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은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시각과 청각, 미각, 후각, 촉각으로 나뉜다. 이러한 오감은 느끼는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에 제한을 받느냐 혹은 어떤 것이 강조되느냐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시각이 차단된 상태와 청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전혀 다른 셈이다.
많은 게임은 시각과 청각에 집중하는 편이다. 미각이나 후각, 촉각은 일반적인 게임에서 표현해내기 어려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포 게임에서는 시각이나 청각적인 요소를 이용해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깜짝 놀래는 방식의 플레이가 일반적이다. 디지털 정보 체계로서는 미각과 후각 등의 요소는 플레이어에게 공감대를 일으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왈츠의 신작 '오감-FiveSenses' = 게임조선 촬영
스토브를 통해 출시한 개왈츠(DogWaltz)의 호러 어드벤처 게임 '오감-FiveSenses(이하 오감)'는 단순 오감 중 시각과 청각을 통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오감을 게임 공략의 요소로써 활용해 이전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오감은 2018년 홍익대학교 게임학부 졸업 작품으로 제작된 게임으로, 해당 게임에 멀티플레이 요소를 넣고, 다양한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하도록 어레인지 된 게임이다. 인간의 대표적인 감각 다섯 가지와 관련된 몬스터를 처리하고 탈출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오감은 기본 1인부터 최대 5인까지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단순히 전투를 통해 괴물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을 피해 건물을 탐험하며, 처치할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개왈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개발 초기 버전 공략 영상을 볼 수 있다. = 개왈츠 공식 유튜브 갈무리
게임은 옥상에서부터 함께 시작하며, 각 층을 내려가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넘어갈 때마다 벽 등에 오감과 관련된 몬스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몬스터의 경우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어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청력이 뛰어나 플레이어가 문을 여닫거나 양동이를 걷어차는 등의 행동을 할 경우 쫓아온다. 이와 관련해 계단에서는 소리를 내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청각 괴물의 경우 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이후에도 플레이어의 냄새를 맡고 쫓아오는 후각 괴물이나 플레이어가 쳐다보거나 움직이면 공격하는 시각 괴물, 일정 주기로 밥을 달라고 울부짖는 미각 괴물 등 각기 오감 콘셉트에 맞춰 확실한 공포를 유발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몬스터의 약점은 이들이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다. 청각 괴물에게는 소화전을 울려 소리로 고통을 주고, 후각 괴물에게는 냄새로 유인해 독가스를 활용하는 방식, 시각 괴물은 눈부신 빛 등을 이용해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던 이전 졸업작품 버전의 경우 각 괴물이 하나의 공간만을 배회하기 때문에 하나씩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느낌의 게임이었다면, 스토브에 공식 입점한 오감은 여러 몬스터가 혼재된 채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여러 몬스터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해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괴물이 동시 난입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게임조선 촬영
지하에서 일정 시간마다 '밥 줘!'를 시전 중인 미각 괴물 = 게임조선 촬영
물론, 반대로 플레이어 역시 5인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운신의 폭 역시 커졌다는 것도 장점이다. 각 플레이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힌트를 찾아 나서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인을 하는 등의 플레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능숙한 플레이어끼리 합을 맞춘다면 각각의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처치해 빠른 클리어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플레이어 중에 '몬스터 플레이어'를 넣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플레이어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살인마처럼 비대칭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몽어스'의 임포스터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가 된다. 다른 플레이어 몰래 함정을 이용해 탈출을 방해하며, 자멸을 노리는 '혼자만의 승리 조건'이 따로 있어 게임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인플 시 랜덤하게 몬스터 플레이어(임포스터)가 나오도록 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오감은 인간이 가지는 다섯 감각을 단순 공포심을 주기 위한 요소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의 핵심 콘텐츠로 구상한 독특한 공포 게임이다. 각각의 발달된 감각이 게임 플레이를 제한하며 플레이어를 압박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발달된 감각이 오히려 공략의 키포인트가 되는 아이러니함을 잘 그려냈다.
특히, 한 몬스터 씩 상대했을 경우 자칫 단조로워졌을 플레이를 여러 몬스터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함과 동시에, 멀티플레이, 그리고 배신자 몬스터 플레이어까지 넣어 다채로운 플레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개인플레이라면 타임어택을 도전해볼 수 있으며, 다인 플레이라면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른 색다른 재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오감-FiveSenses-는 스토브 인디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