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맞아야죠"의 시초, 철권 시리즈의 최신작 철권 8의 출시가 임박했다. 그 어떤 때보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팬들과 만나고 피드백을 받아들인 철권 8인 만큼 그 기대치는 철권 시리즈 역대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권 8은 이미 출시 전부터 단순 피드백만을 잘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대전 격투라는 장르가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비약적으로 포함됐다.
사실 다른 여러 장르의 게임은 굳이 온라인 요소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유독 대전 격투는 다른 모든 콘텐츠는 곁다리로 여겨지고 이용자 간의 전투에 집중한 모양새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철권 8은 단순히 그래픽이나 전투 시스템만 진화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유저 케어와 콘텐츠에 집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 혼자서도 잘 놀아
앞서 언급했듯 대전 격투 게임은 대부분 이용자 간의 전투가 알파이자 오메가인 경우가 많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는 스토리를 쭉 진행하며 즐길 수 있고, 외전 요소, 미니 게임, PvP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대전 격투 역시 스토리나 도전 모드 등을 만들지만 핵심은 결론적으로 이용자 간의 대전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대전 격투 게임 장르에서 대전에 가장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맞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유저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다가오며, 그뿐 아니라 이용자 간의 대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용자에게는 게임 자체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
철권 8은 이러한 부분을 의식해서 굳이 이용자 간의 온라인 대결 외에도 즐길 거리를 다수 배치했다.
기본적인 스토리 모드와 캐릭터 에피소드로 철권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아케이드 퀘스트와 고스트 배틀 등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스토리 모드는 카자마 진과 미시마 카즈야를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둘의 서사에 집중한 형태로 구성돼 있어 카자마 진을 플레이할 줄 모른다면 진행이 다소 어려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작에서 도입된 스페셜 스타일만으로도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스토리 전개는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서사 덕분에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사실 1회 성으로 엔딩을 보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를 즐기기 전에 가볍게 즐기기 좋은 편이다.
아케이드 퀘스트는 오락실 문화를 담아 놓은 또 다른 스토리 라인이다. 철권 8이라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직접 오락실에 방문해 다른 NPC와 철권을 즐기는 콘텐츠로, 실제 단수를 가지고 있는 NPC와의 대결을 통해 점진적으로 실력을 늘려나가고 자신의 단을 높이는 재미가 있다.
나름대로의 스토리 라인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모드에서 1장을 클리어할 경우 철권 8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고스트 배틀을 해금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아케이드 퀘스트에 관심이 없는 플레이어라도 이 부분은 진행해 주는 것이 좋다.
고스트의 경우 자신의 패턴을 단순히 익히는 것뿐만이 아니라 버릇이나 실수 등도 그대로 익히기 때문에 좀 더 사람과 맞붙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느낌은 고스트와 계속해서 대전할수록 더욱 정교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스페셜 스타일, 얼마나 유용할까?
스페셜 스타일은 첫 테스트 공개 당시 사용할 수 있는 수가 굉장히 적어 결국 스페셜 스타일만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전투를 즐기기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이후 피드백을 걸쳐 좀 더 내밀 수 있는 수가 늘어남에 따라 초보자에게는 충분히 사용해 볼 법한 시스템이 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스페셜 스타일만으로 이용자 간의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은 무모하지만, 스토리 모드 등 혼자서 즐기는 이용자라면 충분히 콘텐츠를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 에피스도와 같은 콘텐츠에서는 각기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해야 하는데, 타 대전 격투 게임에 비해 깊이가 한층 깊은 철권 시리즈의 특성상 새로운 캐릭터를 매번 학습하기는 상당히 난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스페셜 스타일이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카자마 진 중심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카자마 진을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도 이 스페셜 스타일을 통해 엔딩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스페셜 스타일에서는 공중 콤보와 히트 드라이브 이후의 콤보를 원 키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콤보 미스가 두렵거나, 히트 드라이브 이후 콤보가 어렵다면 빠르게 스위칭해서 후속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스페셜 스타일보다는 기본 플레이를 통한 견제와 다양한 이지선다, 콤보 등을 구사하는 것이 유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그래도 핵심은 대전
대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커맨드의 간소화에 있다. 기본적으로 이른바 고인물들만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들이 대부분 간소화 처리되면서 좀 더 쉽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반대로 이전과 동일하게 정커맨드로 입력을 해 사용하면 위력적인 측면에서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과 연습 수준, 그리고 실전 상황 등을 고려해서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다.
덕분에 비교적 익숙하지 못한 플레이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운영이 가능하며, 반대로 이전 작에서 충분히 재미를 본 이용자라면 더 높은 피해량을 노려볼 수 있어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러한 간소화된 플레이가 게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가 말 그대로 '어그레시브'한 전투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배워야 할 거리가 좀 더 늘어난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히트 발동 타이밍과 그에 따른 대시 연계기 등은 이용자 간의 격차를 또 한 번 늘리는 선택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튜토리얼 등에서 히트를 이용한 콤보 챌린지를 제공하긴 하지만 처음 익히기에 난이도가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러한 간극은 앞서 소개했던 아케이드 퀘스트와 고스트 배틀을 통해 꾸준히 동기부여를 해가며 성장하는 것이 답이다.
철권 8은 굳이 온라인 대전이 아니더라도 혼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확연하게 보이는 시리즈이다. 단순히 스토리 모드의 볼륨을 늘린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 에피소드와 지속해서 성장해 가는 재미를 주는 아케이드 퀘스트, 새로운 대전의 재미를 제공하는 고스트까지 여러 영역에서 다채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돼 결론적으로 대전이라는 것에 충분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덕분에 어떤 시리즈보다도 철권 시리즈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흥행작이 되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