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아무렇지 않게 바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24일 스토브 인디로 출시한 '웬 더 패스트 워즈 어라운드(When the past was around)'는 바로 이런 주제를 가지고 감미로운 음악과 따뜻한 분위기의 풍경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임이다.
웬 더 패스트 워즈 어라운드는 모지켄 스튜디오에서 만든 포인트 앤 클릭 퍼즐 어드벤처 게임으로 지난 2020년 9월 스팀을 통해 출시된 이후 플레이어 평가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받았을 정도로 매우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20대 초반 여성인 에다가 되어 알 수 없는 공간에서 퍼즐을 풀어가며 과거를 딛고 새로운 나날을 다짐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일종의 힐링게임으로도 분류되며 이런류의 게임이 그렇듯 복잡한 조작보다는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이 주가 되는 게임이다.
따뜻한 느낌의 비주얼을 가진 '웬 더 패스트 워즈 어라운드'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새하얀 공간에서 홀로 의자에 앉아 있는 검은 형체를 마주치고 그가 열어주는 문으로 입장하면서 에다가 겪었던 사건과 물건이 기억과 시간을 걸쳐 드문드문 이어진 방들을 탐험하게 된다.
진행 방식은 화면에 보이는 사물과 상호작용해 열쇠를 찾거나 단서를 보고 비밀번호를 푸는 간단한 방식의 퍼즐로 이루어져 있다. 총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으며 한 챕터는 또다시 여러 개의 연속된 방으로 나누어져 있다. 챕터가 끝나기 전까진 이전방으로 다시 돌아가서 풀어야 하는 퍼즐도 있다. 이는 걸핏하면 한 번 보고 지나치기 쉬운 각 방의 장면을 몇 번 반복해서 감상하며 게임의 스토리를 더욱 깊숙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만약 어떤 물체와 상호작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측 상단에 전구를 누르면 현재 보이는 화면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물과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심지어 표시되는 아이콘 종류도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나타내주기 때문에 퍼즐 풀이가 미숙해도 게임 진행이 정체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게임의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부엉이 얼굴로 나오는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과정이 주가 된다. = 게임조선 촬영
퍼즐 중 일부는 음악과 연관지어 있는 경우가 많다 = 게임조선 촬영
우측 상단의 전구를 눌러 힌트를 확인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 내내 등장인물의 대사는 단 한마디도 없지만 스토리텔링 완성도와 연출은 매우 훌륭하다. 게임 내내 들리는 운치 있고 부드러운 바이올린 연주는 언제 어느 장면을 찍어도 한 장의 일러스트가 되는 따뜻한 느낌의 파스텔톤 그림과 합쳐져 게임 플레이 내내 플레이어의 눈과 귀를 편안하게 만든다.
구석구석 꼼꼼히 그려져 있는 배경과 때로는 거칠게 바뀌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연인을 잃은 슬픔 속에 빠져있던 에다가 꿈을 향해 쫓아갔지만 실패와 좌절을 겪고 꿈을 포기하려다 길거리의 음악에 이끌려 연인을 만나는 순간부터 함께했던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얻는 순간까지 마치 한 편의 동화책처럼 이어져 있다.
때때로 누를때마다 특정 음이 연주되는 음표를 눌러야 하는 연출은 눈과 귀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 게임조선 촬영
같은 장소를 다른 분위기로 다시 찾아오는 장면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웬 더 패스트 워즈 어라운드'는 비록 플레이 타임은 2시간 남짓한 약간 아쉬운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잔잔하고 너무 화려하지 않은 비주얼과 음악을 통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만큼 강력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메말랐던 마음을 흘러넘칠 만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 게임은 현재 스토브 인디를 통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
슬픔과 좌절을 딛고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주인공처럼 플레이어도 마음에 위로를 얻었으면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오승민 기자 sans@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