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선택한 길이야. 왕관의 무게를 견뎌."
2024년 9월 25일 자정,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과 공식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르며,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증명했다. 이는 2022 월드 챔피언십에서부터 이어져 온 2023 월드 챔피언십의 챔피언, T1의 '제오페구케'의 서사와 7년 만에 다시 월드 챔피언십의 챔피언이 된 '페이커'의 서사를 어떻게 담아낼지 사람들의 기대감 때문이리라.
2024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의 제목은 'Heavy Is The Crown'.
제목이 먼저 선공개되었을 때부터 이는 디펜딩 챔피언 '페이커'를 관통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공식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2시간 전부터. 이제 더는 게임 중 하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단위부터 남다른 전 세계 사람들이 공식 채널에 대기했다.
이전 2023 월드 챔피언십의 주제곡 'GODS'는 2022 월드 챔피언십의 챔피언, '데프트'의 헌정곡으로, 공식 뮤직비디오에도 '데프트'의 '중꺾마' 서사를 완벽히 담아냈는데 특히, 결승에서 당시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은 'T1' 그리고 '페이커'를 꺾고 'DRX' 의 '데프트'는 LCK 4시드 언더독으로써,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완벽한 소년 만화의 결말을 맞이했다.
'페이커'는 '데프트'의 헌정곡 'GODS' 그뿐만 아니라 전 프로게이머 '엠비션'의 헌정곡, 2018 월드 챔피언십의 주제곡 'RISE' 공식 뮤직비디오에도 그가 꺾어야 할 마지막 상대로 등장했는데 실제로, '엠비션'은 2016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페이커'에게 결승에서 패했지만 2017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된 '페이커'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려 복수에 성공한다.
이렇듯 '페이커'는 그간의 헌정곡에서도 월드 챔피언십의 주인공이라 일컫는 그들이 꺾어야 할 마지막 상대였다.
그런 '페이커'가 T1의 '제오페구케'가 2022 월드 챔피언십의 우승자로 당연하게 점쳐졌던 해, 결승에서 무너지고, 이에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눈초리 속에서 출발한 다음 해, 2023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오른 그들이, 압박감을 이겨내고 끝끝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대 속에서,
2024 월드 챔피언십의 주제곡과 공식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그런데, 첫 후렴부터 불안했던 영상은 끝내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2023 월드 챔피언십 챔피언, 린킨파크'를 목도해야만 했다.
반드시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룰'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마음이 컸던 탓에 이것은, 주객전도처럼 비쳤다.
해당 영상은 마치 2024 월드 챔피언십의 주제곡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린킨파크'의 7년 만에 신곡 'Heavy Is The Crown' 의 뮤직비디오처럼 보였다. (물론 시각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월드 챔피언십의 주제곡 공식 뮤직비디오에서는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과 전투 장면이 주를 이루었기에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다양한 선수들을 맞추는 재미와 더불어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전투 액션과 그에 맞는 스토리로 그야말로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와 그들을 응원해온 팬들을 위한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4 월드 챔피언십 주제곡 'Heavy Is The Crown' 공식 뮤직비디오에서는 선수들과 전투 장면보다도 '린킨파크'을 형상화한 캐릭터들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더 자주 등장했다.
뮤직비디오 플롯도 아쉬웠다. 2022년부터 이어져온 T1 '제오페구케'의 서사와 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페이커'의 서사를 다룰 것이란 예상과 달리, '페이커' 대관식을 진행하는 T1 선수들에 도전하는 각 리그의 대표되는 선수 5명이 등장, '제우스', '오너', '구마유시', '케리아'가 그들과 전투를 하다가 수세에 몰리자 '페이커' 가 들었던 왕관을 다시 내려놓고, 다시 전투에 참여하는 것으로 뮤직비디오가 끝난다.
다소 허무한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선수들의 모습을 두고도 웃지 못할 코멘트가 있었다.
BLG의 '빈'은 뮤직비디오를 보며 자기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고, 오히려 KT 롤스터 '데프트' 는 '빈'으로 표현된 인물을 보며 '왜 내가 여기서 나와?'라고 반응해 팬들이 즐거워하기도(?).
이러한 평가 속에서 기자는 여러 번 뮤직비디오를 보며 스토리나 애니메이션보다도 'Heavy Is The Crown'의 주제와 같은 가사가 참 잔인하게 와닿았다.
'네가 선택한 길이야. 왕관의 무게를 견뎌.'
영상 속 '페이커'는 왕좌에 앉지도, 왕관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다시 높은 계단을 내려와 동료들의 옆에서 전투를 한다.
2023 월드 챔피언십 결승 당시 페이커가 말했다.
3번째 우승은 '저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4번째 우승은 '우리 팀을 위한 것입니다'
2023 월드 챔피언십 우승 당일, 파이널 MVP인 T1의 '제우스'가 말했다.
'저는 오늘까지만 세계 최고의 탑으로 하고, 내일부터 다시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왕관의 무게가 이토록 무겁다.
T1의 '제오페구케'는 또다시 같은 로스터로, 제일 마지막으로, 벼랑 끝에서 2024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그들은 LCK 4시드로서 힘겨워 보이는 한 발을 내디뎠다. 도전자의 입장이다.
선수들은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왕관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2024 월드 챔피언십,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축제가 9월 25일부터 시작된다.
'네가 선택한 길이야. 왕관의 무게를 견뎌.' 누가 또, 이토록 잔인한 정점에 서게 될까.
사심을 채운 두서 없는 글을 통과시켜준 편집부에 감사드리면서, 마지막으로 어젯밤 느낀 공허함에 사족 한 마디,
"차라리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하지 그랬어? 응?"
※ 모든 이미지 출처는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채널 및 배포 자료 中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