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에닉스의 간판 타이틀 파이널판타지의 신작 '파이널판타지16'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통해 데모 버전을 공개한 스퀘어에닉스는 강렬한 연출과 그래픽, 지금까지 와는 완전히 달라진 리얼타임배틀의 플레이 스타일까지 여러 부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고 있다. 데모 버전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데모 버전 이후 해당 게임의 퀄리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파이널판타지 특유의 감성을 살린 스토리를 잘 이어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에 파이널판타지16을 출시에 앞서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플레이 해보게 됐다.
◆ 전투
파이널판타지16의 가장 큰 변화는 전투에 있다. 파이널판타지15가 비교적 캐주얼한 전투 방식을 채용했다면, 파이널판타지는 이를 넘어 배틀커맨드를 생략하고 직접 조작을 통한 액션성을 가미했다. 또한, 시리즈 최초로 소환수를 조작해 소환수 전투를 지원하는 등 전투 부분에 있어서 이전 시리즈와는 이질감이 드는 차별화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어빌리티 조작이다. 어빌리티를 습득해 각종 액션을 구사할 수 있는데, 이전처럼 단순히 커맨드를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키를 함께 조작하거나 특정 타이밍을 노리는 방식으로 발동된다. 이를 통해 전투 중에 다양한 어빌리티를 끊임없이 쏟아낼 수 있어 한층 강렬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작중 도미넌트로부터 소환수의 힘을 흡수하고 나면 해당 소환수의 어빌리티를 추가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 게임이 진행될 수록 선택의 폭이 늘어난다. 소환수의 경우 최대 3개까지 선택해 장비할 수 있으며, 3개의 소환수를 전투 중에 스왑해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기본 어빌리티 외에 3개의 소환수까지 스왑을 해야 하며, 또한, 직접 어빌리티 커맨드를 입력해 나가야 하기 떄문에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는 조작법이기도 하다. 많이 플레이하면 당연히 익숙해지겠지만, 소환수 스왑에 따라 기본적인 조작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제법 있는 편이다.
또한, 방어적인 측면에서도 회피와 패링 등의 요소가 들어가면서 난이도를 더욱 올렸다. 회피의 경우 다행히 소울류처럼 스태미너와 같은 제약이 있지는 않지만, 다수의 적들로부터의 받는 공격을 꾸준히 회피하면서 전투를 해야하는 만큼 회피의 난이도도 생각보다 있는 편이다. 더욱이 소지할 수 있는 포션과 하이포션의 개수가 제한돼 있어 이부분 역시 난이도를 올린다.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비교적 높은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어 스토리 진행이 어려울 수 있는데, 스퀘어에닉스는 이러한 부분을 단순한 난이도 조정이 아니라 '액세서리'를 이용해 조정하고 있다.
게임 중에는 오토 어택, 오토 도지, 오토 포션 등의 다양한 액세사리를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각각의 액세서리는 착용하고 있는 동안 해당 기능을 영구하게 적용시켜 준다. 예를 들어 오토 어택의 경우 □ 키를 연타하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어빌리티 콤보를 이어나가게 만들어 준다. 오토 도지의 경우 적의 공격을 자동으로 회피하는 기능이 있으며, 오토 포션은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포션을 먹는 기능이 있다. 이외에도 슬로 도지(회피 타이밍에 화면늘 느리게 만들어 주는 액세서리)나 오토 토르갈(펫을 자동으로 조작하는 액세서리) 등이 있어 액세서리를 착용함에 따라 난이도를 대폭 조정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는 숙련 유저의 경우 특정 어빌리트의 공격력을 강화시켜 주는 어빌리티를 착용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을 늘렸다.
때문에 액션에 자신이 없는 플레이어도 스토리를 쉽게 즐길 수 있으며, 숙련이 될 수록 액세서리를 교체해가며 자신의 실력을 계단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단순히 체력을 늘리거나 피해량을 줄이는 식의 난이도 조정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난이도 조정으로 플레이어의 입맛대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가며 즐길 수 있어 유용하다.
한편, 전투에는 동료와 펫(토르갈) 역시 참여를 하게 되는데, 펫의 경우 직접적인 추가 명령(공격, 회복, 돌진)을 통해 게임을 풍성하게 해주며, 동료는 별도의 AI를 가지고 전투를 진행한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기 떄문에 동료와 펫(토르갈)이 있는 전투에서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보스전 등에서는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느낌으로 생각해야 한다.
