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블리자드의 인기 타이틀 PC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올해로 무려 18주년을 맞이했다. 10년은 아득히 넘어 무려 '성인 나이'가 된 와우는 오리지널을 포함해 무려 10번째 이야기 '용군단'을 들고 팬들의 곁을 찾아왔다.
이번 용군단은 워크래프트 사가의 대부분 큼직한 사건이 마무리된 어둠땅 이후 발매되는 확장팩인 만큼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사전 패치를 통해 오픈된 신규 종족이자 전직인 '드랙티르'를 통해 티탄을 섬기는 위상과 적대하는 원시비룡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여러모로 스토리 부분에서는 쉬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그리고 이미 워크래프트 사가에서 비중있는 악역들이 대부분 등장했기 때문에 용군단의 스토리나 트레일러는 다소 밋밋하다는 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용군단은 많은 부분에서 큰 변화와 도전이 돋보이는 확장팩이다. 이미 출시 전부터 용 조련술이라는 새로운 콘텐츠와 그동안 하는 사람만 즐겼다고 알려진 전문 기술의 리뉴얼, 신규 종족, 새롭게 해금되는 종족/직업 등 많은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사전 패치로 용군단 정식 업데이트 이전부터 즐길 수 있게 된 드랙티르 = 게임조선 촬영
◆ 시작은 소용군단부터
용군단의 시작은 소용군단부터 진행됐다. 전통적으로 와우는 정식으로 확장팩이 나오기전에 확장팩의 일부 요소가 해금됐다. 이번 소용군단에서는 정령 침공이 우선적으로 오픈했으며, 이어 신규 종족이자 직업인 드랙티르(기원사)가 오픈했다.
소용군단에서 빠른 레벨업과 장비 파밍이 가능했다 = 게임조선 촬영
정령 이벤트를 통한 빠른 레벨링이 가능했으며, 이벤트 한정으로 획득할 수 있는 계승품 장신구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었다. 네 종류의 정령을 각각 처리해 조각을 획득하고, 이를 합성하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정령이 랜덤하게 리젠 됐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난이도가 있었다는 평이다.
사실 계승품이라는 것 자체가 지나가며 착용하는 아이템인데다 후술할 '레벨업 속도' 문제도 있고, 기존 계승품 장신구도 존재하기 때문에 얻지 못해도 큰 문제는 아니지만 사실 기분 탓이기도 했다. 이벤트 이틀 전 계승품 작업을 진행해서 하루 진득하게 진행하니 획득 자체가 가능했다. 같이 이벤트에 참여한 유저끼리는 교환이나 나눔도 가능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벤트 한정으로 획득 가능했던 장신구 = 게임조선 촬영
오히려 빠른 부캐 레벨링과 동시에 252레벨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규나 복귀 유저의 경우 252레벨 아이템으로 용군단 초중반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발판이 돼 주었다.
◆ 신규 종족 겸 신규 직업, 드랙티르
신규 종족이자 직업인 드랙티르가 추가됐다. 드랙티르는 죽음의 기사와 악마사냥꾼에 이은 새로운 영웅 클래스로 58레벨부터 시작한다는 특징이 있다. 계정별로 서버 당 1개를 조건 없이 생성할 수 있으며, 추가 생성에는 레벨 제한이 존재한다.
드랙티르는 신규 종족인 동시에 고유 직업인 '기원사'만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제약이 있다. 악마사냥꾼의 경우 나이트엘프와 블러드엘프 각각 한 개의 직업만이 선택이 가능했지만, 종족 자체가 하나의 직업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드랙티르가 최초이다.
드랙티르는 용폼과 인간폼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드랙티르는 여러모로 신규 직업/종족으로 특이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첫 사슬 신규 클래스인 동시에, 첫 원거리 딜러 특성이 포함된 신규 클래스이기도 하다. 다만, 기존 원거리 직업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편이다.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사거리' 부분이다. 시스템 상 원거리 클래스로 분류되지만, 황폐 25m와 보존 30m라는 미묘한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중거리로 불린다. 이는 상당히 미묘한 사거리인데, 실제로 드랙티르를 플레이해 보면 다른 캐스터와는 다른 다소 답답한 면모를 보여준다.
대신 이러한 부분을 악사와 유사한 기동성을 통해 보완을 하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비행 스킬을 통해 자리를 빠르게 잡을 수 있으며, 주술사와 유사하게 이동 중에도 주문을 시전할 수 있는 보조 스킬을 보다 자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클래스와 다른 강화 주문이 존재하는 것 역시 묘미다. 시전을 길게 할수록 주문이 강화되는 형태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 상황에 맞는 판단이 중요하다.
