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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라리안 스튜디오 '발더스 게이트 3', 어떤 의미로든 고전 RPG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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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안 스튜디오가 개발한 '발더스 게이트 3'는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19년 만의 신작이자 던전 앤 드래곤 포가튼 렐름 세계관에 기반한 RPG다. 현존하는 판타지 RPG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던전 앤 드래곤에 기반을 둔 만큼 발더스 게이트 3는 '고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게임이다.

게임은 괴상한 비행선에 납치된 플레이어가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문어를 닮은 지성체가 플레이어와 주변 납치된 인물들의 머릿속에 벌레를 집어넣고, 우여곡절 끝에 탈출한 이들이 벌레를 꺼내는 방법을 찾아 모험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라리안 스튜디오는 이 짧은 시작 배경을 멋진 트레일러로 만들어냈다.

플레이어는 시작부터 크툴루를 닮은 둥둥 뜬 문어 인간을 발견하고, 이상한 구조물에 묶인 녹색 피부의 여성 캐릭터, 눈 속으로 들어온 이상한 벌레, 성 위를 날아다니는 거대한 문어 함선, 용을 타고 날아다니는 기수들,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추격전에서 판타지 세계의 모험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캐릭터 생성을 통해 자신이 펼칠 모험을 한껏 기대하게 된다.


모험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을 한 시작 트레일러에 담았다 = 게임조선 촬영


문어 함선이 공간을 넘나들며 지옥을 날아다니는 장면이라니... 시작부터 두근거리게 만든다 = 게임조선 촬영

플레이어의 분신인 캐릭터는 종족부터 능력치까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커스텀 캐릭터와 미리 설정된 오리진 캐릭터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만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아스타리온, 레이젤, 게일, 섀도하트, 윌, 칼라크 6명의 오리진 캐릭터는 게임 중 선택에 따라 동료로 맞이할 수 있다.

커스텀 캐릭터는 크게 종족, 클래스, 배경, 능력치를 골라 생성할 수 있으며, 조건에 따라 같은 엘프도 하이 엘프와 우드 엘프, 같은 워록도 악마를 섬기는 워락과 대요정을 섬기는 워록 등 세세한 선택지가 생긴다.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은 엘프와 티플링, 드로우, 인간, 기스양키, 드워프, 하프 엘프, 하플링, 노움, 드래곤본, 하프 오크 11가지며, 클래스의 경우 바바리안, 바드, 클래릭, 드루이드, 파이터, 몽크, 팔라딘, 레인저, 로그, 소서러, 워록, 위저드 12가지다. 이 중에서 클래스는 게임 중 합류하는 NPC를 통해 다른 클래스로 바꿀 수 있다. 외형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논바이너리 및 기타 3가지 중 고를 수 있으며, 꾸밀 수 있는 범위는 8가지 얼굴형과 피부색, 문신, 눈 색, 눈 화장, 머리 모양 정도다.

이렇게 만든 캐릭터는 모험을 통해 얻은 경험치로 레벨업을 하면서 성장한다. 최대 레벨은 12로 한 클래스에 12레벨을 몰아줄 수도 있지만, 여러 서브 클래스를 선택해 소서러 5, 워록 6, 클레릭 1 같은 캐릭터도 만들 수 있다. 레벨업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서브 클래스를 얻을 수 있다. 워리어는 레벨업을 하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는 배틀 마스터와 주문을 사용하는 엘드리치 나이트, 무력에 모든 것을 쏟은 챔피언 중 하나를 서브 클래스로 선택 가능하다.


여러 선택지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나의 캐릭터 = 게임조선 촬영


외형은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적지만, 적당히 미형으로 꾸밀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RPG의 가장 기본인 레벨업에 따라 나만의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발더스 게이트 3는 선택과 운의 연속이다. 머릿속에 든 벌레를 해결한다는 모험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지만, 그 방법은 NPC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를 해결하든 무력을 사용해서 상황을 해결하든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NPC와 대화를 하거나 특정 상황을 마주했을 땐 주사위를 던져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주사위를 던져 제시된 숫자와 같거나 높은 숫자가 나오면 성공, 그렇지 않으면 실패로 처리되며, 주사위를 던지는 캐릭터의 능력과 스킬, 아이템 상황, 동료의 도움 등으로 결괏값에 추가로 숫자를 더하거나 주사위를 여러 개 던지는 등 보너스를 얻을 수도 있다. 이는 던전 앤 드래곤 같은 TRPG에서 상황을 처리하는 방식과 비슷한 방식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턴 모드를 켜거나 전투 중에는 캐릭터마다 순서대로 행동하는 턴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시간 모드에선 6초를 1턴으로 상정하며, 버프와 디버프, 환경 효과 등도 해당 기준에 맞춰 상태가 변한다. 예를 들어 10턴짜리 거울상 주문을 실시간 모드에서 사용했다면 1분 동안 지속되는 식이다.

