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소니 진영의 대표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 7'이 플레이스테이션 4와 5를 통해 정식출시한다.
2013년 출시한 그란 투리스모 6의 뒤를 잇는 정식 타이틀인 동시에 플레이스테이션 5로의 첫 데뷔인 만큼 그란 투리스모 7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정식 넘버링은 아니지만 이전작이었던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가 비교적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만큼 정식 넘버링이 이를 제대로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그란 투리스모 7을 사전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특별함 보다는 무난함 돋보였다
그래픽 자체는 괜찮은 편 = 게임조선 촬영
당연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비주얼적인 측면이다. 레이싱 게임은 기본적으로 차량 자체에 대한 비주얼도 중요하지만, 달리는 배경이나 UI, 각종 모드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해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그란 투리스모 7은 딱히 나쁘지 않은 그래픽을 보여줬다.
유럽의 자연환경이나 일본의 도심 레이스, 광활한 평야 등도 무난하게 표현해 내 전혀 거슬리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게임 처음 실행 시 프레임 우선 모드와 레이트레이싱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레이트레이싱 모드를 사용함에 있어도 눈에 띄는 프레임드랍은 느껴지지 않았으며 운전의 몰입도도 해치지 않아 긍정적이었다.
운행 시 어떤 모드로 할 지 즉석해서 바꿀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다만, 그냥 무난하다는 점은 약점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엑스박스 진영에서 PC와 함께 내놓은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오픈월드 성향에 맞춘 다양한 배경과 친유저적인 UI, 오픈월드에 맞춘 다양한 콘텐츠와 비교한다면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레이싱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비'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표현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 중 조금씩 비가 내리다 후반 주회에서는 비가 상당히 많이 오게 되는데, 비가 제대로 보인다기보다는 다른 차량의 물보라 등을 통해 비가 오는 것을 체감했다. 사실 먹구름이 끼어있는 만큼 이미 비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비교적 물리 엔진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비오는 날씨의 표현이 상당히 아쉬웠다. = 게임조선 촬영
◆ 캐주얼하고 진입장벽 낮은 레이싱
광활한 오픈월드 식의 게임이 아닌 그란 투리스모는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레이싱 게임이다. 라이선스나 미션 등의 추가적인 퀘스트 형태의 모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순위 경쟁을 목표로 하는 '경기'에 집중돼 있어 번잡함이 없으며 그냥 자신이 가진 차량으로 빠르게 달리면 된다는 레이싱 게임의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레이싱 게임 중에서는 그란 투리스모가 가지는 포지션 자체가 상당히 라이트 하다는 점에 있다. 레이싱 승부에 좀 더 포지션이 맞춰져 있는 만큼 아세트 코르사나 F1 시리즈와 같은 게임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게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캐주얼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요즘 레이싱 게임에서는 최적 경로나 브레이크 타이밍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다. = 게임조선 촬영
실제로 그란 투리스모 7 역시 앞선 레이싱 게임에 비해 운행 자체가 쉬운 편이며, 차량 충돌에 의한 반동이 약하고 기체 파손 등에 따른 페널티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플레이가 가능한 편이다. 차량 파손 등에 의한 페널티가 거의 없는 데다 GT 점검 역시 매우 싼 가격에 할 수 있어 일단 달리기만 하면 손해 볼 일은 없다.
그나마 난이도가 있는 주행이라면 비포장에서 이뤄지는 더트 레이싱 정도가 일반적인 운행과 조작이 달라 익숙해지기까지 손에 제법 가는 편이다.
또한, 같은 튜닝 자체에 대한 수치를 PP로 보여주고 있어 마치 모바일 게임의 '전투력' 마냥 초보자 역시 자신 차량의 수준을 손쉽게 평가할 수 있어 진입장벽을 좀 더 낮추고 있다. 물론 좀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꼼꼼한 튜닝이 필수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PP 기준으로 날씨에 따른 타이어 정도만 제때 교체해 준다면 큰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튜닝을 통해 차량을 개조한다. PP 수치를 일단 높이면 중간은 간다. = 게임조선 촬영
한편, 듀얼 센스를 통한 운행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트마스터 'T300RS GT'도 큰 무리 없이 플레이스테이션 5에서 적용됐지만, 패드로 가볍게 플레이하는 것 역시 부담이 없었다. 진동이나 듀얼 센스를 통한 사운드 경험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 스토리 진행과 수집욕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그란 투리스모 7은 유저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썼다. 대표적으로 기본적으로 라이선스와 미션을 통해 운전 연습을 도와줄 뿐 아니라, 카페라는 메인 스토리가 이뤄지는 공간이 추가돼 게임의 흐름을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올려준다.