전역 퀘스트에 따른 반복 작업은 존재한다. = 게임조선 촬영
오히려 일반적인 사거리의 평범한 원거리 클래스로 나왔다면 마법사나 흑마법사 등과 차별화가 불가피했을 수도 있는 만큼 신선한 시도라고 볼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한 성능은 추후 레이드와 쐐기 던전 등이 나와야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지루함 싹 날려주는 '용 조련술'
이번 확장팩에서 가장 큰 변화를 하나 손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용 조련술을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무수한 확장팩이 나오면서도 늘 불만 중 하나는 새 지역에 가면 날탈의 사용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사실 날탈은 필드 PvP나 퀘스트 난이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제한을 해두고 후에 업적 등을 통해서 해금을 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퀘스트 동선 등과 겹치면서 매번 확장팩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유저도 분명 존재했다는 점이다.
본캐는 물론 부캐도 쾌적하게 해주는 용 조련술 = 게임조선 촬영
이번 용 조련술은 첫 확장팩인 불타는 군단부터 이어진 날탈 전통을 그야말로 개선한 최고의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초반부를 조금만 진행하면 바로 용 조련술이 해금되면서 비행을 통해 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날탈과 다르게 체공 시간이나 비행 고도의 제약 등이 있으며, 반대로 비행 중에 용 조련술 스킬을 통해 추가적인 퍼포먼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레벨 업 과정에서도 다양한 조련술 스킬로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순간적인 점프나 속도 증가, 빠른 대시, 시간 되돌리기 등 다양한 비행 스킬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만 있던 날탈이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됐다.
용 조련술은 용의 섬 곳곳에 있는 '용 문양'을 획득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용 문양 근처를 비행하다 보면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나름대로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한, 해당 콘텐츠는 계정 단위로 지원하기 때문에 캐릭터 별로 반복해서 할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피로도를 줄여준다.
경주로 용 조련술 역시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 게임조선 촬영
한편, 용 조련술을 단순히 콘텐츠를 위한 '도구'에 국한하지 않고 콘텐츠로서 극대화한 것이 바로 '경주' 콘텐츠다. 용의 섬 전역에는 경주 NPC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 각 지역에서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는 경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경로에 맞춰 빠르게 이동하는 경주와, 일정 시간 안에 빠르게 고리를 획득해야 하는 경주가 있다. 각각의 경주에는 시간에 따라 금은동 메달이 지급되며, 업적도 존재하기 때문에 도전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 간소화된 레벨링과 숙제, 변화한 전문기술
용 조련술과 함께 호평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바로 빠른 레벨링과 사라진 숙제다. 와우는 기존 일일 퀘스트나 주간 퀘스트가 상당했고, 확장팩에 따라서는 유물 성장이나 주둔지 성장 등의 여러 요소가 더해졌었다. 당연히 게임을 깊게 파고드는 유저에게는 재미 면에서 좋았지만, 라이트 유저 입장에서는 상당한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다. 또한, 와우 내 다양한 전직을 여럿 즐기는 역시 상당한 장벽으로 다가왔다.
한 캐릭터의 대장정을 완료하면, 이후 캐릭터는 모험 모드와 전역 퀘스트로 레벨업을 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용군단은 이러한 부분을 크게 개선했다. 앞선 용 조련술 덕분에 레벨링 난이도가 상당히 쉬운 편인데다 숙제와 같은 부가 콘텐츠도 상당 부분 줄었기 때문에 현재로서 여러 캐릭터를 운용하는 것이 기존 확장팩들에 비해 대폭 난이도가 낮아졌다. 특정 주기로 초기화되는 전역 퀘스트, 평판작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평판 역시 영예로 세분화되면서 성장하는 재미와 보상을 좀 더 자주 제공해 집중도를 유지시켰다.
또한, 전문 기술이 크게 변화하면서 이전까지와는 새로운 형태로 유저에게 접근하고 있다. 전문 기술 숙련도를 100까지 채우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손쉽게 달성이 가능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전문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전문 기술에 좀 더 집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추가적인 전문화와 숙련도를 통해 전문 기술에도 여러 패시브 스킬이 도입됐으며, 전문 기술을 위한 전용 장비까지 추가되면서 깊게 팔 수 있는 또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전문 기술 안에 세부적으로 전문화가 존재한다 = 게임조선 촬영
용군단은 여러모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확장팩이다. 향후 나오는 콘텐츠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용 조련술과 숙제 콘텐츠의 간소화 등을 통해 이전까지와는 다른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간만에 복귀했음에도 위화감 없이 적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수를 자극하는 오밀조밀한 특성 시스템과 제법 난이도 높은 5인 던전 등 여러 부분에서 게임의 재미 포인트를 새롭게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라이트 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만큼 MMORPG에 목마른 유저라면 용군단에 도전해 보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비룡 외형도 수집해서 변경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대장정 퀘스트 중 꽤나 재미난 부분도 곳곳에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특성 시스템 = 게임조선 촬영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