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 유통하고 블랙앵커가 개발한 SRPG '르모어: 인페스티드 킹덤(이하 르모어)'가 앞서 해보기로 스팀에 출시되었다.
르모어는 인간과 곤충을 섞은 듯한 변종들이 중세 왕국 '르모어'에 침공하면서 여러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다. 게이머는 편력 기사인 '윌리엄'과 이방인 디어뮈드, 풋내기 민병대 '에드윈'을 움직여 폐허가 된 마을을 수색하고, 변종들과 싸워나간다.
게임은 종말의 위기에 처한 르모어 왕국처럼 매우 어려운 난도로 구성됐다. 아군의 시야는 제한적이며, 적들이 아군을 발견하면 턴에 상관 없이 그 즉시 주변 적들과 함께 아군을 습격한다. 또한 전투에서 줄어든 체력은 붕대나 식사 등 제한적인 방법으로 회복할 수 있으며, 전투 중 누구라도 한 명 사망하면 그 즉시 스테이지 공략에 실패한다. 한정된 자원과 불리한 전황 속에서 최선의 전략을 세우고, 끝까지 생존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설정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공포 그 자체인 변종들 = 게임조선 촬영
르모어는 이 변종들로부터 생존자들의 협력과 분투를 담은 게임이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는 아군과 적군 턴을 번갈아 가면서 공격을 반복하는 턴 베이스 SRPG로 진행된다. 전투를 진행할 땐 공격 자원인 무기 행동력(WP), 이동 및 도구 사용 자원인 전술 행동력(TP)을 사용한다. 매 순간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에 무기 행동력을 사용할 것인지, 회복이나 장애물 설치 대신 도주를 택할 것인지 제한된 자원을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 고려해야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군 턴과 적군 턴 상관 없이 아군 캐릭터가 적 시야에 들어갈 경우 적들이 돌격해 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군 캐릭터를 발견한 적뿐만 아니라 그 적 주변에 알림을 받은 적까지 여러 적이 우르르 몰려온다. 임무를 진행하겠다고 시야가 밝혀지지 않은 곳에 섣불리 달려가면 금새 적들에게 둘러쌓여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스테이지의 목표는 적들의 전멸이 아니라 생존과 탈출이므로 위험을 무릅쓰고 정면을 돌파할지, 아니면 안전하게 핵심 임무만 달성하고 탈출할지 항상 선택해야 한다.
만약 전투를 택했다면 적들의 위치, 아군의 자원을 고려하며 최선의 전술을 세워야 한다. 적들은 자신의 눈 앞의 캐릭터를 이동하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데 만약 진형을 다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적들에게 발각되어 약화된 캐릭터가 적들에게 잡히면 임무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리 캐릭터의 위치와 구조물로 유리한 진형을 만들고, 돌을 던지거나 적들을 끌어당겨 적들의 배치를 최대한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상황대로 사망 시 주변에 큰 피해를 입히는 변종 블리스터를 적진으로 밀어 큰 피해를 입히고, 동전으로 적들의 시야를 돌린 뒤 높은 치명타 확률을 가진 도끼로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높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만약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직전 전투, 혹은 스테이지 초반 등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전투를 시작할 수 있어 생각보다 전투에 대한 부담이 적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캐릭터가 생존하는 것 = 게임조선 촬영
때로는 적들을 피해 적극적으로 도방쳐야할 때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엔 은신처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무기를 정비하는 일종의 인터미션이 제공된다.
캐릭터는 스테이지를 완료하고 휴식을 취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을 한다. 레벨이 상승하면 특전 2개가 해금되며, 게이머는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캐릭터의 개성을 강화해줄 수 있다. 이때 고르지 않은 특전은 영구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무기는 한손검과 양손검, 창, 도끼 등 다양한 주무기와 함께 방패와 단검 등 보조무기로 구성됐다. 무기 착용 제한은 없지만, 윌리엄에겐 방패 기술을 강화하는 특전이 있고 에드윈에겐 사거리가 긴 무기에 유리한 특전이 있어 특정 무기와 조합해 특화시킬 수 있다. 무기엔 재료를 사용해 공격력을 높이거나 내구도 최대치를 증가 시키는 식으로 특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제련을 통해 상위 무기로 만들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필요없는 무기는 분해하거나 고유 특성을 주 무기에 이전하는 식으로 나만의 무기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아직 앞서 해보기 단계라 일부 캐릭터의 특전은 개발 중이며, 무기 밸런스도 조절이 필요하다. 아군이 약하고 적이 강할 경우 하나씩 각개격파하는 전술이 유리한데 르모어 역시 캐릭터와 상관 없이 양손검이나 양손도끼처럼 적 하나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거나 원거리에서 먼저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높은 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방패 특화 특성을 가진 윌리엄도 양손검을 착용했을 때 오히려 더 오래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기 착용 제한은 없지만, 특전 스킬로 특정 무기에 특화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잘 키운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잘 만든 장비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한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와 장비 육성 외에도 요리, 연구, 제작 등 다음 스테이지 공략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
요리는 캐릭터를 정비하는 가장 중요한 행동으로 캐릭터의 만복도와 음식에 따라 다음 스테이지에 참가하는 캐릭터들의 능력치가 달라진다. 스테이지에서 얻은 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만복도를 채우면 체력 회복과 함께 음식에 따라 다양한 능력치 증가를 얻을 수 있지만, 식재료만으로 만복도를 채우면 낮은 효율로 체력만 채우게 되고, 상한 음식을 먹게 되면 체력이 회복되어도 능력치가 하락한다.
스테이지 진행 후 해금되는 연구론 도구의 효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도구를 제작하는 레시피를 해금할 수 있다. 스테이지 내, 상인과 물물교환, NPC 파견 등으로 얻은 재료로 체력을 회복시키거나 빈사 상태의 아군을 회복시키는 붕대를 만들고, TP를 사용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투척단검과 점액 폭탄 등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요리와 달리 어디까지나 선택의 영역이지만, 연구와 제작에 신경을 쓸수록 전투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단순히 포만감만 채워 체력을 채울지, 체력을 덜 채우더라도 특수 효과를 받을지 고민해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부지런히 연구하지 않으면 점점 게임이 어려워진다 = 게임조선 촬영
도구를 만드는 자원도 한정되어 있고, 실패 확률도 있으니 꼭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와 장비 육성, 요리와 휴식, 연구와 도구 제작 등 정비가 끝나면 다시 스테이지에 출전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정적이며 이원화된 전투 자원, 턴 제약 없이 아군을 습격하는 적, 전투 승리보다 생존에 목표를 둔 임무, 한 번 깎이면 회복하기 힘든 체력,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전술을 세우고 다음 스테이지에 대비하며 게이머들은 고난을 극복했을 때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하드코어 RPG는 무엇보다 난이도 밸런스가 중요하다. 게이머가 포기하지 않게 만들면서도 도전 욕구와 성취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어려움, 그 절묘한 밸런스 속에서 하드코어 RPG의 재미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일회성 스토리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나 UI 최적화 등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이번 앞서 해보기 출시를 통해 하드코어 RPG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라는 원석은 엿볼 수 있었다. 이 원석을 밸런스 조절이라는 연마 과정을 통해 보석으로 탄생시킬 수 있을지, 남은 것은 개발진의 피드백 의지에 달렸다.
출발 전에도 끊임없이 어떤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될지 선택해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잘못된 선택은 죽음뿐, 하지만 고난을 극복했을 때 성취감은 그동안의 고생에 충분히 보답해준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