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가 창세기전 IP.를 아우를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창세기전 2'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SRPG다. 창세기전 2는 '창세기전'의 콘텐츠를 보충한 완전판으로서 창세기전과 함께 시리즈 첫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동시기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과 마찬가지로 창세기전 첫 작품을 기반으로 개발되면서 시리즈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제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수라 프로젝트는 '창세기전 3'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인류 존속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문명을 재탄생시키는 과정으로 창세기전 시리즈는 이 거대한 반복의 이야기다. 창세기전 2의 베라모드가 그러했고, 창세기전 3 파트 2의 인물들이 그러했듯이 라인게임즈는 시리즈의 원점인 창세기전 2로 돌아가 창세기전 IP의 부활을 꿈꿨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그런 라인게임즈의 의지와 행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28년 만입니다 선생님 = 게임조선 촬영
국산 유명 IP의 귀환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 게임조선 촬영
모바일로 돌아온 창세기전의 모습은 어떨까? 일단 첫인상은 '기본은 했다'였다. 그래픽과 캐릭터 육성, 스토리 컷신 등 팬들이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최근 모바일 게임 유행을 반영해 원작의 감성과 세련된 모바일 게임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카툰 렌더링을 활용한 3D 캐릭터 모델은 창세기전 3 파트 2 이후 출시된 창세기전 시리즈 게임 중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D 일러스트와 괴리감이 적은 3D 카툰 렌더링 캐릭터 모델을 사용하면서 게이머는 거부감 없이 캐릭터를 수용할 수 있었고, 이는 스토리에 대한 몰입, 더 나아가 게임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출시된 창세기전 시리즈 게임들이 크든 작든 일러스트와 캐릭터 모델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을 상기해 보면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거부감 적은 캐릭터 모델은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자랑인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왕국을 잃어버린 왕녀 이올린 팬드레건이 성기사를 결집해 왕국의 보물을 되찾고, 기억을 잃어버린 레인저 G.S가 이들과 만나 험준한 북쪽 산맥을 건너는 이야기, 왕자 라시드 팬드래건이 빙룡을 만나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 등 원작의 주요 장면을 스테이지 단위로 구성해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게이머는 캐릭터들의 대화와 영상 컷신, 그리고 전투를 반복하며 창세기전 2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전직 시스템도 눈여겨볼 부분. 같은 캐릭터라도 다른 직업으로 전직해 색다른 느낌으로 전투에 사용할 수 있었던 전직 시스템을 이번 작품에 제대로 구현하면서 육성의 재미를 더 높였다. 1~2가지 전직에서 시작해 가지 모양으로 뻗어나가는 전직 방식은 총 3단계로 구성되었으며, 콘텐츠에 맞춰 전직을 통해 습득한 스킬을 조합해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것이 전투의 핵심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래픽은 전반적으로 전작들에 비해 만족스러운 편 = 게임조선 촬영
스토리도 원작을 적극 활용하는 만큼 크게 모난 곳은 없다 = 게임조선 촬영
전직이 다양한 것만으로도 육성의 재미를 기대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게임을 오래 하면 할수록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스테이지 디자인과 레벨 디자인, 콘텐츠 구성이다.