◆ 소환수
파이널판타지16의 핵심은 바로 '소환수'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인 전투 어빌리티 역시 소환수에 기대고 있으며, 스토리 전개 역시 소환수가 깃든 자 '도미넌트'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여기에 한술 더떠 파이널판타지16은 기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소환수를 조작한 대소환수전이 준비돼 있다.
마치 일본 특촬물의 괴수 대결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으로 구현된 소환수 전투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소환수가 돼 다른 소환수와 직접 전투를 벌이는 콘텐츠다. 일반 전투에 비해 당연히 조작법이 단순화 됐고 액션이 적은 편이며 컷씬 연출에 많이 의존하는 형태의 전투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전투를 치열하게 한다기보다는 스토리 상의 시네마틱 전개를 좀 더 배틀로 그려낸 듯한 형태를 보이는데, 이부분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딜 자체도 들쭉날쭉하고 QTE에 의존을 많이하며 인간 형태의 전투에 비해 스타일리쉬한 조작 요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러한 소환수 전투 역시 다양해지고 조작의 재미가 좀 더 생기기는 하지만 역시나 기본 전투에 비해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시도 자체를 했다는 점에서 꽤나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곁다리가 될 수 있는 소환수를 전투의 영역에 직접 끌어들이면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전투의 재미를 분명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퀘스트와 스토리
파이널판타지16은 분명 싱글플레이 게임임에도 게임의 구성이 다소 온라인 게임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 단편적인 예가 바로 퀘스트의 진행이다.
오픈월드가 아닌 만큼 일자 진행의 구도를 가지고 있는데, 주요한 메인 스토리 외에 사이에 껴있는 퀘스트가 비교적 힘이 빠지는 편이다. 예컨대 특정 지역에 오면 다시 해당 지역 NPC로부터 사소한 서브퀘스트 급의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이러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마을에서 얼마 나가지도 않아 몬스터를 몇마리 잡는다거나 어딘가를 방문하고 오기 등 반복적이고 단순한 구조인데다 스토리 자체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편이다.
서브 퀘스트의 경우 메인 퀘스트와 별개로 진행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콘텐츠인데, 좀 더 파이널판타지16의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구성됐다. 서브 퀘스트의 구성 자체가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여러 잡 퀘스트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세계관의 몰입도를 올려주지만 반대로 상당히 진부하고 특별하지 않은 콘텐츠가 발목을 잡는 편이다.
스토리의 경우 그동안 7이후 정통 판타지의 느낌을 벗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아왔던 형태를 완전히 뒤집고 정통 판타지의 요소를 잘 그려냈다. 주인공의 왕도적 성장물을 잘 그려냈으며, 여러 시간대의 주인공을 그려내 좀 더 몰입감을 잘 살린 것은 분명한 플러스 요소다.
특히, 게임 플레이에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성된 스토리 컷씬은 앞서 언급한 오토 액세서리 등으로 RPG의 핵심 재미 중 하나인 전투를 스킵한다쳐도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뻔한 클리셰, 일본 애니메이션식 왕도물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반전과 복선 요소가 많고, 비주얼적으로 화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충분히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다.
◆ 디테일
파이널판타지16은 여러 부분에서 디테일적인 면을 강조했다. 배경 그래픽에서 상당히 집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캐릭터나 소환수 역시 PS5 타이틀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그래픽 묘사는 단순히 그래픽 퀄리티가 좋다를 떠나 자연스럽게 구성됐으며, 판타지 세계관에 어울리는 요소를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파이널판타지라는 정체성을 잘 살린 도트 캐릭터 세이브나 BGM 등이 16을 모르는 사람이 척봐도 파이널판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을정도로 세밀하게 작업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PS5 듀얼센스의 기능을 극대화해 필드와 던전, 전투의 체감을 진동과 사운드 등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해내고 있어 몰입감을 상승시켰다.
때문에 얼핏보면 그저 좋은 그래픽이 아닌 파이널판타지다운 게임을 그려내고 있으면서 동시에 PS5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타이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앞선 시리즈를 굳이 해볼 필요는 없지만, 앞선 파이널판타지를 해본 플레이어라면 여러 부분에서 오마쥬나 패러디, 필수 요소 등이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파이널판타지16은 RPG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스토리와 전투 등을 훌륭하게 잘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으며 집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최초로 성인 등급을 받은 만큼 묘사 부분에서 부담을 느낄 플레이어도 있을 수 있으나 전쟁의 참혹함, 적나라한 범죄상 등을 최대한 순화해가며 표현하고 있어 크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 있는 스토리와 새로운 형태의 액션 RPG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파이널판타지16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