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트의 대표작이자 아틀리에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마리의 아틀리에'가 25주년을 기념해 리메이크로 돌아왔다.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가 13일 출시한 '마리의 아틀리에 Remake ~잘부르그의 연금술사~'는 1997년 출시된 '마리의 아틀리에 ~잘부르그의 연금술사~'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서 연금술 RPG라는 기틀을 다진 만큼 신작인 '소피의 아틀리에 2 ~신비한 꿈의 연금술사~', '라이자의 아틀리에 3 ~종극의 연금술사와 비밀의 열쇠~'와 함께 25주년 기념작으로 선정되어 출시됐다.
아틀리에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만큼 기본 구조는 후속작들에 비해 간단하다. 스토리는 연금술 아카데미 낙제 위기에 처한 주인공 마를로네가 잉그리드 선생님에게 공방을 받고 5년 뒤 졸업 자격을 증명하라는 과제를 받아 아틀리에를 운영하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모험을 하거나 전투를 하며 연금술 재료를 모으고, 자신이 사용할 아이템이나 마을 사람들의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연금술을 사용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아틀리에 시리즈의 기틀을 확립한 것이다. 이후 출시되는 시리즈는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제한 시간이 사라지거나 연금술이나 전투 방식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발전해 왔다.
시간 제한과 아틀리에 운영은 시리즈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 게임조선 촬영
모험과 전투, 의뢰를 하면서 연금술 실력을 높이는 것이 게임의 흐름 = 게임조선 촬영
반복 플레이 목표는 동료나 새로운 지역의 이벤트 수집 = 게임조선 촬영
제한 시간이 있는 만큼 플레이 핵심은 시간 관리로 귀결된다. 5년이라는 시간은 언뜻 보기엔 길어 보이지만, 채집지를 오가는 시간, 채집 시간, 전투 시간, 연금술 시간을 고려하면 길다고 할 수 없다. 채집을 한 번 할 때마다 하루가 지나가고, 전투를 한 번 할 때마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특히 높은 등급의 연금술을 시도하면 10~20일 정도는 쉽게 지나가기 때문에 깊게 파고들면 플레이 내내 시간과 싸우게 된다.
물론 이런 시뮬레이션 RPG에 익숙하다면 첫 플레이에 현자의 돌을 만들고 아카데미 선생님들을 능가하는 연금술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달력 형태의 UI가 제공되지 않고, 주요 이벤트는 날짜로만 알려주기 때문에 생각 없이 플레이하면 원하는 이벤트를 놓치기 쉽다. 시간 관리가 중요한 게임인데 정작 시간 관리를 도와주는 요소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
채집을 한 번 수행하면 하루가 흐른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는 몇 턴을 사용해도 전투 1회 당 1일 = 게임조선 촬영
연금술은 완성품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르다 = 게임조선 촬영
연금술을 하려면 먼저 레시피가 필요하다. 레시피는 일반적으로 아카데미의 NPC 아우라 큘에게 참고서를 구입하거나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에서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현자의 돌 같은 특별한 아이템은 특정 조건 달성 후 등장하는 이벤트를 통해 제조법과 재료 정보를 알 수 있다.
레시피가 있다면 모험이나 상점, 이벤트로 얻은 재료를 사용해 공방에서 연금술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연금술에 필요한 아이템과 시간은 완성품에 따라 다르며, 0.3이나 1.7처럼 완벽하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소수점 이하 숫자는 모두 올림 처리된다. 예를 들어 연마제에는 페스트 0.3개가 들어가며, 하나를 만들 때 1.5일이 필요한데 실제로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시간은 페스트 1개와 2일이다. 만약 연마제 3개를 동시에 만들면 필요한 재료는 0.9개라 1개로 동일하지만, 필요한 시간은 4.5일이 되어 5일이 된다. 재료와 시간 어떤 것의 효율을 따지냐에 따라 아틀리에 운영 방침이 달라지게 된다.
