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라그나로크가 등장했다. 바로 지난 7일 출시된 '라그나로크 비긴즈'다. 오랜 시간 동안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은 그라비티의 대표 IP답게 이번에도 원작의 감성을 살린 한편 '횡스크롤'이라는 키워드를 첨가해 처음 접한 게이머에겐 라그나로크의 매력을, 팬들에겐 익숙함을 선사했다.
탑뷰 시점에서 횡스크롤로 바뀐 만큼 공격 방식과 직업별 스킬, 사냥터의 모양 등을 횡스크롤, 특히 모바일 환경에 맞춰 바꾼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매지션은 무기로 때리던 일반 공격이 직선 범위 공격이 되었고, 적 하나하나를 클릭하거나 범위를 지정해야 했던 스킬들이 부채꼴이나 지정 몬스터 주변 모든 적 등 범위 형태가 되었다. PC 버전이라도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모바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투를 펼칠 수 있다.
사냥터는 거의 대부분 횡스크롤이라는 장르에 맞춰 좌우로 긴 구조가 되었다.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땐 단순히 '기존 탑뷰 라그나로크 작품들의 사야 각도를 내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직선에 가깝게 진행되는 던전 구조나 액션 RPG를 연상케하는 전투 방식 덕분에 기존 라그나로크와 또 다른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횡스크롤이라는 구조에 걸맞게 전투 방식도 상당히 바뀌었다 = 게임조선 촬영
맵 역시 좌우로 길쭉하게 바뀌었다 = 게임조선 촬영
라그나로크 비긴즈라는 이름은 원작으로부터 100년 전 이야기를 다루는 메인 스토리를 강조하기 위해 지어졌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나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 이미 여러 작품에서 등장했던 주신 오딘과 마왕 모로크의 대립과 신들의 전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요르문간드를 처치한 영웅 트리스탄 폰 게오보르그에 얽힌 게오보르그 가의 저주도 엿볼 수 있다. 라그나로크 비긴즈의 이야기는 전쟁이 끝난 직후 오딘을 섬기는 룬 미드가츠 왕국과 프레이야를 섬기는 아루나펠츠 교국의 대립과 교황 굴베이그의 실종에서 시작된다.
스토리 외에도 원작 팬이라면 반길만한 요소들을 게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마스코트인 카프라가 어김없이 등장해 공간 이동 서비스와 거점 저장 등 핵심 카프라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하며, 많은 게이머의 원수인 대장장이 홀그렌도 당당하게 영업 중이다.
라그나로크 시리즈를 즐긴 게이머라면 익숙할 그 이름들 = 게임조선 촬영
당연히 라그나로크의 마스코트인 카프라도 등장 = 게임조선 촬영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핵심인 캐릭터 육성은 기본적으로 다른 작품과 거의 동일한 방식이다. 캐릭터 레벨을 높여 능력치 포인트를 얻고, 이를 VIT, STR, AGI, INT, DEX, LUK 6가지 능력에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클래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얻는 스킬 포인트로 스킬 트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다만 능력치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키울 수 있는 직업들은 거의 모두 원작과 다른 스킬, 다른 전직을 가지고 있다. 메지션의 경우 단일 공격 마법인 볼트류 마법이 모두 사라진 대신 그 자리를 광역 공격 마법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직의 경우 위자드와 세이지가 아니라 엘리멘탈리스트와 서모너다. 어콜라이트의 전직도 몽크 대신 크루세이더를 연상시키는 인퀴지터가 대신하는 등 원작과 전혀 다른 플레이 방식을 보여준다.
가중치와 요구량 상승에 맞춰 능력치를 분배하는 방식은 그대로 = 게임조선 촬영
새로운 게임인 만큼 일부 직업은 스킬과 전직이 바뀌었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 플레이 방향성을 모바일 환경에 맞췄기 때문에 이전 모바일 라그나로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행동력이라는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했다. 행동력 소모를 켜두면 필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 경험치와 제니,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지만, 모두 소모하거나 꺼두면 사냥을 통해 경험치와 제니를 얻지 못하고 드롭률이 크게 하락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행동력 소모와 필드 보스, 던전 등 할일을 모두 끝내면 도감작이나 닥사 등 반복 플레이를 하는 흐름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라그나로크 비긴즈의 첫 인상은 익숙한 라그나로크였고, 전투를 해본 후엔 손맛이 느껴지는 새로운 라그나로크였다. 또 메인 퀘스트를 하면서 좀 더 깊게 파고들어 보니 예전 라그나로크의 그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점점 성장해 나갈 수록 새로운 전직이 반겨주는 색다른 라그나로크처럼 느껴졌다. 새로움과 익숙함, 상반된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라비티가 그동안 라그나로크 작품들을 흥행시킬 수 있었던 노하우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기존 모바일 라그나로크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 = 게임조선 촬영
일일 콘텐츠를 다 하면 도감작 등 반복 플레이를 노리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