카페에서 여러 과제를 내준다. = 게임조선 촬영
카페에서 진행하는 스토리는 사실 엄청난 스토리텔링을 가졌다기보다는 플레이어의 수준에 맞춰 차례대로 대회를 소개하며, 해당 대회에서 3위 안에 진입 시 얻는 프레젠트 차량을 3종 모아오는 식으로 진행한다. 각 차량은 특정한 콘셉트로 묶여 있어, 모아오면 해당 차량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이외에도 튜닝이나 점검, 스케이프 모드, 미션, 라이선스 등 여러 부분에서 튜토리얼의 성향을 띠기 때문에 레이싱 게임에 익숙지 않은 플레이어도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성장해나갈 수 있다.
특정 대회 3위 안에 들기, 각종 모드 튜토리얼 경험하기 등이 주요 내용 = 게임조선 촬영
또한, 미국과 유럽, 일본 차량은 물론 국내 차량까지 일부 등장하면서 차량 수집욕을 불태우게 만들어주고 있다. 차량은 크게 프레젠트 카와 중고차 매장, 브랜드 관, 레전드 카 등을 통해 획득할 수 있으며, 특정 차량의 경우 초대권을 입수한 경우에 한해 구매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다양한 획득 루트가 개설돼 있다.
◆ 추가 플레이 요소
엔딩까지의 솔로 모드가 확실하게 구현돼 있어 게임 진행 후 한동안은 솔로 플레이 위주로 돌려야 하지만, 멀티 플레이 요소도 확실하게 잡고 있다.
멀티 플레이 요소는 크게 3가지로 로비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와 방을 개설하고 즐길 수 있는 멀리 플레이와, 2명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화면 분할을 해 승부하는 2인 전용, 그리고 특정한 미션 기록을 다른 플레이어와 순위 경쟁하는 모드가 있다. 멀티 진행 시에도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유저와의 플레이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2인 모드 = 게임조선 촬영
순위 경쟁에 부담이 있거나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플레이어를 위해 '뮤직 랠리'도 돌아왔다. 말 그대로 특정 음악에 맞춰 운전을 하는 모드로 순위가 아닌, 점수제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듬 게임처럼 생명 포인트가 있으며, 운행을 할수록 해당 포인트가 줄어들어, 최대한 실수하지 않고 멀리 운행하는 것이 포인트다. 테스트 당시에는 비교적 적은 음원만 지원을 했으나, 향후 업데이트할 것이라 표기돼 있는 만큼 주요 모드가 될 것을 보인다.
미션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좀 더 테크닉적인 운영 능력을 기르고 싶은 유저를 위한 라이선스와 미션 등도 다양하게 포함돼 있어 레이싱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많은 부분 신경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운행 외적인 부분에서도 신경을 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사진 모드이다. 세계 여러 곳을 배경으로 자신의 차량을 배치하고, 날씨나 보정 등의 효과를 적용해 자신만의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차량 연출이나 세계 곳곳의 명소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새로운 재미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의외로 재미난 사진 모드 = 게임조선 촬영
여러 명소에서 자신의 차량을 찍어볼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25주년 기념작인 만큼 이번 그란 투리스모 7은 여러모로 신경을 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레이싱 게임이 가지는 본질적인 경주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레이싱 게임 자체에 대한 재미를 충분히 잡아주는 캐주얼한 게임인 만큼 플레이스테이션 5를 보유하고 있다면 하나쯤 장만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레이싱 게임들이 휠뿐만 아니라 패드만으로도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도 크지 않다.
또한, 화면 분할을 통한 2인 모드로 소위 말하는 '접대 게임', '가족 게임'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 역시 상당한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는 그란 투리스모 7으로 레이싱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스토리 모드에서는 레귤레이션 제한이 있어 다양한 차종으로 대회를 경험하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