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고작 기절(fainted)하고 끝이라니, 인간보다 강력한 생물이 존재하는 것일까?
몬스터 헌터 세계관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강력한 생물은 인간이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몬스터를 토벌하거나 포획하는 능력도 분명한 강점이지만 뭔 공격을 맞더라도 끝까지 죽지는 않고 수레에 실려가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근성이야말로 몬스터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제일 공포스러운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퀘스트의 종류나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 수레를 타는 것은 다른 게임에서 사용되는 컨티뉴, 잔기에 해당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보통 3번까지 탈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반복 플레이를 통해 헌터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수레를 탈 확률은 줄어들기 마련이기에 오히려 고일대로 고인 헌터들은 체력이 낮을 수록 스펙이 강해지는 재난대처능력(구작의 화사장력)을 동원하여 안맞고 잡으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사냥에 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명은 늘 길을 찾아내듯이, 몬스터가 헌터들을 3수레 태워서 퀘스트를 터뜨리는 상황은 늘 존재해왔다. 대체 어떤 악랄한 몬스터들이 고인물 헌터들마저 수레를 태워서 집회소로 돌려보내는 것일까?
몬스터 헌터 4/4G에서는 G급 길드퀘스트에서 등장하는 염왕룡 테오 테스카토르가 공방 파괴범으로 악명이 높았다. 고룡종 중에서도 호전적인 것으로 유명한 염룡 부부인데다가 한방한방이 위협적인 것과 별개로 굼뜬 동작 속도 때문에 쉽게 보고 덤벼든 헌터들을 꽤나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특히 필살기에 해당하는 특수패턴 '슈퍼노바'가 가장 위협적인 공격이었는데 2차 분노가 해제되는 상황에서 저공비행 후 포효하면서 폭발을 일으키는 정직한 발동기재 때문에 미리 의식만 하고 있다면 대처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문제가 있다면 G급 길퀘 테오는 이 슈퍼노바를 아주 빠른 속도로 선딜 없이 냅다 질러버린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수렵하던 헌터가 적절한 타이밍에 대경직을 주거나 자빠뜨려서 분노를 해제하고 강제로 슈퍼노바를 유도하지 않으면 열심히 치고 받던 테오가 갑자기 저공비행 후 몸을 번쩍이더니 폭발을 일으켜 수레를 태워보내고 그렇게 퀘스트 실패를 유발하는 모습은 '태양권'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공격 범위가 그렇게까지 넓은 편은 아니지만 필살기 치고는 발동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었다
물론, 수없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헌터들은 끝내 G급 길퀘 테오의 슈퍼노바 발동 조건이 2차 분노 이후 약 100초 내외 타이밍이라는 것을 밝혀내긴 했지만 정신없는 전투 중에 정확하게 타이밍을 재는 것은 쉽지 않았고 결국 컵라면이 익는 시간을 맞추듯 수렵을 할 때 타이머를 대동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후문이 있다.
한편 같은 길드퀘스트 라인업의 쇄룡 브라키디오스도 어줍잖은 헌터들을 수레에 태워 보내는 빈도수가 꽤 높은 편에 속했다. 트라이G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도 복싱 선수마냥 위빙과 스텝을 밟고 몸을 순식간에 틀어버리는 선회력에서 나오는 연속 공격이 악명 높았지만 4/4G의 몬스터 강화 기믹인 '광룡화'로 인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대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리젠트 머리의 복서.gif
크로스와 더블 크로스에서는 이명 특수개체의 대표이자 타이틀의 간판몬스터로 지정된 '오마 디아블로스'가 유명하다. 메인 디렉터 이치하라 다이스케가 인터뷰 중 '고인물 헌터들을 위해 개발진이 준비한 최강의 몬스터(開発側が示す最強のモンスター)'라고 했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이름에 들어가는 오마(鏖魔, 전부 죽이는 마귀)처럼 숱한 헌터들을 수레에 태워 돌려보내는 위용을 자랑했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육질을 가진데다가 범위와 지속시간이 긴 포효를 지르고 경직된 헌터를 들이받아버리는 세트 패턴이 유명했는데 이명 특수개체답게 모든 동작의 속도와 위력이 강해지면서 이것이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가드불능기처럼 작동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2단 분노에 해당하는 광폭주 기믹은 체력이 떨어질수록 쉽게 분노하는 '디아블로스'라는 몬스터의 습성과 맞물려 토벌이 가까워지면서 헌터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비명횡사가 나오기 쉬운 상황을 조성했고 시뻘건 핏줄이 불끈불끈 거리는 흉악한 모습은 "누가 저걸 선인장이나 먹고 사는 초식 몬스터라고 생각하겠느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준이었다.

초식 몬스터 맞지? 잘하자
또 다른 이명 특수개체 중 하나인 '청천주 라이젝스'도 꽤나 악명 높은 몬스터였다. X(크로스) 시절에는 4마리의 간판 몬스터 중 가장 쉬운 편에 속했지만 XX(더블 크로스)에 와서는 이명 특수개체 공통의 스탯 펌핑 외에도 새로 추가된 필살기의 성능이 그야말로 미쳐돌아가는 수준이었는데, 머리의 뿔 부분에 번개 속성의 광선검을 생성하고 내리치는 이 '라이트닝 블레이드'가 발동속도, 공격범위, 유도력의 삼박자가 완벽한 쿵짝을 자랑하며 이름 그대로 번개를 가르는 뇌절을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라이트닝 블레이드를 시전하기 전에 포지셔닝을 제한하는 셋업 무브로 흡입 판정이 발생하는 자기장을 깔아두는 빈도수가 높았고 그로 인해 반갈죽나버린 헌터들은 정식명칭인 라이트닝 블레이드보다는 '젝스칼리버'라는 별명으로 많이들 불렀다고 한다.

