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통상적으로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치는 여러가지가 있다. 흠 잡을 데 없는 인게임 요소 구성과 레벨 디자인을 설계하는 기획력,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세계관을 녹여내는 창의력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고 해당 부분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개발자들은 대체로 대성하여 좋은 입지를 구축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게임 이용자들의 수준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이들을 만족시키고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소통 능력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어떤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부족한 작품성을 보완할 기회와 시간을 확보하여 평가를 반전시키기도 하지만, 또 어떤 개발자들은 고집을 부리면서 좋은 작품성을 가진 게임의 평가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소개할 인물은 후자에 해당한다.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시작하여 20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능력을 제대로 입증한 인간승리의 표본이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자, 내가 맞고 네가 틀리지만'의 자세로 일관하여 불통의 아이콘으로 등극하여 '꺼드럭만'이라는 별명이 붙은 너티 독의 '닐 드럭만'이다.
사실 그의 개발자로서의 역량은 예나 지금이나 폄하받을 수준의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머로 커리어를 시작하긴 했지만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남는 시간에 게임 디자인을 병행,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였기에 잭&덱스터 시리즈, 언챠티드 시리즈의 성공가도를 함께 했고, 인류와 문명이 사그라지는 마지막 그 날까지 함께한다(Last of us)는 모토에서 출발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어드벤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시나리오 라이터이자 디렉터로 훌륭한 게임성과 서사를 통해 이용자와 평단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등 그 능력이 완벽초인에 한없이 가까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를 모르는 지나친 성공가도가 그를 자아도취의 영역으로 끌고 간 것일까? 후속작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스토리텔링이 전작을 플레이하고 감동받은 게이머들을 골프공으로 만들어 홀인원시키는 전개로 비판을 받았으나 이를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일축하며 사지마 콰아아아 수준의 문제 발언을 쏟아내면서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한다.
물론 디렉터가 게이머의 의견에 쉽게 동조하여 줏대 없이 흔들린다면 그 또한 좋은 게임으로 완성된다는 보장은 없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평단의 찬사를 받은 만큼 게임성 자체가 빛바래지는 않았고 스토리텔링 또한 '엘리가 조엘과 함께하며 인간찬가를 지향하는 로드무비'라는 뭇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형태는 아니었어도 복수의 허망함과 무가치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시사할 바를 주긴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닐 드럭만은 이러한 의견대립을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옳고 너희가 틀리다, 이용자들이 동성애와 유색인종 그리고 여성을 혐오한다는 쪽으로 몰고가면서 언에듀케이드급으로 PC주의를 수호하는 전사의 길을 택했고, 게이머들은 지능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의 게시물들을 올리며 일절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 표명하며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상기한 행보 덕분에 최종적으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전작에 비해서는 모자란 흥행 성적을 거뒀지만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을 버린 것에 감동을 받은 것인지 닐 드럭만은 소니의 지지를 받고 너티독의 공동 사장으로 승격했다.
물론, 이후에 제작된 게임 시리즈 1편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는 다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닐 드럭만이 여전히 PC주의에 찌들어 있는 작가주의 성향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내부에서 정당한 판단에 근거했을 사장 승격 당시의 과정을 보면 볼수록 그저 골프가 좋은 PC협회의 입김이 문득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