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귀여운 일러스트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었던 그 게임,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 리바이브'가 파이널 CBT로 돌아왔다.
트릭컬 리바이브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보여줬다. 최초 '롤 더 체스'를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디얍 영입 후 모든 일러스트를 디얍의 화풍에 맞춰 교체하며 트릭컬로 변모했다. 그리고 2021년 9월 27일 출시 후 하루 만에 오픈 베타로 전환, 10월 2일 오픈 베타가 종료됐다. 사실 상 닷새 만에 서비스가 종료되고, 이후 핵심 일러스트레이터였던 디얍이 퇴사하기도 했지만, 개발진의 꾸준한 개발과 화제성에 힘입어 드디어 파이널 CBT라는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그동안 트릭컬은 디얍 일러스트 원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토체스 부류의 게임을 수집형 RPG 장르로 옮기려고 하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 어떤 장르의 재미를 살리지 못한 이도 저도 아닌 모습만 남았다. 그나마 이번 CBT에선 게임의 방향성을 보다 분명히 보여주면서 적어도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수집형 RPG와 오토체스 그 중간 어딘가 애매했던 트릭컬 = 에피드게임즈 제공
그리고 이번 CBT에서 흔들리는 볼따구 하나로 많은 유저를 사로잡았다 = 게임조선 촬영
가장 눈에 띄었던 변화는 귀여움이다. 디얍이 그렸던 이번 CBT에서 더욱 귀엽게 만들었다. 디얍표 화풍의 가장 큰 특징인 툭 튀어나온 볼따구와 얼빵한 표정을 한껏 살려서 캐릭터들의 귀여움을 한층 더 부각시켰는데 이게 제대로 먹혔다. 뽑기를 할 때도 캐릭터의 볼따구를 늘리고, 전투가 끝났을 때도 캐릭터 볼따구를 늘리고, 시도 때도 없이 캐릭터들의 볼따구를 늘려 앙증맞은 귀여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패러디다. 그 정점은 패러디로만 구성된 던전인데 파워 퍼프 걸이나 GTA, 사이버 펑크 2077 같은 미디어 소재는 물론 '개추 크레용' 같은 인터넷 밈을 게임적인 요소로 만들어 던전에 넣었다. 그냥 넣은 것도 아니고 활처럼 휜다는 던전 설명을 그저 밈이 아니라 크레용의 허리를 휘게 만들어서 활처럼 쏘는 방식으로 해석해 유쾌함을 더했다.
단언컨데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뽑기 방식 = 게임조선 촬영
보스조차 볼따구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 좀 해본 게이머라면 '아!'하고 탄성을 내뱉을 패러디 = 게임조선 촬영
설명에 허리가 활처럼 휜다고 해서 그저 드립인줄 알았는데 진짜 활처럼 휘더라 = 게임조선 촬영
전투는 일반적인 수집형 RPG에 오토체스의 무작위 강화를 약간 첨가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투에 진입하기 전 투입할 캐릭터와 장비, 스펠을 고르고, 전투에 진입하면 캐릭터들이 자동으로 적과 싸운다.
지난 테스트와 비교하면 전투 준비부터 굉장히 간소화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오토체스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시너지를 삭제한 대신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상성 관계를 넣고, 한 팀에 같은 상성 캐릭터가 여러 명 참가하면 능력치가 오르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변경했다. 오토체스의 영향은 이제 전투 중 캐릭터 승급과 장비 착용 정도만 남았으며, 그만큼 전투가 단순해져 피로감이 줄었다.
캐릭터는 전투 준비 단계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같은 캐릭터 카드를 선택해 한 학년씩 성장해 최대 6학년까지 성장한다. 6학년이 되면 전투에서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졸업 스킬이 추가되며, 그 외 기본 능력치도 크게 상승한다. 다만, 6학년 승급이 너무 운에 좌우되고, 지금까지 보여준 던전은 6학년으로 승급하기도 전에 전투가 끝나 승급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이제 유저가 전투에서 신경쓸 부분은 캐릭터 승급, 아이템 착용, 스펠 사용 세 가지 정도 = 게임조선 촬영
시너지 대신 속성 상성으로 보다 캐릭터 게임에 가까워졌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의 귀여움을 강화하고, 전투를 단순화하면서 이전 테스트보다 조금 더 대중성을 얻는 것엔 성공했지만, 장기 서비스를 생각한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캐릭터와 카드로 나누어진 이중 뽑기다. 캐릭터 뽑기는 말 그대로 전투에 사용할 캐릭터를 뽑는 뽑기며, 카드 뽑기는 전투에서 캐릭터에게 착용시켜 능력치를 부여하는 '아티팩트'와 해당 전투에서 일종의 패시브 효과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펠'이 등장하는 뽑기다. 이번 CBT에서 보여준 뽑기만 놓고 보면 사실상 캐릭터와 아티팩트, 스펠을 뽑아야 하는 삼중 뽑기인 것이다.
아티팩트와 스펠 카드 성장 방식도 라이브 서비스에선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캐릭터의 경우 던전 재화로 강화할 수 있었지만, 아티팩트와 스펠 카드는 동일한 카드를 뽑아야만, 즉 다른 수집형 RPG에서 한계 돌파로 부르는 그 시스템으로만 육성이 가능했다. 물론 아직 CBT 단계인 만큼 뽑기 방식이나 육성법을 변경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만약 BM을 손보지 않고 이대로 출시한다면 수십 가지 아티팩트와 스펠 뽑기 매운맛에 귀여움이 퇴색되어 버릴 것이다.
이중 뽑기도 심기 불편한데 초월 시스템에 가까운 강화라니 = 게임조선 촬영
그나마 캐릭터는 수집 재화로 육성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귀여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캐릭터 게임은 수많은 게이머의 취향 중 적어도 하나는 들어맞도록 다양한 외모와 성격, 특징을 가진 캐릭터를 마련하는데 트릭컬의 캐릭터는 모든 특징이 귀여움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게이머를 포용하기 어렵다. 귀여움이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특징이긴 하지만, 진지하고 무서워야 하는 캐릭터조차 귀여워버리면 다른 캐릭터와 차별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질 것이고, 캐릭터가 늘어날수록 몰개성한 캐릭터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번 CBT는 트릭컬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개발진은 자신들이 가진 게임의 장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볼따구의 귀여움과 여러 번 서비스를 반복해 얻은 관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것에 성공했다. 한편으론 과금이나 캐릭터 매력의 한계 등 장기 서비스에 치명적인 걸림돌도 여기저기 보였다. 어쨌든 코드 뭉치라고 놀림당하던 무언가가 적어도 게임으로서 출발선에 무사히 선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에피드게임즈는 트릭컬 리바이브를 장기 서비스 궤도에 올리기 위해 세심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단순히 볼따구 원툴 게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면 잠깐 화제를 얻어 반짝 빛나는 초신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귀여움이 가진 장점과 딜레마를 극복할 때 트릭컬 리바이브는 게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귀여운건 좋지만 그 캐릭터가 그 캐릭터 같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