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실제 경마에 등장했던 경주마들을 모티프로 만든 캐릭터를 육성하는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일본의 게임사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사이게임즈는 그동안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그랑블루 판타지',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등 유명 캐릭터 게임을 서비스했던 만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출시는 순탄치 않았다. 게임은 가장 먼저 기획됐으나 출시일이 점점 뒤로 밀리면서 나중에 기획된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먼저 출시될 정도였다. 그래서 서브컬처 팬 사이에선 이렇게 오래 개발하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출시되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뒤집어 놓을 거라는 반쯤 우스갯 소리가 돌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경주마와 미소녀 조합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우마무스메 = 사이게임즈 공식 채널 갈무리
다사다난한 출시 과정을 거쳐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 파카튜브 공식 채널 갈무리
기획이 처음 발표된 2016년으로부터 5년 뒤, 2021년 2월 24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드디어 일본에 출시됐다. 그리고 뛰어난 퀄리티의 캐릭터 모델링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서브컬처 팬들을 휘어잡았다. 다른 스포츠 장르의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육성 시나리오와 아이돌 육성 장르를 방불케하는 위닝 라이브의 조합은 여러 의미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출시 나흘 만에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점령, 게임을 넘어 일본의 사회 현상 수준의 흥행을 일궈냈다.
한국에선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로 사이게임즈와 협업 경험이 있었던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팬들의 예상보단 약간 늦긴 했지만, 다행히 일본보단 빠른 1년 4개월 만에 한국에 정식 출시됐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라는 게임의 명성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각종 우회 방식을 통해 일본 서버를 플레이하던 유저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만화로 작품을 접한 서브컬처 팬,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 등 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그 기대에 응하듯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한국에서 사전 예약 열흘 만에 100만 명 돌파,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이틀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TOP 10 진입 등 굵직한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면 팬들은 어째서 이토록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 열광하는 걸까? 특히 한국에선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한 '경마'라는 소재,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돌 육성이라는 장르, 그리고 일본 현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시나리오 등 한국 게이머가 쉽게 공감하기 힘든 요소가 가득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게임은 수많은 캐릭터 게임을 추월해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출시 후 모바일 차트 정상을 차지 =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공식 SNS 갈무리
이제는 유명 영화와 협업할 정도로 거대한 IP가 되었다 = 탑건 공식 SNS 갈무리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주역 캐릭터들, '우마무스메'는 실존 경주마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경주마와 비슷한 방식의 전략과 성격, 외견을 가지고 있어 다른 캐릭터 게임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 게임 최고 인기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골드 쉽'은 기행을 일삼던 경주마 골드 쉽의 외모 특징과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들이 달릴 때 이 캐릭터는 전동휠을 타고, 트레이너에게 드롭킥을 날리며, 멋대로 자기가 원하는 트레이닝을 하는 등 기행을 보여준다. 이런 신선한 매력 덕분에 우마무스메를 육성하는 게이머는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우마무스메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뛰어난 모델링도 빼놓을 수 없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캐릭터들은 2D 캐릭터와 비교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3D 모델링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자연스럽게 트레이닝과 레이스,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마치 살아있는 캐릭터 같은 느낌을 준다. 많은 캐릭터 게임이 매력적인 일러스트로 게이머를 사로잡고 일러스트에 못 미치는 인게임 캐릭터로 실망을 안겨주곤 하는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반대로 매력적인 인게임 모델링으로 유저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PV가 처음 공개됐을 때 뛰어난 모델링에 많은 팬이 열광했다 =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공식 채널 갈무리
각 우마무스메의 독특한 캐릭터성 역시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 파카튜브 공식 채널 갈무리
캐릭터의 매력은 단순히 모델링의 퀄리티로 끝나지 않는다. 우마무스메들은 각자 경주마들의 일화를 채용한 고유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주마의 일화를 그대로 사용하진 않고, 중고등학생이라는 설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각색했다. 예를 들어 유력 우승 후보를 꺾고 방해꾼 취급을 받았던 '라이스 샤워'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 의기소침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메인 스토리에선 이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레이스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우마무스메로 거듭난다. 육성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캐릭터도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키우게 될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우마무스메의 성과를 보답받는 '위닝 라이브'는 그야말로 백미. 첫 튜토리얼에선 레이스에서 1위 했다고 갑자기 콘서트를 열고 춤추는 우마무스메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육성 과정에서 동고동락한 우마무스메가 마침내 1위를 거두고 많은 팬에게 박수를 받으며 무대 가운데서 빛나는 장면을 보면 자연스럽게 "쟤가 우리 애에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며 미소가 만들어진다. 이런 캐릭터의 매력이야말로 오랫동안 게임을 붙잡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솔직히 2장 봤으면 선택권 라이스 받는거 인정? = 게임조선 촬영
육성은 힘들었어도 후회는 없으리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육성 시나리오는 정통 육성 시뮬레이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갔다. 유저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자신이 육성하는 우마무스메에게 트레이닝, 휴식, 스킬 습득을 지시하고, 원하는 레이스에 출전시켜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더 뛰어난 우마무스메로 육성시키기 위해 적성에 따라 서포트 카드의 수를 조절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레이스에 출전시키기 위해 계승 캐릭터를 바꿔 육성할 수도 있다. 유저의 취향과 레이스의 목적에 따라 육성 방식이 천차만별로 달라져 육성을 하면 할수록 다양한 우마무스메를 키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총 3년간의 육성 기간이 끝난 우마무스메는 새로운 우마무스메가 육성 시나리오에 돌입할 때 자신의 능력을 물려주거나 팀 레이스에 출전해 트레이너에게 명성을 안겨줄 수 있다. 이벤트나 PVP에선 뛰어난 우마무스메를 요구하기 때문에 유저는 이를 목표로 육성을 반복하게 된다. 일본에선 유명 스포츠 게임에서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지만, 캐릭터 게임에선 생각보다 보기 힘든 방식인 만큼 유저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육성은 트레이닝, 레이스, 이벤트를 반복하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과정 = 게임조선 촬영
성장한 우마무스메는 다양한 콘텐츠에 활용된다 = 게임조선 촬영
마지막으로 카카오게임즈의 수준 높은 현지화는 팬들에게 기대한 것 이상의 만족을 안겨주고 있다. 현지화는 단순히 번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나라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그대로 국내 팬들에게 전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단어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를 통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현지화를 보여줬다.
큰 인상을 남긴 현지화는 두 가지였다. 먼저 각 대회의 로고와 배경 일러스트의 글씨다. 글꼴과 연출, 내용까지 일본 버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각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다음은 각 캐릭터의 말투다. '심볼리 루돌프'의 독특한 말장난이나 앞서 소개한 골드 쉽의 독특한 말투 등 각 캐릭터의 개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번역으로 살려냈다. 이 같은 현지화로 일본 서버를 플레이하던 유저들은 물론 새로 게임을 접한 유저들도 일본 유저들과 거의 동일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경마라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게임 방식 3박자를 통해 게이머들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현지화의 달인으로 정평이 난 카카오게임즈의 현지화로 출시 전부터 지금까지 상반기 기대작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 게임을 기다려온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현지화하려고 게임을 수입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카카오게임즈의 현지화는 이미 정평났다 = 게임조선 촬영
게이머를 사로잡는 매력, 그리고 현지화가 합쳐져 기대 이상의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