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자의 아틀리에 시리즈가 '라이자의 아틀리에 3 종극의 연금술사와 비밀의 열쇠'로 마무리되었다. 2019년 처음 등장한 라이자는 이제 4년의 시간을 거쳐 평범한 섬마을 시골 소녀에서 당대 최고의 연금술사가 되었다.
이번 작품의 이야기는 크게 '커크 군도 문제 해결'과 '라이자와 동료들의 성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이야기는 갑자기 나타난 커크 군도로 인해 라이자의 고향인 쿠겐 섬에 이상 현상이 일어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모험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라이자는 옛 동료이자 소꿉친구인 타오와 렌트, 보스와 다시 만나 힘을 합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 페데리카나 디안, 칼라 같은 새로운 동료와 인연을 맺기도 한다.
커크 군도 문제는 이번 작품의 핵심 사건이다. 커크 군도는 당대 최고의 연금술사를 부르는 '만상의 대전'의 입구로 신대 연금술의 산물이다. 즉, 커크 군도와 만상의 대전은 1편부터 주인공들을 괴롭혀왔던 문과 이계 문제의 근원이다. 라이자 일행은 커크 군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술사의 연구를 토대로 마석 공예가 발달한 사르도니카, 신대 주민들의 후예인 포레 마을, 생존한 오렌족들의 이계 마을인 윈돌까지 방문한다. 그리고 과거 연금술사들이 범한 과오를 알게 되고, 최종적으로 만상의 대전에 얽힌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번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다.
라이자는 커크 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겐 섬 출신 친구들을 비롯한 과거 동료들과 재회한다. 이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라이자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소꿉친구였던 타오는 이제 학술원에 추천만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유적 탐사에 큰 도움이 되어주며, 여러 지방을 다니며 관록이 생긴 렌트는 그 경험으로 위험으로부터 동료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모험가가 되었다. 클라우디아와 보스는 한 가문의 후계자로서 가족과 마을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라이자를 지원하는 마음의 지지대가 되어준다.
다시 모인 라이자와 동료들 = 게임조선 촬영
갑자기 나타난 커크 군도를 해결하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 게임조선 촬영
보스 너 이녀석 많이 컸구나 = 게임조선 촬영
이처럼 라이자의 아틀리에 3은 이야기 전반에 걸쳐 과거 이야기와 연결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만약 라이자 시리즈 아틀리에를 처음 한다면 3편을 하기 전에 1편과 2편을 먼저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3편에는 이전의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롤로그 무비가 준비되어 이것만 봐도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온전히, 보다 정확하게는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느끼려면 전작들을 꼭 해봐야 한다.
특히 이계로 넘어가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킬로나 휘와 재회하는 장면은 시리즈를 계속 해온 팬들에겐 큰 선물이 되었다. 이번 작품이 처음이라면 단순히 킬로라는 정령술사와 휘라는 이계의 생물을 다시 만난 것에 감정을 이입하기 어려울 것이며, 과거 작품을 모두 해봐야 비로소 각 시리즈에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동료들과 재회하는 감동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라이자의 스승인 엠펠이 문과 자신의 수명에 대한 진실을 알았을 때, 보스와 킬로가 다시 만났을 때, 타오와 파트리샤가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 느끼는 감정에 온전히 공감기 위해 꼭 전작을 해볼 것을 권한다.
처음하는 게이머라면 '그렇구나~' 이상의 감상을 느끼기 어려울 것 = 게임조선 촬영
휘와 재회는 이번 작품 최고의 장면이었다 = 게임조선 촬영
보스 너 이녀석 진짜 많이 컸구나!! = 게임조선 촬영
새로운 캐릭터들의 디자인이나 서사도 한 작품 내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지역의 유지가 되어 큰 단체의 조율을 맡아야 했던 페데리카, 고루한 마을의 방식에 답답함을 느꼈던 어린 소년 디안, 오랜 시간 만상의 대전 연금술사로부터 문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연금술사인 라이자를 인정해 주고 이끌어주는 이계의 대표 칼라까지 작품에 주제에 어울리면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동안+어른 말투+마이웨이 성격이라니 최고 아닙니까 = 게임조선 촬영
갑자기 나타나 라이자의 장래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납득할 만한 연출이었다 = 게임조선 촬영
이번 작품만의 특징은 바로 '비밀의 열쇠'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아틀리에에서 자동으로 충전되는 '허무의 열쇠'와 직접 만들 수 있는 '무구의 열쇠'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 열쇠를 랜드마크나 체력이 떨어진 몬스터에게 키 메이크를 사용하면 특별한 효과를 지닌 열쇠로 변한다. 이렇게 만든 열쇠는 캐릭터에게 장비처럼 장착시켜 '심벌 효과'를 부여하거나 전투 중 키 체인지를 실행해 '버스트 효과'로 캐릭터를 강화할 수도 있으며, 연금술에 투입해 '신서사이즈 효과'로 특별한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다. 또한 여행 중에는 '어드벤처 효과'로 특정 지역의 결계를 해제하거나 채집 품질과 수를 증가시키고, 주변 몬스터의 주의를 끌지 않는 스텔스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작품의 상징 열쇠 = 게임조선 촬영
랜드마크나 몬스터에게 사용해 효과를 부여한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부터 연금술까지 거의 모든 곳에 사용된다 = 게임조선 촬영
아틀리에 시리즈의 상징인 연금술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연금술 자체는 전작들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좀 더 직관적인 방식으로 개선되어 개념만 배운다면 입문자도 쉽게 다룰 수 있다. 문제는 재료 찾기가 번거로워 준비 단계부터 지친다는 것이다.