캐릭터들은 턴 당 한 번 재생되는 행동과 마찬가지 빈도로 재생되지만, 전투 자원인 추가 행동을 사용해 행동한다. 여기에 종족과 클래스, 각종 부가 효과에 따라 추가되는 주문 슬롯, 우월성 주사위, 신성력 전달 등 추가 자원이 생기며, 각 자원은 짧은 휴식, 긴 휴식 등 특정 조건에 따라 회복된다.


큰 목적은 달라지지 않지만, 그 목적에 이루는 길은 여러가지다 = 게임조선 촬영


원한다면 고블린과 대화로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주사위를 굴리면 굴릴수록 왜 RPG에서 다이스갓을 찾는지 알게될 것이다 = 게임조선 촬영

RPG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전투는 턴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캐릭터의 능력, 위치, 주변 환경에 따라 공격과 방어 시 유불리가 달라지며, 명중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적과 근접한 상태에서 이탈을 시도할 경우 일반적인 상황에선 적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전투 시 캐릭터들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아군 캐릭터의 HP가 0이 되었다면 턴 마다 주사위를 굴려 테스트를 진행해 3번 실패 시 사망하게 된다. HP가 0이 된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사망한 캐릭터는 아이템이나 NPC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

발더스 게이트 3의 전투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플레이어가 상상하는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름을 던지고 불을 붙여 폭발을 일으키거나 물을 뿌리고 번개를 날려 집단 감전을 노릴 수도 있다. 또 주변의 물체를 쌓아 의도적으로 고지대를 만들거나 적의 움직임을 막는 등 상상력이 곧 무기라고 해도 좋을 전도로 다채로운 전술과 전략을 맛볼 수 있다.

다만 적 캐릭터들의 행동이 다소 어색해 몰입이 깨질 때가 있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은 시야다. 큰 문이 있는 경우엔 조용히 암습 후 후퇴해 문을 닫는 것으로 적들의 추격을 쉽게 피할 수도 있다. 또 바로 옆방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어도 시야가 닿지 않으면 전투 후 아군 캐릭터를 경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몰입이 중요한 RPG인 만큼 이런 작은 부분들이 게임의 완성도를 낮추는 느낌이다.


플레이어가 공격할 땐 공격을 위한 캐릭터의 이동 경로, 주변 상황, 명중률을 보여준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 후엔 죽음의 문턱에 있는 캐릭터를 꼭 신경쓰자 = 게임조선 촬영


기름을 던지고 불을 날려 폭발시키는 등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무궁무진하다 = 게임조선 촬영

한편으론 최근 RPG와 비교해 지나치게 고전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UI다. 그중에서도 아이템을 구분하기 힘든 인벤토리와 원하는 행동을 찾기 힘든 행동바는 게임 진행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다. 이 두 가지 UI는 게임 플레이에 있어 없어선 안될 부분이고, 가장 자주 보는 UI인 만큼 게임이 끝날 때까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다른 부분으론 다이스 표시가 있다. 열심히 다이스갓을 찾으며 TRPG와 ORPG를 즐긴 플레이어라면 큰 불편 없이 수치를 비교할 수 있지만, 주사위를 굴려본 경험이 없는 플레이어는 1d8 무기와 2d4 무기 중 어떤 무기가 더 나은지 알기 어렵다. 물론 '1~8 대미지'처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값을 제공하지만, 좋은 DM이라면 왜 그런 값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하고, 더 좋은 장비,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르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를 위해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인벤토리와 행동바는 보는 내내 심란하게 만든다 = 게임조선 촬영


이런 게임이 낯선 플레이어라면 1d8이 무엇인지, 어떤 장비가 더 좋은지 헷갈릴 것이다  = 게임조선 촬영

발더스 게이트 3는 던전 앤 드래곤을 비롯한 TRPG의 가장 큰 장점인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장 잘 보여준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원하면 평화적으로 일을 해결할 수 있고, 가는 길을 피바다로 만들 수 있고, 압도적인 무력과 압도적인 마법, 기상천외한 해결법과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게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자유도와 상호작용을 담았다. 특히나 다양한 빌드를 통해 나만의 캐릭터로 승리를 쟁취하는 전투는 고전적인 턴 방식 RPG의 재미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적 캐릭터들의 행동 방식과 UI는 지나치게 고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오랫동안 준비한 빌드로 기발한 전술을 사용했는데 적 캐릭터가 어색하게 반응할 때, 전투가 끝나고 가장 즐거워야 할 아이템 루팅 과정에서 난장판인 인벤토리를 열었을 때 환상적인 세계는 컴퓨터 속 게임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더스 게이트 3가 고전적인 RPG를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불편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다음 퀘스트를 수행하러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매력적인 세계와 다채로운 전투, 끝없는 캐릭터 메이킹의 재미가 그 어떤 게임보다 생생히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마치 RPG의 빠져들게 만드는 이유를 하나의 게임으로 구현한 듯한 작품인 만큼 당분간 많은 RPG가 발더스 게이트 3와 비교당하게 될 것이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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