필살기의 정식명칭은 '라이트닝 블레이드'지만 '젝스칼리버'가 착 달라붙는 별명이라 공식에서 역수입됐다
의외로 월드-아이스본에서 공방을 단숨에 터뜨리는 주범으로 지정된 것은 호전적이라고 알려진 네르기간테나 염룡부부가 아닌 발하자크였다. 정확히는 특수 개체인 '죽음을 두른 발하자크'다.
원종에 해당하는 발하자크는 동작이 크고 굼뜬 편에 속하기 때문에 월드-아이스본에 등장하는 고룡 중에서는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축에 속하고 특수 개체가 되어서도 추가되는 패턴이 엄청 위협적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접하는 이용자들의 문제와 콘텐츠를 접하는 시기의 문제가 겹치면서 공방 파괴범으로 등극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제대로 방어 스킬을 챙겨오지 않으면 검사(근접무기 헌터)들은 업진살이 될 수 있다
만약 월드 초창기부터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고 경험해본 헌터들은 '독기의 골짜기'라는 필드의 특성과 '발하자크'라는 몬스터를 공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방어기재들을 챙기며 무난하게 공략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이스본으로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마스터 랭크 기본 지급 장비인 수비대 세트로 월드 구간을 빠르게 스킵한 후발대는 독기 내성, 독기환경 적응 없이도 손쉽게 발하자크를 요리하고 스킵할 수 있다 보니 정작 죽발하를 만나러 가면서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불을 질러놓지 않을 경우 계속 독기가 남아 도트딜에 피가 빠지고 최대 체력 자체를 제한하는 독기 침식에 헌터들이 업진살처럼 살살 녹아내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흑룡 밀라보레아스의 경우 반대로 소위 말하는 '하더 놈들'을 물먹이는 몬스터로 알려져 있다. 구작에서는 최강의 생물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크기만 크고 느려터진데다가 뻔한 패턴 떄문에 익숙해지면 샌드백에 가까운 포지션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스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종보스가 되면서 사실상의 리메이크를 거쳐 최강의 수레 유발자로 거듭나게 됐다.
플레이어 헌터의 행동을 읽고 대응하는 카운터 패턴이나 탈출을 도울 사람이 없으면 짤없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구속 공격 등은 실수 한번이 수레로 직결되는 중대사안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베히모스를 시작으로 추가된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보유한 화면 전체 판정 필살기의 경우 어지간하면 방벽이나 구조물에 숨어서 피하는 식으로 정형화되어 있지만 밀라보레아스의 경우 페이즈 전환마다 즉사 브레스를 남발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법도 전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패턴 숙지가 필요하다.
콘텐츠가 열리기 전까지 흑룡님을 빙다리 핫바지로 보던 어중이떠중이 헌터들처럼 그저 구작이랑 비슷하겠지하고 함부로 덤비면 그대로 숯덩이가 되기 십상이다.

'브레스, 피해욧, 구석으로'라고 채팅을 치면 이미 늦는다. 그냥 빨리 움직이지는 것이 베스트
라이즈와 선브레이크에서는 에스피나스와 발파루크가 헌터들의 돌연수레 원인 제1위를 다투고 있다. 에스피나스는 몬스터 헌터 도스(2)를 기반으로 하는 외전격 PC/온라인 게임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에서 역수입된 몬스터로 비교적 옛날 몬스터답게 단순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강력한 깡스펙으로 많은 헌터들을 물먹인 강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에스피나스와의 전투는 대부분의 시간을 분노 상태로 보낸다는 점이다. 엄청나게 단단한 몬스터이기 때문에 분노하게 만들면 육질이 연해지지만 그만큼 공격력과 속도에 보정이 붙기 때문에 피차 위험천만한 전투 구도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 친구가 프론티어 시절만큼 게으른 잠꾸러기가 아닌지라 일어나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화나서 급발진으로 헌터를 들이받는 빈도수가 꽤 잦다는 부분에 있다.

저렇게 들이받혔다면 그냥 1수레 날아가는거다
특히 그 거대한 몸뚱아리로 가하는 '돌진'은 무려 필살기 판정을 받는 패턴인데 어디서 달려드는지도 모를 먼 거리에서 달려와서 쓰윽 지나가면 한번 지나갈때 헌터가 하나씩 사라지는 마술을 볼 수 있다. 차라리 수렵 대상이라면 대비라도 될텐데 어디선가 머리가 뜨거워져서 난입한 에스피나스는 걸어다니는 재앙과 다름 없다. 괜히 고룡급 생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하게 난입 몬스터로 등장했을 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것이 발파루크다. 더블 크로스의 간판 몬스터였지만 라이즈에서는 특수 개체만 참전했으며 콘텐츠 측면에서 접근하더라도 라이즈의 최종 보스를 처리하고 한참 뒤에 열리는 일종의 히든 보스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특수 개체인 만큼 원종보다 강하기는 해도 상대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난적은 아니지만 난입에 한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핵심 패턴인 혜성은 가드 불능에 공중에서 떨어진다는 특이점 때문에 에스피나스처럼 화면 밖에서 날아드는 재앙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데 난입 빈도수도 높은 탓에 전투 중에 제트기마냥 '슈우우웅' 소리가 나며 '습격' 워닝 사인이 뜨면 경기를 일으키는 그렇게 헌터들이 많았다고

워낙 악명 높은 공방 폭파범이라 라이즈식 작명법을 적용한 왜곡된 짤방이 돌아다니기도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