라이자 시리즈의 연금술은 머테리얼환에 재료 아이템을 투입해 진행한다. 처음부터 열려있는 기본 머테리얼환에 각종 재료를 투입하면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고, 추가로 개방되는 머테리얼환에 알맞은 유형과 속성을 가진 재료를 채워 넣으면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재료 아이템에 있는 특성을 최대 3개까지 아이템에 옮겨 특별한 아이템을 만들거나 얻기 힘든 초특성으로 4번째 특성을 얻을 수도 있다. 단, 재료는 정해진 투입 횟수 내에서만 넣을 수 있으며, 투입 횟수는 라이자의 스킬 상승이나 비밀의 열쇠 등으로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비밀의 열쇠'와 '링크 콜'로 한층 다양한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다. 비밀의 열쇠는 투입 횟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효과에 따라 품질 상승, 제작 개수 증가, 투입 횟수 증가 등 결과물에 이로운 효과를 부여한다. 또 링크 콜은 재료를 사용해 기본 머테리얼 하나의 효과를 다른 효과로 바꿔 전혀 다른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불속성 폭탄 프람의 기본 효과 하나를 빙 대미지로 바꿔 화 대미지와 빙 대미지를 동시에 주는 폭탄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금술은 기존의 간결한 방식에 추가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쉽게 다룰 수 있지만, 그 기본이 되는 재료 찾기는 굉장히 번거로워 선뜻 손대기가 어렵다. 일단 이번 작품은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1편과 비교했을 때 맵 크기가 4배 정도 늘어났다. 각 지역 내 이동은 로딩이 없는 심리스 방식으로 변해 탐험 자체는 쾌적해졌으나 소재 수와 몬스터 수가 크게 늘어 원하는 재료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도감이 있긴 해도 한 번 입수한 재료만 입수 방법이 나오고, 이조차도 대략적인 위치만 나와 활용하기 쉽지 않다. 결국 게임 외부 정보를 의존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몰입도를 저해됐다.
열심히 만든 재료로 동시에 속성을 개방할 때 쾌감이란 = 게임조선 촬영
나만의 특성을 가진 새로운 아이템을 만드는 재미가 바로 아틀리에 시리즈의 핵심 = 게임조선 촬영
다만 다음 작품에선 재료 찾는 스트레스가 줄길 바란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 역시 전작과 비슷한 실시간과 턴을 조합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캐릭터와 몬스터는 시간에 따라 Wait Time 게이지가 차오르고, 가득 차면 행동할 수 있다. 이때 캐릭터는 일반 공격과 스킬,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공격으로 AP를 모아 스킬을 사용하고, 스킬을 사용해 모은 CC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식이다. 또한 스킬과 아이템으로 택틱스 레벨을 높일 수 있는데 택틱스 레벨을 높이면 여러 효과가 추가되고,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강력한 스킬인 '페이탈 드라이브'를 발동할 수 있다.
전투에는 전열 3명과 후열 2명 총 5명이 참가한다. 게이머가 직접 조종하는 캐릭터 외 다른 캐릭터들은 지시를 내려 통상 공격만 하는 '서포트 모드'와 스킬 및 아이템을 사용하는 '어그레시브 모드'를 바꿔줄 수 있다. 또한 파티에 속한 캐릭터들은 특정 상황에서 조건을 만족하면 추가 스킬을 사용하는 '액션 오더'를 사용하고, 액션 오더를 사용할 때 쌓이는 오더 카운트를 모아 필살기인 '오더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몬스터가 강력한 공격을 준비할 때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가 마법 공격을 요청하고, 게이머가 이를 실행하면 해당 캐릭터가 이어서 액션 오더를 실행하는 것이다.
일반 공격과 스킬, 아이템의 순환 구조와 액션 오더나 오더 드라이브 등 파티 내 캐릭터들의 연계는 다채로운 전투 경험을 제공하지만, 전투 UI가 이런 경험을 망친다. 우선 정보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내가 사용했던 스킬이 무엇인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또한 전투 화면의 시점이 지나치게 낮고 캐릭터와 가까워 적의 상황을 한눈에 알기 어려워 대처할 때 불편하다. 전투 시스템의 완성도가 상당한 만큼 좋은 경험을 깎는 UI 구조는 아쉬울 따름이다.
전투는 실시간과 턴을 합쳐놓은 느낌 = 게임조선 촬영
후열 아군과 교대해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AP와 CC를 쌓고 소모하는 마치 퍼즐 같은 전투 = 게임조선 촬영
라이자의 아틀리에 3는 시리즈 마지막 작품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몇 가지 생략되거나 분량을 조절한 부분도 있지만, 그럼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라이자와 동료들이 모험을 통해 성장하고, 또 모험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 전작을 해본 게이머라면 그들의 뒷이야기를 더 볼 수 있다는 점, 처음 해본 게이머라면 캐릭터 하나하나의 서사가 완성되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아틀리에 시리즈는 라이자 시리즈를 통해 게이머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3연작이 기존 작품들처럼 제목을 딴 '비밀 시리즈'보다 '라이자 시리즈'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캐릭터 게임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만큼 차기작에선 또 어떤 연금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마지막 여행은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줬다 = 게임조선 촬영
1편부터 했던 유저라면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 작품 = 게임조선 촬영
사실 가장 아쉬운 것은 더 이상 라이자와 모험을 할 수 없다는 사실 아닐까?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