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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아틀라스 '페르소나 5 더 로열' 스위치 버전, 갓겜에 단순 이식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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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의 '페르소나 5 더 로열(이하 P5R)'이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모두 지닌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닌텐도 스위치에 이식되었다.

P5R은 아틀라스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페르소나' 시리즈의 다섯 번째 넘버링 타이틀이다. 여신이문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여신전생' 시리즈 외전격이었던 페르소나 시리즈는 '페르소나 3'의 성공으로 여신전생에 버금가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사건을 파헤치는 페르소나 시리즈의 내러티브 구성은 시작부터 세계가 멸망하고 악마들과 거래하며 생존해야 하는 여신전생 시리즈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는 P5R 역시 마찬가지다. 누명 때문에 타지로 전학 오게 된 주인공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며 동료들과 함께 이변을 조사하게 된다. 이번 작품의 테마는 '마음을 훔치는 도둑'으로 고등학생인 주인공 일행은 마음이 삐뚤어진 어른들의 마음속 세계가 구현된 '팰리스'에서 그들의 보물을 훔쳐 올바른 길로 '개심'시킨다. P3P의 '특별과외활동부'나 P4G의 '자칭 특별수사대'와 다르게 악의 집단처럼 보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라는 행동의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엔 마음을 개심시키는 괴도단 = 게임조선 촬영


주요 개심 타깃은 삐뚤어진 어른들이다 = 게임조선 촬영

P5R의 스토리는 P3P 이전 작품보단 P4G와 유사한 면이 많다. 특히 우연히 페르소나라는 힘을 얻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모임이 또 다른 세계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이런 과정을 굉장히 이상적으로 그렸던 P4G와 달리 P5R는 다소 어둡고 현실적인 부분까지 직접 눈앞에 들이밀며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캐릭터는 주인공의 첫 친구인 사카모토 류지다. 사카모토는 어른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입어 반항하게 되고, 어른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얻고 나서 순수하게 기뻐하며, 괴도단의 인기가 높아지자 금방 우쭐하는 그 나이대가 보여줄 만한 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작의 첫 친구인 하나무라 요스케가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동료였다면 사카모토는 힘에 휘둘리던 반항아에서 자신의 힘으로 주변을 바로잡는 괴도단의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료다.

성장하는 것은 주인공 일행뿐만이 아니다. 위협처럼 느껴졌던 어른들도 이들과 함께 성장한다. 비록 사회라는 구조와 타협하고 일상을 살아가지만, 불합리와 싸우는 괴도단을 보면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행동한다. 어른들에겐 페르소나 같은 엄청난 힘이 없지만, 현실에선 그저 학생에 불과한 괴도단을 위해 그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초반부는 사카모토의 분위기에 휩쓸려 진행하는 느낌 = 게임조선 촬영


팰리스 속 어른들은 그야말로 악당으로 나온다 = 게임조선 촬영


하지만 이들도 결국 바쁘게 살아가며 사회와 타협했을 뿐 악당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 게임조선 촬영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버팀목이 되어가는 부분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 게임조선 촬영

스토리 외적인 연출도 재밌는 것들이 많다. 특히 페르소나 시리즈를 즐겨온 게이머라면 이고르의 새로운 성우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들을 의외의 곳에서 만나게 하는 연출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페르소나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샤아 아즈나블의 성우 이케다 슈이치를 활용해 건담을 아는 게이머들을 웃게 만드는 등 개발진의 기가 막힌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이고르의 새로운 성우를 이렇게 활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게임조선 촬영


아나타노~ 테레비니~ 지카넷 다나카~ = 게임조선 촬영


최고의 내비게이터였던 두부집 손녀도 포스터로 등장 = 게임조선 촬영


투구에 제복에 빨간색, 그리고 성우가 이케다 슈이치라는 오타쿠들 대놓고 웃으라는 센스 넘치는 조합 = 게임조선 촬영

모든 연출이 다 훌륭한 것은 아니다. 가장 의문은 코옵이 해금될 때마다 나오는 니지마 사에의 심문 장면. 코옵 대상이 괴도단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의도했을진 몰라도 비슷한 장면을 20번 가까이 볼 필요가 있었을까? 이 장면이 없더라도 무방할 정도로 스토리에 있어 중요한 연출도 아니며,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괴도단 캐릭터들의 캐릭터성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 사카모토 류지와 타카마키 안, 키타가와 유스케 세 명은 가해자들에게 직접 피해를 입은 경우라 페르소나를 각성하는 동기가 충분히 이해 가지만, 학생회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야쿠자와 싸워야 하는 니지마 마코토,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어른이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우는 사쿠라 후타바, 시작부터 페르소나를 가지고 등장한 오쿠무라 하루는 초반부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이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오히려 마지막에 합류하는 아케치 고로 쪽의 이유가 더 납득 가는 정도다.

번역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스토리 번역 자체는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 플레이해도 충분히 게임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영상이나 건물 등에 표시되는 배경 글자 등 자막이 없는 곳은 대부분 번역이 안된 상태라 때때로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만든다. 초반부 긴자역 방향 개찰구를 찾을 때나 괴도단 뉴스가 나오는 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닌텐도 스위치 이식으로 어색했던 번역이 많이 고쳐졌지만, 자막 번역이 아닌 현지화가 필요한 이런 부분은 그대로라 아쉬움을 샀다.