각 캐릭터는 가위바위보 형태로 물리는 적, 녹, 청 속성과 기본 능력치가 높지만 백 속성에 약한 흑 속성이 있다. 또한 공방 상성으로 공격 형태에 따라 참격, 관통, 마법, 타격 4가지 유형과 방어 형태에 따라 라이트, 미디엄, 헤비 3가지 유형이 있다. 상성만 해도 속성 5가지와 공방 총 7가지로 복잡한데 스테이지에 진입하면 약 5~10마리 몬스터가 다양한 상성을 가지고 등장한다. 상성에 따라 최소 25%, 최대 50%의 피해량 보너스가 붙기 때문에 전투가 귀찮다고 무작정 자동 전투를 누르다간 전멸한 파티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최대한 상성 우위 캐릭터만 골라가면 될까? 그게 또 쉽지 않다. 적들은 대부분 아군보다 많고 공격력도 높은데 이동 거리와 공격 사거리도 길어 공격에서 우위를 가져간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검방병과 창방병 같은 탱커, 몽크와 프리스트, 클레릭 같은 회복 캐릭터를 편성하면 상성 우위 딜러 자리가 부족해진다. 스토리 4 얼음성 무렵엔 적들은 죽어도 방해 오브젝트를 남기고, 필드에 설치하는 광역 공격을 사용하고, 멀리서 아군을 저격하는데 아군은 적을 하나하나 정직하게 처리해 나가야 한다. 이쯤 되면 다양한 전략과 전술로 재밌는 전투를 하는 것이 적인지 나인지 헷갈리게 된다. 상성의 많고 적음은 단점이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단점이 된다.
전략 전술의 다양화 측면에서 속성이 많은건 문제가 안된다 =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공식 커뮤니티 갈무리
문제는 악의적인 배치와 짜증나는 몬스터 능력 = 게임조선 촬영
그렇다면 많은 캐릭터를 육성해 다양한 상성을 갖추면 되지 않을까? 그것도 쉽지가 않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에선 캐릭터의 레벨, 클래스 랭크, 전직, 장비 등 다양한 육성 요소가 마련됐다. 장비는 자유롭게 탈착할 수 있지만, 캐릭터마다 무기 하나 방어구 다섯, 총 여섯 개의 장비를 맞춰야 한다. 육성 요소마다 필요 재화가 모두 다르며, 일부 성장 재화는 재화 획득 콘텐츠 일일 입장 횟수가 정해져 있어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고 싶어도 재화가 모자라기 때문에 육성 속도가 더디고, 콘텐츠 진행 속도가 더디고, 게임 진행이 더디다. 물론 재화 획득 콘텐츠 외 다른 콘텐츠에서도 조금씩 성장 재료를 모을 수 있지만, 게이머가 그걸 하나하나 찾는 귀찮음을 감수할 이유가 있을까?
결국 창세기전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인 스토리의 매력도 빛이 바랜다. 게임 진행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화와 장비만으로 진행을 할 수 없고, 초반부터 따로 파밍과 성장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스토리의 흐름이 끊기고, 몰입감 저하로 이어진다. 창세기전 2의 스토리는 게이머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분신격인 주인공이 없고, 이올린과 G.S, 라시드 등 높은 비중을 가진 캐릭터가 잔뜩 등장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형태인 만큼 몰입감을 해치는 진행 방식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스토리는 쉽게, 도전 콘텐츠는 어렵게, 최종 콘텐츠는 숙련도와 육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최근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게임 유행과도 맞지 않는다.
캐릭터 5명X장비 6개=? = 게임조선 촬영
육성할 요소가 많으면 횟수도 많아야 하지 않을까? = 게임조선 촬영
플레이를 할수록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의 감상은 '기본은 했다'에서 '기본만 했다'로 바뀌어 간다. 유행하는 스타일로 옷을 샀지만 마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것처럼, 모바일 SRPG가 보여줘야 할 콘텐츠를 구축하고 그 위에 창세기전이라는 옷을 제대로 입히지 못한 느낌이다. 기다려왔던 창세기전 모습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일단 기쁘지만,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번거롭고 복잡한 게임 구조에 점점 손이 가지 않는 아쉬움을 남긴다.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창세기전 2의 리메이크와 창세기전 시리즈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선 팬들의 기대 최소치를 충족시켰지만, 모바일 SRPG라는 장르적 측면에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적어도 기존 창세기전 시리즈보단 나은 작품이라고 할 순 있겠으나 시리즈 존속과 발전을 위해선 비교 대상이 같은 시리즈 내 작품이 되어선 안된다. 보다 게이머 경험 측면에 초점을 더 맞추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