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 시리즈의 국지전 버전 '워해머 언더월드: 다이어캐즘'이 출시되면서 새로운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다.
'워해머 언더월드'은 영국의 게임사 '게임즈 워크숍'에서 제작한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이다. 원작인 워해머, 그중에서도 최신 버전인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의 경우 게임을 즐기기 위해 수십 개의 미니어처 모델을 요구하는 반면, 워해머 언더월드의 경우 많아도 열 개, 적으면 세 개 모델만 가지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국지전 형태로 진행된다. 가격 역시 본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워해머 미니어처 게임에 입문하는 유저에게 많이 추천되는 작품이다.
작년에 출시된 워해머 언더월드: 다이어캐즘은 네 번째로 출시되는 워해머 언더월드 작품이다. 워해머 언더월드의 공식 대회는 시즌제로 진행되며, 각 시즌 별로 해당 시즌과 직전 시즌의 공용 카드만 사용 가능하다. 다시 말해 입문자는 최신 시즌만 구매해도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초기 시즌 작품을 가지고 있는 유저도 공용 카드만 사용못할 뿐이라 고유 카드에 최신 시즌 공용 카드를 섞어 즐길 수 있다. 다만, 공식 대회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시즌의 캐릭터들은 판매가 중지되므로 자신이 원하는 팩션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워해머 언더월드: 다이어캐즘이 출시된 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새로운 팩션의 등장이다. 우선 '코른'과 '젠취', '너글'에 이은 카오스의 신 '슬라네쉬'를 섬기는 '공포의 야외극단'이 메인 팩션 자리를 꿰찼고, 추가 팩션으로 '슬레이브 투 다크니스'를 대표하는 '카그라의 파괴자들'이 등장하면서 카오드의 유명 팩션이 모두 등장했다. 여기에 선세력의 큰 축을 담당하는 '루미네스 렐름로드'의 '마이아리의 정화자들', 워해머 팬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세라폰'의 '스타블러드 스토커', '리전 오브 나가쉬'의 '진홍색 궁정'까지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팩션이 대거 등장하며 유저들을 기쁘게 했다.
이처럼 네 번째 시즌까지 무사히 진행되며 워해머 미니어처 게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워해머 언더월드. 그중에서도 최신 작품인 워해머 언더월드: 다이어캐즘을 개봉해보고, 구성품과 신규 팩션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리자드맨 귀요미들! 쵹쵹! = 워해머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 기본 구성품은 2인용 세트
우선 상자부터 살펴보자. 상자 전면에는 이번 시즌의 주인공인 '마이아리의 정화자들'과 '공포의 야외극단'이 격돌하는 장면, 후면에는 구성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게임 전 준비 모습이 그려져있다. 구작 워해머의 멸망을 다룬 '엔드타임' 이후 카오스의 신 슬라네쉬는 엘프의 영혼을 흡수했고, 에이지 오브 지그마 시점에선 엘프들에게 잡혀 영혼을 반환하는 중이다. 이를 구하기 위해 엘프들과 슬라네쉬 신도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설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적절한 대결 구도라고 하겠다.
내용물은 다른 시즌 메인 세트와 마찬가지로 2인용에 맞춰 구성됐다. 팩션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이엘프와 슬라네쉬 두 가지다. 여기에 맵 두 장, 게임에 사용할 토큰, 전용 주사위, 설명서와 요약본이 담겨있다. 즉, 인구수 역할을 하는 유닛 포인트가 높아질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 본편과 다르게 워해머 언더월드는 시즌 스타터팩 역할을 하는 세트 하나만 구입하면 10만원도 채 안되는 가격으로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추가 출시되는 팩션을 구입하면 3인 이상 플레이도 가능하다.
워해머 에이지 오브 지그마의 설정을 좋아하는 유저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워해머 언더월드: 다이어캐즘의 설명서 역시 다른 워해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적 배경부터 각 유닛의 설정까지 자세히 적혀있기 때문이다.
하이엘프vs슬라네쉬라는 근본 넘치는 대결이 성사됐다 = 게임조선 촬영
기본은 2인 플레이를 위한 구성 = 게임조선 촬영
설정덕후들을 위한 룰북 = 게임조선 촬영
■ 양쪽 모두 4인 스쿼드, 초보에겐 다소 어려운 팩션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팩션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우선 시즌 4의 선세력으로 등장한 마이아리의 정화자들을 살펴보자. 팩션 리더는 2레벨 마법사 '마이아리', 여기에 근접 전문가 '바하나르'와 '아이렌', 원거리 공격수 '세나에라'가 있다. 특히 세나에라는 각성 후 사거리 5짜리 공격을 하는 최장거리 저격수 역할을 해낸다.
