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10월 11일, 전날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의 스위스 스테이지 4라운드 2승 1패조 8강 진출전의 3경기가 진행됐다.
2승 1패조의 마지막 경기는 5번째 8강 진출 확정권을 두고 LCK의 티원(T1)과 지투 이스포츠(G2)가 만났다.
각자 1패씩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빌리빌리 게이밍과 웨이보 게이밍 탭탭이라는 강팀들을 격파하고 올라오며 '원조 LPL 킬러'의 품격과 'LEC의 군주'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서커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뛰어난 크랙 플레이 능력과 그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여 말려들게 하는 운영으로 양 팀의 특장점이 확연히 대비되고 있어, 팬덤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 티원 vs 지투 이스포츠
- 1세트
블루 팀으로 진영을 선택하여 녹턴을 선픽한 G2에 대해 T1은 오로라를 잘라내긴 했으나 아리를 동반하여 소등 후 진입하는 선공권 조합을 다분히 의식한 것인지 아리를 빼앗아오는 선택을 했고 그에 따라 캡스(라스무스 뷘터)가 자연스레 오리아나를 가져갔다.
제우스(최우제)에게는 잭스를 상대하기 위해 그라가스로 철저히 걸어잠그는 픽을 한 가운데 한스 사마(스티븐 리브)가 트위치와 드레이븐을 두고 저울질하다가 결과적으로 자국 리그 내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준 시그니처 픽 드레이븐으로 선회하 양측 모두 바텀 듀오가 스왑 없이 정상적인 구도에서 라인전을 진행하는 구도가 됐다.
극초반 인베이드 과정에서 미킥스(미하엘 메흘레)의 노틸러스가 선취점을 주는 사고가 있었으나 이내 2:2 라인전에서 좋은 교전력으로 무리하게 진입한 케리아(류민석)의 레오나를 응징했고, 이 과정에서 한스 사마에게 마지막 일격이 들어가도록 안배하며 굉장히 이른 타이밍에 골드를 당겨온 드레이븐이 고가의 아이템을 뽑아와 라인을 압박하게 된다.
T1은 전략적으로 중간 라인 스왑을 감행했고 그라가스도 드레이븐의 회전도끼가 워낙 강력하여 반반파밍을 목표로 타워를 끼고 있었다.
그런데 한스 사마가 과하게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잡았다가 술통 폭발에 배달하여 소환사 주문을 모두 소모하고 죽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부활 시간마저 꼬이면서 오리아나의 구체를 붙이고 녹턴을 발사한 뒤 드레이븐의 궁극기로 저격하는 연계 플랜이 꼬이게 된다.
심지어 무리하게 바텀 1차 타워를 철거하려던 브로큰블레이드(세르겐 첼리크)의 잭스도 앞으로 도약 공격을 뛰었다가 한스 사마와 동일하게 술통 폭발에 배달되어 폭사했고 제우스가 보여준 이 두번의 크랙플레이로 인해 G2의 스노우볼이 완전히 멈추게 된다.
오리아나-녹턴 조합이 딱히 재미를 보지 못하며 G2가 운영 측면에서 다소 둔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오너(문현준)의 스카너는 그라가스와 함께 무난하게 성장한 상태였고, 오히려 드래곤 스택을 잘 쌓아둔 상태에서 드래곤의 영혼으로 '화학공학'이 지정되면서 탱커-브루저만 셋인 T1의 조합에 힘이 강하게 실리게 된다.
결국 G2가 진영 붕괴의 핵인 그라가스를 먼저 처치하겠다는 심산으로 순간이동을 타고 날아와 1차 미드 포탑을 수성하는 제우스를 노렸으나 5:1 상황에서 끝내 버텨내며 생환했고, 이어지는 T1의 역습으로 주요 딜러진이 전원 처치당하며 채 30분도 되기도 전에 T1이 1세트를 따내는데 성공한다.
- 2세트
1세트와 거의 동일하게 밴픽을 진행한 가운데 녹턴-오리아나에 카이사까지 채워넣으면서 G2가 안정성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대신 폭발력을 기대할 수 있는 돌진조합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T1은 탱커 둘을 브루저인 잭스-바이로 교체하며 공격적인 밴픽 기조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카이사는 1코어로 스태틱의 단검을 뽑아오기 전까지 라인전이 우수한 픽은 아니었기에 G2 측에서 라인 스왑을 먼저 걸었고 이를 자연스레 T1이 따라가며 라인전에서 약간이나마 T1이 유리한 형세를 가져간다.
G2가 유충을 6마리 모두 가져가긴 했어도 라인을 적극적으로 압박할 수 없었기에 계륵이나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오너의 바이가 2번 연속 갱킹을 성공시키고 페이커(이상혁)의 아리는 3인 다이브 상황에서 폭뢰-사냥본능-피해망상을 전부 맞고도 한 끗 차이로 살아남으며 도주에 성공하는 슈퍼 플레이를 보여줬다.
T1 측도 어느 정도 몸이 앞으로 쏠리는 돌진 조합이기에 교전 단계에서 불을 꺼서 커튼 콜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진만 노리면서 '줄 건 주고 취할 것만 취하는' G2식 운영에 T1이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교환 구도가 발생하긴 했다.
하지만, T1은 산전수전을 겪은 노련한 팀답게 27분 교전 승리 후 내셔 남작 버에 취한 G2가 무리하게 억제기 그 이상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플레이를 잘 차단했고, 오너가 33분에 G2가 사냥하던 바론을 스틸하고 T1의 본진으로 밀고 들어오는 G2를 상대로 남은 선수진 4명 전원이 극한의 어그로 핑퐁으로 3:1 교환에 성공하며 다시 승기를 잡는다.
그 과정에서 제압킬을 잔뜩 섭취한 제우스와 페이커가 다시 사이드 주도권을 잡았고 3번째 내셔 남작과 장로 드래곤까지 T1이 가져가며 더블 버프의 힘으로 G2의 본진을 밀어내며 T1은 2:0 승리로 페이커의 월즈 통산 100승이라는 진귀한 기록을 달성하며 8강으로 올라간 3번째 LCK 팀이 됐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