 그리고 절대 밀리지 않는 안정성으로 물리치며 공수 양면이 완벽했고 프로 대 프로의 경기가 아닌 프로 대 아마추어로 보일 정도로 그의 기량이 압도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 나가며 공격 일변도와 피지컬과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만으로 경기를 이기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이기는 법을 체득하며 더욱 완전체에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2013년도의 그는 분명 강력한 선수였지만 1:1이 전제인 대전 격투가 아닌, 팀 게임이라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특성을 생각하면 라인전 승리가 결코 팀의 승리로 반드시 치환되는 것은 아니었고 때로는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때로는 팀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국의 결단' 내지는 '한판 뒤집기'로 불릴만한 변수 창출 능력으로 클러치/크랙 플레이를 주무기로 장착하고 매 순간마다 손익을 계산하여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로지컬까지 겸비하게 됩니다. 

실제로 T1이 부진했던 시기는 대체로 페이커의 폼이 최저점을 찍거나 부상을 입어 결장하는 등의 큰 이슈가 있었을 때와 겹치고 있으며 항상 우승권에 걸쳐 있던 팀이 페이커의 부재로 인해 그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힘에 부쳐하던 모습을 보면 그의 역할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지만 보통의 선수라면 에이징 커브를 훌쩍 넘겼을 10년에 간극에도 그는 여전히 최정상 미드라이너로서 뭇 선수들의 별이자 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끝내 2023년에는 월즈 우승컵을 다시 쟁취하는 등 죽지 않은 투혼과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번의 LCK, 2번의 MSI, 4번의 월즈 우승 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습니다.

보통 명예의 전당과 같은 위치는 최고의 선수가 은퇴 이후 헌액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지난 5월 23일 'LoL e스포츠'는 공식 홈페이지 및 X(舊 트위터)를 통해 그가 첫 헌액자임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미 은퇴한 선수 중에서도 충분히 족적을 남기고 전설적인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다수 존재하지만 그 전설적인 선수들 모두에게 전설로 칭송받는 페이커를 두고 누가 첫 번째 헌액자로 뽑힐 수 있냐는 것이 주된 논리였죠. '전설의 레전드'라는 겹말이 이처럼 기막히게 어울리는 사례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새삼 들 지경입니다.

​그리고 그가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한 전설은 현재진행형일 것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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