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엔에이치엔 등 유수의 게임 개발사를 거친 평균 경력 20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이 여럿 모인다고 하더라도, 불과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수집형 카드 대전(CCG)'이라는 치밀한 구성과 밸런스 조절이 필요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Gen AI에 지금까지 집약된 개발 노하우를 접목하는 솔루션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로그라이크 요소에 수집한 카드의 성장이라는 독창적인 시스템까지 투입하여 10년 가까이 명맥이 끊긴 국산 카드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앵커노드'다.
게임조선에서는 앵커노드를 통해 차주 중 '스팀 넥스트 게임 패스트'에 출품 예정인 신작 게임 '카드 오브 레전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원재호(앵커노드 대표): 반갑습니다. 앵커노드 대표 원재호입니다. 이전에는 넥슨, 네오위즈 등을 거치며 퀴즈퀴즈, 피파 온라인 2, 컴뱃암즈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각종 플랫폼에서 개발한 이력이 있습니다.
저희 앵커노드는 Gen AI를 통해 버츄얼 콘텐츠 시장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2개월 만에 개발을 완료 전작 '브레드 베어'를 통해 아트와 게임 설계를 분리하여 즉시 교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신작 '카드 오브 레전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Q. '카드 오브 레전드'는 어떤 게임인가요?
원재호: 이번에 발표하는 '카드 오브 레전드'의 경우 TCG/CCG가 개발 및 콘텐츠 추가가 어렵다는 장르적인 특징 때문에 한국에서는 10년 이상 명맥이 끊긴 장르였는데, AI 솔루션으로 개발 및 기획 리소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보니 과감하게 도전하게 됐습니다.
Q. '카드 오브 레전드'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원재호: 모든 종류의 카드를 뽑기 없이, 전부 상점에서 정가 구매가 가능한 방식으로 릴리즈 빌드 기준으로 제공되는 200여장의 카드를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는 재화만으로 전부 입수할 수 있습니다.
입수한 카드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플레이하시는 분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게임을 장기적으로 플레이할 당위성이 생길 수 있도록 카드의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는 카드 성장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다른 유저와의 PvP 외에도 카드 성장에 필요한 재료를 입수하거나 빌드를 테스트할 수 있는 로그라이크 형태의 PvE '모험'을 차별화된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Q. TCG/CCG 장르는 기본적으로 '카드를 획득하는 것'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카드 입수와 성장이 게임 플레이를 통한 재화만으로 가능하다면 어떤 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원재호: 비즈니스 모델은 단독 게임 타이틀과 확장팩 판매가 전부입니다.
저희 개발사의 목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을 만드는 것인데 당연히 과금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면 노력과 애정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AI 솔루션을 통해 게임 내에 투입된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요?
원재호: 캐릭터, 마법 카드와 로비 아이콘을 제외한 대부분 인터페이스가 AI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 개발을 보조 및 효율화시키는 단계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력을 쌓아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 나아가서는 게임 전체를 개발하는 방향도 가능할 것으로 에측하고 있습니다.
Q. AI 이미지의 경우 계속 학습을 통해 나아지고는 있어도 여전히 손가락 등 세부적인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으며 저작권 이슈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재호: 굉장히 빠르게 개발이 됐다 보니 이슈를 피할 수 없고 앞으로도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상업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모델만 이용할 예정이며 내부 원화가가 만든 데이터 위주로 학습을 시키고 후보정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엔지니어와 전담팀도 도움을 주고 있어 가급적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입니다.
Q. AI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생산성이 늘어나면 인력을 대체하는 방식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원재호: 개발 및 기획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민감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모델링을 뽑아내고 테스트하며 활용하는 방향의 새로운 직종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상생관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PvE 콘텐츠에서 상대로 나오는 봇을 기존에도 AI로 부르긴 했으나 실제로 봇은 특정 상황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하는 고전적인 스크립트에 가까웠습니다. '카드 오브 레전드'의 봇은 기존과 같은 방식인지 혹은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AI인지 궁금합니다.
원재호: 아직 카드 오브 레전드의 적측 AI는 고전적인 스크립트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서비스가 장기화되면 이용자의 플레이 패턴을 학습해서 훨씬 진보된 AI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Q. 출시하게 되면 멀티 플랫폼 확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원재호: 유니티 기반으로 제작하여 모바일 플랫폼 버전 출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현재는 기획 단계에 있습니다.
Q. TCG/CCG 장르는 예나 지금이나 이용자 풀이 대중적인 방향은 아닙니다. 이미 확고하게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게임들이 많고 실패한 케이스도 많은데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원재호: 말씀해 주신 대로 TCG/CCG는 상당히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용자 입장에서 배우기도 어려워서 적응을 위한 학습의 벽이 크고 뉴비가 승리하기 굉장히 힘들죠.
우리의 목표는 카드의 성장을 통한 단계적으로 잠재적인 플레이시간을 늘려 즐거운 체감을 주는 것입니다. 수치 1이 굉장히 민감한 게임인만큼 성장 시스템을 통해 벽을 넘는 과정이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만족도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카드 게임 특성상 밸런스 문제로 오버파워(OP)인 카드는 성능에 너프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미 성장시킨 카드에서 성장재료 회수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원재호: 성장을 통해 강해지는 카드에도 어느 정도 범주를 지정해두고 있으며 AI를 통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 밸런스 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먼치킨에 가까운 카드가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해당 방안을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Q. 카드 게임은 모름지기 수집 요소인 카드에 들어가는 캐릭터의 개성을 많이 강조할 필요가 있는 장르입니다. 오늘 잠깐 시연한 테스트 빌드만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 부분을 게임에 어떻게 보완할지 궁금합니다.
원재호: 회사 내부에 덕력이 깊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현재 공개 수준은 테스트 빌드임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예정이라고 알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로비 지정 캐릭터가 챗 GPT처럼 플레이어와 대화하는 로직을 도입할 생각이 있습니다.
Q. 카드 성장 시스템이 있는 만큼 매치메이킹에 있어서 카드 스펙 또한 매칭의 기준점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원재호: 스펙과 실력을 모두 포함해서 많은 데이터가 쌓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성장한 카드를 여럿 가지고 있어 스펙이 좋더라도 카드를 운용하는 실력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카드의 성장을 완료하지 못해 스펙이 떨어지더라도 실력으로 극복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치메이킹 ELO는 이 두가지를 모두 고려하여 제공할 예정입니다.
Q. 이번 스팀 넥스트 게임 페스트 출품에서 목표로 하는 성적이 어떻게 됩니까?
원재호: 압도적 긍정 평가를 받는 게 꿈이지만, 일단 겸허하게 지켜볼 예정입니다.
Q. AI 솔루션이 완성될 경우 다음 신작 개발 및 출시까지 얼마나 걸릴 수 있을지?
원재호: 개발 기간은 엄청나게 짧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카드 오브 레전드도 작년 6월 회사 설립 이후 1년 3개월 만에 완성된 상태로, 정확히 잘 나오기만 한다면 게임의 개발 속도가 기존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완성된 내용에 대해 검수하고 손보는데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원재호: 개발자로서 가장 행복할 때가 밖에서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을 만날 때입니다. 지금도 20년 넘게 게임을 개발했지만, 아직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래 사랑받는 게임과 오래 사랑받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