코옵 해금될 때마다 이 장면을 반복적으로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 게임조선 촬영


P5R의 가장 큰 웃음벨 = 게임조선 촬영


그나마 아나운서 자막으로 유추 가능한 경우 = 게임조선 촬영


마경으로 불리는 시부야 지하철을 도움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니 = 게임조선 촬영

페르소나 육성과 전투는 역대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재미가 넘쳤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추가된 '특성'은 같은 페르소나도 여러 방식으로 육성하게 만드는 요소다. 예를 들어 신념 코옵 보상인 '마리아'는 보조 스킬의 SP 소비량을 75% 감소시켜 장기전 페르소나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형수 코옵 보상인 아티스의 특성 '소나무의 생명력'을 전승시켜 광역 버프 페르소나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성과 다양한 스킬, 그리고 여러 속성까지 육성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 만큼 편의성도 대폭 증가했다. 예를 들어 몬스터를 아이템으로 만드는 '전기의자형'으로 돈만 충분하다면 전서를 통해 수많은 스킬 카드를 습득할 수 있고, 네트워크 합체로 희귀 스킬, 독방으로 최대 레벨의 페르소나를 추가로 성장시킬 수도 있다.


패시브 스킬인 특성 덕분에 같은 페르소나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육성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육성부터 아이템 획득까지 편의성은 그야말로 역대급 = 게임조선 촬영


네트워크 합체를 통해 얻기 힘든 페르소나와 스킬을 쉽게 얻을 수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만렙 후 스탯 업과 내성 작업도 손쉽게 가능 = 게임조선 촬영

전투의 경우 페르소나 외 다양한 공격 방식이 마련되었다. 물리 판정인 일반 공격 외 개조로 다양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총격, 동료와 함께 화려한 컷 신으로 공격하는 쇼타임, 약점 속성을 모두 공격했을 때 발동하는 다채로운 총공격까지 캐릭터가 직접 싸우는 방식이 늘어났다. 이와 함께 코옵을 높이면 아군이 공격을 대신 맞아주거나 적의 공격을 흘리는 등 다양한 액션을 사용한다.

약점 공격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 테크니컬 덕분에 상태 이상의 가치도 높아졌다. 잘만 사용하면 상태 이상 효과에 다운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태 이상과 테크니컬에 이미 2턴 이상이 소요되고, 애널라이즈에 상태 이상과 테크니컬에 대한 자세한 효과를 찾아볼 수 없어 활용에 익숙해질 때까진 시간이 걸린다.


테크니컬 덕분에 상태 이상의 가치가 굉장히 상승 = 게임조선 촬영


미니 총공격인 쇼타임으로 보는 맛과 성능 둘 다 챙길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총공격 후 컷 인의 퀄리티도 굉장히 높아 전투 자체가 즐겁다 = 게임조선 촬영

본편의 훌륭한 완성도와 별개로 PC, XBOX, PS5, 닌텐도 스위치 이식 버전은 기존 팬에게 실망스러운 물건이었다. 모나의 잔소리나 코옵 개선, 닌텐도 스위치의 휴대용 버전 지원은 분명 장점이긴 하지만, PS4와 PS5 세이브 연동 불가나 추가 콘텐츠 일절 없음 등의 단점이 지나치게 크다. 기존에 P5R을 즐긴 팬은 수많은 DLC를 합쳐 이식 버전을 냈는데 세이브가 연동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즐겼던 콘텐츠를 그대로 출시하니 구매할 이유가 없다.

게임 외적으론 이 작품이 페르소나 시리즈 25년 기념 작품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틀라스는 페르소나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했고, 다양한 굿즈도 판매했다. 특히 일부 굿즈는 각 작품의 주인공들을 나열하고 마지막 하나를 숨김 처리하면서 페르소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결국 까보니 나온 것은 페르소나 3, 4, 5의 이식. P3P는 FES 얘기는 보이질 않고, P5R은 앞선 두 작품이 휴대용으로 이식될 때 방대한 콘텐츠가 추가된 것과 다르게 단순 이식에 가까웠다. 그래서 P5R은 분명 매력 넘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리마스터는 아틀라스 상술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마찬가지로 단순 이식이었던 P4G의 스팀 버전 소식이 공개됐을 때 많은 팬이 환영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틀라스의 다소 안이한 마케팅 전략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P5R은 좋은 작품이고, 그 이식작 역시 좋은 작품이다. P3P와 P4G 이식 버전이 나온다면 아마 또다시 구매 버튼을 누를 팬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충성도 높은 팬들이 있었기에 페르소나 시리즈는 25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적어도 이들이 떠나지 않도록 다음 작품은 더 많은 노력과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꼭 이렇게 페르소나 6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냐↗ = 페르소나 공식 굿즈샵 갈무리


세이브 미연동 추가 콘텐츠 없는 리마스터에 모나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게임조선 촬영


결론은 아틀라스의 낚시 성공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성수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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