각성 조건은 '공격, 방어, 주문 굴림 시 모든 주사위가 성공만 나올 것'이다. 각성 후엔 방어 주사위가 2개가 되지만, 모든 유닛의 체력이 3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마이아리의 정화자들은 '에테르쿼츠 카운터'를 사용해 능력을 강화하거나, 카운터를 하나 소모해 주사위를 다시 굴리는 새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능력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최대 체력이 3인 관계로 각성도 하기 전에 캐릭터가 쓸려나가는 경우도 있다.
반면 악세력인 공포의 야외극단은 능동적으로 체력을 조절하는 독특한 리더 '바실릭'과 '슬레이크레쉬', 하급 캐릭터지만 긴 이동 거리와 뛰어난 회피를 자랑하는 '글리젯'과 '하드주'가 있다.
각성 조건은 '활성화 후 생존 캐릭터들이 여섯 개 이상의 피해 토큰이 있을 경우다. 바실릭과 슬레이크레쉬의 체력이 높고, 스스로 피해를 입거나 회복하는 특수 능력이 있어 마이아리의 정화자들 보단 조건을 달성하기 쉬운 편이다. 대신 하급 병사 둘의 체력이 지나치게 낮고, 각성을 노리다가 오히려 중요한 리더와 슬레이크레쉬를 잃을 수 있어 초보자가 다루기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능력은 나쁘지 않지만, 초보자가 다루기엔 까다롭다 = 게임조선 촬영
■ 정교하지만, 도색 난이도가 높은 미니어처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미니어처는 최근 게임즈 워크숍이 출시한 미니어처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기본 색은 마이아리의 정화자들은 흰색, 공포의 야외극단은 검은 색이다. 하얀색과 하늘색 조합인 하이엘프와 갈색과 보라색 조합인 슬라네쉬의 이미지에 잘 어울려 충분히 멋진 조형을 감상할 수 있다.
문제는 도색이다. 일싸리의 수호자들처럼 그라데이션으로 유저를 괴롭히는 모델은 아니지만, 두 팩션 모두 장식품이 많고, 그 크기가 작아 칠하기가 고역스럽다. 물론 칠하고 나면 하이엘프 특유의 고풍스러운 멋과 슬라네쉬의 퇴폐미를 맛볼 수 있지만, 초보자에게 추천할 수준은 아니다.
보관 면에서도 불안한 부분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슬레이크레쉬에게 달려있는 여러 술이나 글리젯의 장신구, 마이아리의 지팡이 등이 있겠다. 전체적으로 얇고, 가느다란 '나이트 하운트'에 비하면 낫지만, 작은 장식품이 여럿 달려있는 모델이 많은 만큼 이동 시 주의가 필요하겠다.
이번에도 미니어처는 상당히 잘 뽑혔다 = 게임조선 촬영
두 팩션 모두 장신구가 많은 만큼 초보자에겐 도색 난이도가 높다 = 게임조선 촬영
장식물이 너무 얇아 조립하면서 두어 개 부러뜨려버렸다 = 게임조선 촬영
시즌 4의 시작을 알린 워해머 언더월드: 다이어캐즘은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이전 시즌에 등장하지 않은 하이엘프와 슬라네쉬를 넣는 한편 추가 팩션 역시 리자드맨이나 슬레이브 투 다크니스처럼 구작 팬들에게 사랑을 한 몸에 받은 팩션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호평할만 하다.
반면 기본 스타터의 구성품은 이전 시즌 스타터 세트에 비해 조작 난이도가 까다로워 다소 아쉬웠다. 방어와 공격으로 명쾌하게 요약할 수 있는 시즌 1, 마법사 엘리트 아미와 빠른 발을 살린 호드 아미의 대결인 시즌 2에 비해 시즌 3과 시즌 4의 스타터 세트는 어느 정도 게임 흐름을 이해해야 제 성능을 발휘하는 팩션으로 구성됐다. 물론 미니어처의 퀄리티나 성능은 뛰어나지만, 입문용으로 추천하긴 어렵다.
만약 워해머 언더월드에 관심 있고, 입문하고 싶다면 시즌 3이나 시즌 4 스타터 세트를 바로 사는 것보단 PC 온라인 버전으로 출시된 게임을 먼저 해볼 것을 권한다. 미니어처를 움직이는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게임의 흐름과 규칙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향후 새로운 팩션을 구입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