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예기치 않았을 때 더욱 커진다. 이미 사멸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AD&D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이 '발더스 게이트'로 기적의 부활을 했을 때 모든 롤플레잉 매니아들은 충격과 감동의 환호성을 질렀으리라. 그리고 이제 AD&D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은 그 뿌리로 돌아가 새로운 싹을 틔우려 하고 있다.
녹슨 검과 방패를 다시 손봐야 할 때가 왔다.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영웅들의 활약으로 평화를 누리던 '뉴 플란(New Phlan)'에 언제부터인가 다시 몬스터들이 출몰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배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암흑의 손길이 미치고 있는 듯한데…. 조사를 해 나가던 주인공은 재앙의 근원이 '미스 드래놀(Myth Drannor)'에 있음을 알아낸다. 한때 영광스러운 엘프들의 도시였던 미스 드래놀은 이제 지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위험한 장소로 변해 있다. 그 곳에서 게이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1. 롤플레잉으로 돌아온 SSI
'팬저 제너럴'로 이름 높은 전략 시뮬레이션의 명가 'SSI'가 한 때 AD&D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종가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지. AD&D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시초인 풀 오브 레이디언스를 비롯해 '주시자의 눈(Eye of the Beholder)' 시리즈, '레이븐로프트(Ravenloft)' 시리즈 등의 명작들이 모두 SSI의 선명한 로고를 달고 출시됐었다. 그러나 95년의 실패작 '데쓰킵(Deathkeep)' 이후 모든 것은 '좋았던 과거'로 전락했고 AD&D의 라이센스는 발더스 게이트의 '인터플레이'로 넘어갔다. 따라서 올해 E3 쇼에 다시 SSI의 AD&D 롤플레잉 게임이 등장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사실 풀 오브 레이디언스 2가 처음 개발될 때만 해도 SSI가 AD&D의 라이센스를 다시 소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게임의 제목도 개발 코드명이었을 뿐 전작의 속편으로 제작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인터플레이와 SSI는 AD&D의 라이센스를 공유하게 되었고 풀 오브 레이디언스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포가튼 렐름(Forgotten Realm : AD&D의 세계관 중 하나)' 안에 자신의 영역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2. 2000년 가을, 새로운 전설의 시작
게이머들은 AD&D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모든 전통을 풀 오브 레이디언스 2에서 그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AD&D(특히 2nd 에디션)의 룰을 충실히 반영해 제작되고 있다. 처음 게임이 시작되면 게이머는 자신의 분신이 될 캐릭터들의 종족과 직업, 능력치를 결정해야 한다. 제작진인 '스톰프론트 스튜디오(Stormfront Studio)'에 다르면 기존의 규칙에 따른 종족(인간, 엘프, 드워프, 놈, 하플링)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추가할 예정이라 한다. 파티는 모두 여섯 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네 명은 게이머가 자유롭게 선택하게 된다. 나머지 두 자리는 게임 안에서 만나게 되는 NPC들의 몫이다. 캐릭터들의 레벨은 최고 13까지 올릴 수 있다. 발더스 게이트의 레벨 제한이 7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풀 오브 레이디언스 2에서는 훨씬 방대한 모험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게임의 배경 맵은 2D지만 그 위에서 움직이는 캐릭터와 몬스터, 기타 사물은 3D로 렌더링된다. 또한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오브젝트들은 캐릭터와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게이머는 책상을 옮겨 문을 막거나 전투 시 높은 곳으로 뛰어올라 공격할 때 유리한 이점을 차지할 수도 있다.
아마도 게이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전투 시스템일 것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풀 오브 레이디언스 2의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와 유사한 턴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각 캐릭터와 몬스터들은 고유의 타임 패러미터를 가지게 되며 이 패러미터가 다 찬 뒤에야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시간의 대세에 따랐던 발더스 게이트와 비교해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흥미롭다. 최고 여섯 명의 게이머를 지원하게 될 네트워크플레이는 음성 채팅 기능을 지원하며 TRPG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풀 오브 레디언스 2의 제작은 마치 오랫동안 못 만난 옛 친구와 재회한 듯한 기쁨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그 옛날(?) AD&D 롤플레잉 게임의 화려한 전성기를 잊지 못하는 올드 게이머들은 또 한번의 인상깊은 모험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자료협조 : PC게임매거진)
장르 : 롤플레잉
제작 : 스톰프론트 스튜디오(www.stormfront.com)
출시예정일 : 2000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