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배우든 가수든 요리사든 TV에 나오는 셀럽들도 결국엔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취미 한두가지는 있을 수 있고 현대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취미인 게임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물론, 대부분의 셀럽은 본업과 방송 활동을 병행하느라 시간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해봐야 러닝 타임도 매우 짧고 빈도수가 적어 소위 말하는 라이트 유저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가끔 별난 사람들이 튀어나와 생각 이상으로 그윽한 겜덕의 면모를 보여주며 이슈를 몰고 다닌다.
이번에 소개할 '은지원'이야말로 일반적인 겜덕의 경계를 넘어 찐겜덕의 영역에 들어선 대표적인 인물이라 볼 수 있는데, 과연 그는 얼마나 겜덕이고 어떤 게임들이 그의 선택을 받았을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통칭 와우는 은지원의 겜덕 면모를 이야기하면 반드시 튀어나오는 작품이다. 은지원은 어릴 적부터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플레이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지금을 기준으로 하면 이미 30년 가까이 되는 게임 경력이 쌓여있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그의 겜덕 면모를 가장 먼저 드러낸 작품이라고 하면 와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은지원은 무려 오리지널 시절부터 아제로스를 수호했다는 기록이 전투정보실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대격변' 확장팩 당시 데스윙 월드 퍼스트 킬로 이름난 즐거운공격대와 같이 최상위 고수들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의 하드게이머였고 덕분에 '판다라이의 안개' 확장팩에서는 공식 앰버서더로 선정되면서 자신의 별명과 대사를 차용한 판다렌 NPC '은초딩'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쾌거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와우를 꾸준히 오랫동안 쉬지 않고 플레이하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종종 예능 방송에 출연하면 와우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와우라는 게임이 접었다가 다시 플레이하기에 큰 부담은 없다는 특성 때문에 쉬는 경우는 있어도 완전히 접는 경우는 없다는 '철새'들이 가득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때문에 은지원이 진심으로 와우를 접었다고 생각하는 이는 몇 없으며 실제로도 가끔씩 아제로스에 방문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와우저한테 접는다는 명제는 없다. 쉬다가 돌아오는 일만 있을 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상당한 수준의 메카닉물 덕후이기도 하다.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에서 레트로 게임샵에 방문했을 당시 옆에 있던 김희철이 미소녀 게임의 위대함을 설파했음에도 꿋꿋하게 슈퍼로봇대전 알파외전을 고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고,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SD건담 캡슐파이터'를 매우 깊게 파고들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어볼 수 있다.
실제로 그를 PC방에서 목격했다는 일화에서 캡슐파이터 최초의 S랭크 기체인 프리덤 건담을 사용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진이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라는 증언도 있다.
특히 일부 유저들은 이 사진에서 대기실에 보이는 생성된 게임과 동시 접속자 수가 매우 적은 것으로 보아 2015년 서비스 종료 직전으로 추정되며 그 시점에서도 게임을 플레이하던 은지원이 캡파에 대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설파하기도 했다.
진짜 PC방에 게임하러 나온 동네 형 같은 모습
최근의 그는 '용과 같이'에 푹 빠진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월에는 세가의 공식 앰버서더로 선정되어 신작인 '용과 같이 8 외전:하와이의 해적'를 사전 체험하고 왔다고 밝혔는데, 사실은 공식 앰버서더로 선정되기 한참 이전에 세계사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상할 정도로 야쿠자 문화에 빠삭한 모습을 보여줬고 해당 사전지식이 전부 '용과 같이'를 플레이한 경험에서 나온 것을 이야기한 바 있다.
특히 세가의 도쿄 본사 방문기에서는 음향 감독의 세세한 디렉팅 없이도 진짜 양아치스러운 연기를 일본어로 자연스럽게 녹음해내거나, 성우 '우가키 히데나리'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읊자 바로 '마지마 고로'의 성우임을 알아채는 등 수박 겉핥기식으로 게임을 즐긴 것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3D 모션 캡쳐가 체험 과정에 들어가 있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용과 같이 시리즈는 일본의 수많은 연예인이 페이셜 모델과 음성을 제공하여 게임 내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사례가 많아 은지원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등장하는 사례가 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성우 목소리만 듣고 게임 캐릭터가 누구인지를 맞춘 시점에서 그는 훌륭한 겜덕후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