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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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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11월 14일부터 나흘 동안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가 진행됩니다. 이번 지스타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부산 벡스코에 모여 차기작을 뽐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스타보다 개최 직전에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더 화제가 되었습니다. 주로 안 좋은 쪽으로 말이죠.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매년 지스타 개최 전날에 진행되며, 국내 게임 산업의 한 해를 결산하는 행사입니다. 그렇기에 대통령상인 대상을 수상한 게임은 게임의 주체인 게이머와 산업을 이끌어가는 개발자,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계인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습니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잡음이 나왔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 언론의 보도로 대상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대상 시상 전까진 반신반의했지만, 대상이 발표되고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자 대한민국 게임대상 진행 방식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상 정보가 사전에 외부로 노출된 것'입니다. 대상은 게이머와 전문가 투표, 그리고 심사위원의 평가를 합쳐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그중에서 누가 심사하는지조차 모르는 심사위원의 평가 비율은 60%나 되죠. 내부 평가 비율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외부에서 대상 수상작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보안'에 소홀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대한 신뢰도가 의심받게 되었습니다.  

게임대상이 시작되자 이번엔 또 다른 논란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바로 김규철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이 공로상을 받았기 때문이죠.

​시상식 당시, 공로상은 '우리 게임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특별한 기여를 해주신 분께 드리는 감사의 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수상자의 헌신 덕분에 우리나라 게임 사업은 한층 더 도약할 수 있었고, 더 넓은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상자인 김규철 전 위원장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2024년 8월까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하며 불법 게임물 근절과 게임등급분류 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주었고, 게임 산업 발전과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에 크게 기여한 공로상을 수여한 것으로 말이죠.

​하지만 게이머의 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김규철 전 위원장이 게임물관리위원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엔 게임등급분류에 대한 문제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김규철 전 위원장 퇴임 후 10월 8일 청구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항 제3호 위헌확인'에 21만 명이 서명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게임물관리위원장으로서 업적이 공로상의 의의와 상반되기에 김규철 전 위원장이 어떻게 공로상을 받을 수 있었냐며 의아해했습니다. 김규철 전 위원장 스스로도 "연락을 받고 당황했다. 20년 동안 저희 업계에서 공로상을 받을 만한 분이 몇 분 계신데 '왜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순서 상 주시는 것으로 이해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수여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시상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

​시상 전에 대상 수상작이 알려질 정도로 허술한 보안은 물론 수상 기준에 대한 의문, 심사위원의 전문성, 선정 과정의 투명성까지 모든 것을 의심받습니다. 한 해를 결산하는 최고의 상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권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게이머들은 이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과연 어떤 자격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해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냐며 물어봅니다. 

​게이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행사. 게임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응원해야 할 행사.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그 의의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게임이 제대로 축하받지 못하고, 마땅히 기뻐해야 할 게이머들이 제대로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진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상이라면 그 이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깊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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