요정은 시간 관리와 연금술 효율 양쪽 모두 큰 도움을 주는 요소다. 요정들은 요정에 숲에서 최대 7명까지 고용할 수 있으며, 업무 효율에 따라 1달에 필요한 유지비가 달라진다. 유지비가 가장 싼 요정은 마리의 1/7 효율로 일을 하며, 유지비가 가장 비싼 요정은 마리와 같은 효율로 일을 한다. 고용된 요정들은 효율에 따라 마리 대신 특정 지역을 채집하거나 연금술로 물품을 만들어준다. 희귀한 재료나 특정 등급 이상 연금술 완성품을 만들지 못하지만, 먼 지역의 재료나 하위 연금술 완성품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플레이 특성상 항상 시간에 쫓기는 만큼 요정 운영 방식에 따라 게임 난이도가 크게 뒤바뀐다.
연금술 레시피는 참고서나 도서관에서 획득= 게임조선 촬영
완성품에 따라 재료 양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 효율을 우선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 중반부부터 사용할 수 있는 요정은 일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는 마리와 고용한 동료를 합쳐 최대 3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고용된 동료는 채집지에서 귀환할 때마다 마리에게서 임금을 받으며, 임금은 동료의 호감도에 따라 줄어든다. 키르에릿히 파그너처럼 일부 이벤트는 특정 동료를 고용한 전투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많은 동료와 다양한 지역을 탐사하는 것이 이벤트 수집에 유리하다.
각 캐릭터는 최대 50레벨까지 성장하며, 전열과 중열, 후열에 배치해 능력치를 높일 수 있다. 전열에선 물리공격과 물리방어가 증가하는 대신 마법공격과 마법방어가 줄어들며, 후열에선 반대로 마법공격과 마법방어가 증가하는 대신 물리공격과 물리방어가 줄어든다. 중열의 경우 아무런 변화가 없다.
전투는 일반 공격과 방어, 스킬, 아이템 사용 중 하나를 사용해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턴 형식이다. 일반 공격은 사용 후에도 다음 턴이 빨리 찾아오지만, 스킬은 사용 후 다음 턴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사용할 필요가 있다. 아이템은 사용 시 MP가 소모되며, 전투 전 미리 장비해야 사용할 수 있다.
최대 3명의 동료를 공용해 전투에 참여 = 게임조선 촬영
각 캐릭터는 물리 특화인 전열과 특화 없는 중열, 마법 특화 후열에 배치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일부 전투 이벤트는 특정 캐릭터가 있어야 발생한다 = 게임조선 촬영
이번 작품은 리메이크 작품인 만큼 다양한 요소가 추가됐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경점은 역시 '무기한 모드'다. 통상 모드와 달리 5년의 시간제한이 없으며, 5년 이후 원하는 시점에 엔딩을 볼 수 있다. 일부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벤트를 모으는 게이머는 결국 통상 모드를 해야 하긴 하지만, 제한 시간에 압박을 느끼거나 이 시리즈를 처음 하는 게이머는 게임의 시스템을 여유롭게 만져볼 수 있는 모드다.
최근 작품에서 호평받은 포토 모드도 추가됐다. 포토 모드가 추가된다고 했을 때 탑뷰 고정 시점을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했는데 새로운 지역을 만들어 자유 시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이곳에서 벽지나 바닥을 바꾸며 특정 지역을 재현하거나 근처 숲 바닥에 아카데미 벽지, 큰 통을 여러 개 장식해 이세계를 만드는 등 게임 내 요소들을 십분 활용해 인상적인 포토 모드를 만들었다.
이 밖에도 잉그리드 선생님의 과제를 추가해 게이머들이 해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등장 캐릭터들의 교류 이벤트를 추가해 리메이크만의 특징을 만들었다.
마리의 아틀리에 Remake ~잘부르그의 연금술사~는 25년 전 작품을 토대로 만들어진 만큼 시스템적으로 다소 낡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발전한 그래픽과 신규 시스템 등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만한 요소는 충분히 준비한 느낌을 주었다. 오히려 게임 시스템보단 첫 엔딩까지 6~8시간 분량에 풀프라이스 가격이 다회차 플레이를 꺼려하는 게이머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게임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작인 만큼 할인 찬스를 활용한다면 기존 팬들에겐 추억을 선물하고, 아틀리에 시리즈를 해보지 못한 게이머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입문작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포토 모드는 따로 방을 만들어 고정 시점을 해결 = 게임조선 촬영
기존 팬에겐 추억을, 새로운 팬에겐 아틀리에 시리즈의 기본을 보여준 작품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