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스퀘어에닉스의 신작 '브레이블리 디폴트 2'가 출시됐다. JRPG의 명가 스퀘어에닉스의 작품이고, '브레이블리' 시리즈와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만든 개발진이 참여했기 때문에 출시 전부터 고전 JRPG 팬들에게 관심을 듬뿍 받은 게임이다. 실제로 이 작품을 해보면 JRPG에서 자주 등장하는 턴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투, 다양한 잡 시스템, 크리스탈과 빛의 전사 등 익숙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스토리는 폭풍에 표류하게 된 선원 '세스'가 멸망한 왕국의 공주 '글로리아'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세스와 글로리아는 막대한 힘이 담겼지만,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크리스탈'을 수거하기 위해 대륙을 여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연구를 위해 유랑 중인 '엘바스'와 엘바스에게 고용된 '아델'이 합류한다.
크리스탈과 빛의 전사? 이거 완전 파이널... = 게임조선 촬영
브레이블리 디폴트 2의 스토리는 특별한 힘을 가진 주인공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모험하는 전형적인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탈이나 빛의 전사 등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팬에게 익숙한 용어들이 나오기 때문에 JRPG 팬이라면 다소 진부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대신 오랫동안 많은 게임에서 사용된 플롯인 만큼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개발사의 전작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JRPG 특유의 과장되고 다소 유치한 스토리가 단점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여덟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각 주인공마다 옴니버스로 스토리가 진행돼 혼란을 야기한다. 특정 구간에서 등장하는 '동료 대화'를 보지 않는 이상 이 캐릭터들이 어떤 인물이며, 캐릭터들이 파티를 맺은 이유조차 모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브레이블리 디폴트 2의 스토리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물론 유저에 따라 과장되고 유치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캐릭터들이 중심 서사에 따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브레이블리 디폴트 2라는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옥토패스 트래블러에 등장한 동료 대화도 마련됐기 때문에 캐릭터 간 관계를 파악하기 쉽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전형적인 모험담의 도입부 = 게임조선 촬영
각자 목적이 있지만, 공통 목표를 따르기 때문에 옥토패스 트래블러보단 덜 난잡하다 = 게임조선 촬영
그래픽은 3D로 구현했지만, 마을과 던전에선 시점 조작이 불가능하다. 2D그래픽처럼 보이는 마을은 마치 한 폭의 일러스트처럼 유려함을 자랑하지만, 시각적 효과를 위해 편의성을 희생했다. 높은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던전에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수평에 가까운 시점을 제공하는 마을에선 거리감을 느끼기 힘들어 불편하다.
캐릭터 모델링도 다소 아쉽다. 휴대 모드에선 느끼기 힘들지만, 독 모드에선 캐릭터 외곽선의 계단 현상이 많다. 대화할 때 표정이나 몸짓은 더할 나위 없이 잘 묘사돼 생동감을 느끼게 하지만, 이런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은 몰입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문제: 유저의 캐릭터는 어디 있을까? = 게임조선 촬영
시점 조작이 자유로운 필드에선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 게임조선 촬영
계단 현상은 독 모드에서 유난히 눈에 거슬린다 = 게임조선 촬영
스토리와 그래픽은 다소 아쉽지만, 캐릭터 육성만큼은 유저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캐릭터는 메인 잡으로 설정된 잡의 액티브 어빌리티와 서포트 어빌리티, 잡 특성, 서브 잡으로 설정된 잡의 액티브 어빌리티와 서포트 어빌리티를 사용한다. 따라서 메인 잡과 서브 잡을 조합해 수많은 캐릭터 조합은 만들 수 있다. '흑마도사'로 시작하는 엘비스도 잡을 바꿔 방어에 특화된 '뱅가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잡은 캐릭터의 전투 능력뿐만 아니라 외형을 결정하는 요소다. 캐릭터의 코스튬은 메인 잡으로 설정된 잡의 외형을 따라가며, 해금된 잡에 따라 수많은 코스튬을 설정할 수 있다. 메인 잡의 코스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설정에서 캐릭터 설정화에 가까운 '프리랜서' 잡의 코스튬으로 고정할 수도 있다.
흑마도사? 넌 이제부터 뱅가드야! = 게임조선 촬영
다른 잡의 어빌리트를 장착해 패시브 효과를 받을 수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 역시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턴 방식을 따른다. 대신 턴을 미리 당겨서 쓸 수 있는 '브레이브'와 턴을 저축하는 '디폴트'로 능동적인 턴 사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브레이브를 사용하면 연속해 네 번까지 행동할 수 있지만, 저축해둔 턴이 없다면 이후 네 번의 턴을 쉬어야 한다. 브레이브나 디폴로 증감된 턴은 다음 전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브레이브로 연달아 사용해 상대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 식으로 빠르게 사냥할 수도 있다.
캐릭터의 행동 순서는 속도와 무게에 따라서 결정된다. 즉, 캐릭터에 따라 한 턴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브레이브와 디폴트, 버프, 디버프의 효율도 천차만별로 바뀐다. 각 캐릭터의 턴 속도에 맞춰 전략을 세우는 것이 브레이블리 디폴트 2 전투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전투 커맨드는 턴 전투의 기본인 일반 공격, 스킬, 아이템에 브레이브와 디폴트가 추가됐다. = 게임조선 촬영
브레이브를 사용하면 일방적인 공격도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브레이블리 디폴트 2는 고전 JRPG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모두 계승한 작품이다. 우선 턴 방식의 전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략, 다양한 잡과 캐릭터 육성 부분은 충분히 호평할만한 요소다. 턴 방식 전투의 단점인 제한된 움직임도 브레이브와 디폴트 시스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게다가 최대 4배속 모션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쾌적한 전투가 가능하다.
반면 스토리와 조작감, 그래픽, 일부 시스템은 JRPG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했다. 물론 스토리가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 옥토패스 트래블러보단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기존 JRPG의 플롯과 큰 차이가 없어 진부함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마을 내 이동의 불편함, 세이브 포인트가 별도로 마련된 점, UI 구성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부분이 눈에 띈다. JRPG 팬들에겐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이지만, 대중성을 논하기엔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