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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13년 만에 돌아온 '앨런 웨이크 2', 레메디식 호러 어드벤처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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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앨런 웨이크가 13년 만에 한층 발전된 연출과 강화된 어드벤처 요소로 무장한 '앨런 웨이크 2'로 돌아왔다.

전작 앨런 웨이크는 주인공 앨런 웨이크가 소도시 브라이트 폴즈에서 아내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앨런의 직업인 작가라는 요소를 십분 활용해 게임에서 발견하고 작성하는 원고에 따라 현실이 정해지는 독특한 콘셉트로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았고, 난해하지만 흡입력 높은 줄거리와 몰입감을 한층 높여주는 연출로 스릴러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약 13년 동안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컨트롤'이나 '퀀텀 브레이크'를 통해 이런저런 설정이 밝혀지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여오다가 마침내 후속작인 앨런 웨이크 2가 출시되었다.

이번 작품은 독특하게도 FBI 요원인 사가 앤더슨과 원작 주인공인 앨런 웨이크가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병렬적인 구성을 택했다. 사가 앤더슨은 연속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동료 알렉스 케이시와 함께 전작의 무대였던 브라이트 폴즈로 파견되고, 그곳에서 과거 FBI였던 로버트 나이팅게일의 살해 건과 나무의 교단에 얽힌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반면 앨런 웨이크는 전작에 이어 현실 시간으로 13년 동안 어둠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전작에서도 내러티브의 중요 요소였던 원고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이상 현상에 맞서게 된다.

앨런 웨이크 2에서 가장 호평할 만한 부분은 바로 조사하고 탐문하는 어드벤처 파트다. 사가 앤더슨은 FBI 요원답게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마음의 공간'에서 그동안 입수한 단서들을 짜 맞추고, 특정 인물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마음의 공간에서 정리한 내용들은 새로운 단서를 떠올리거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단순히 어떤 아이템을 습득해 다음 지역이나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는 기계적인 방식이 아니라 게이머가 직접 수사하고 추리하는 느낌을 선사하면서 사가 앤더슨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앨런 웨이크를 둘러싼 사건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앨런 웨이크의 경우 '작가의 방'에서 플롯을 전환하며 세계를 개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너진 터널 지역에서 '실종된 FBI 요원' 플롯을 사용하면 폴리스 라인과 핏자국이 보이는 사건 현장이 되지만, '살인 교단' 플롯을 적용하면 사람을 죽이는 사이비 교단이 무너진 터널 뒤에서 섬뜩한 행위를 벌이는 것처럼 붉은빛으로 으스스함이 넘치는 장소가 나타난다. 원고에 따라 현실이 정해지는 전작의 요소를 어둠의 세계를 개변시키는 앨런 웨이크의 능력으로 나타낸 듯한 방식이다. FBI로서 단서와 증언으로 추리하는 사라와 달리 다양한 플롯과 상상력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색다른 플레이 방식으로 게임을 환기시킨다.

전투는 전작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어둠의 세계에서 그림자로 나타나는 적들을 빛으로 약화시키거나 빛 속으로 들어가 적들을 피하는 등 제한된 빛과 탄약을 사용해 생존하는 것이 목표다. 총의 말씀이나 램프의 말씀 등 수집 요소를 통해 체력 회복, 마지막 탄환 공격력 증가, 광원 회복 등 다양한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뇌를 잠깐 빼두고 화기를 여유롭게 난사하거나 쉬지 않고 광원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제한된 소지품을 가지고 생존하는 것은 이런 호러 어드벤처나 서바이벌 게임에서 흔히 택하는 방법이고, 적어도 기본기를 지킨 만큼 게이머 개개인의 취향 이상의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못내 아쉬웠던 부분은 적들이 사람 아니면 개 정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전투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전투 방식을 바꾸기 어려웠다면 적어도 적들이라도 다양하게 만들어 새로운 적에 대한 기대와 공포를 제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후속작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전작에서 이어지는 뛰어난 연출이 돋보인다.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주는 컷신, 챕터와 챕터를 이어주는 BGM,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제목들은 작품의 미학적인 부분을 한층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준다. 한편으론 전작을 했던 게이머라면 반가워할 만한 캐릭터와 장소, 사건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려준 팬에게 기쁨을 준다.

앨런 웨이크 2는 팬들이 기다려온 바로 그 작품임에 틀림없다. 뭔가 있어보이는 설정들과 그것을 적절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연출, 전작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뿌려온 떡밥들을 곳곳에 배치해 반가움을 느끼게 하는 점까지 시리즈 팬들에겐 너무나도 맛있게 느껴질 진수성찬이다.

반면 이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두 주인공의 병렬 진행으로 인해 난해한 스토리가 더 난해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많지 않은 전투과 비슷한 적들은 지루함을 줘서 엔딩을 보고 나면 몇몇 점프 스퀘어와 퍼즐만 기억에 남는 마치 그래픽 좋은 포인트 앤 클릭 게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국내 한정으론 어색한 번역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몰입감이 군데군데 깨지는 문제도 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레메디스러운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멋진 비주얼로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즐기는 게이머, 차라리 영화나 드라마를 찾을 게이머, 양쪽 모두 존재할 법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작품은 강화된 어드벤처 파트 덕분에 세계관에 빠져드는 매력을 한층 살렸으니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겠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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