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게임즈는 지난 4일 신작 모바일 캐릭터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를 일본에 정식 출시했다.
블루 아카이브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다시 한번 개발사를 확인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개발사 넷게임즈는 '히트'와 '오버히트', 'V4' 등 호쾌한 액션과 8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MMORPG 전문 회사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넷게임즈가 기존 작품과 확연히 다른 수집형 RPG를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우선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을 지휘한 사람은 '큐라레: 마법 도서관'을 맡았던 '김용하' PD다. 큐라레: 마법 도서관이라는 개발 이력 외에도 일본 서브컬쳐의 중요 키워드인 '모에'에 대해 열띤 강연은 했던 인물이다. 서브컬쳐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른 만큼 블루 아카이브 역시 다른 캐릭터 수집형 RPG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일러스트와 다양한 수집 요소를 자랑한다.
공개와 동시에 유저들을 뒤집어놓은 바로 그 캐릭터 = 게임조선 촬영
게임은 다양한 학교가 모인 학원도시 '키보토스'에 유저가 연방수사부 '샬레'의 선생님으로 부임하며 시작된다. 유저는 연방수사부에 속한 학생들 외에도 '트리니티 자경단', '풍기위원회', '미식연구회', '축제운영위원회' 등 다양한 집단에 속한 학생들과 함께 키보토스에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학생들은 뽑기 방식인 '학생모집'으로 얻을 수 있으며, 일부 캐릭터의 경우 '신명문자'를 사용해 획득할 수도 있다. 신명문자는 특정 스테이지를 공략해 얻거나 뽑기에서 중복 캐릭터 대신 등장하는 '신명조각'을 숍에서 원하는 캐릭터의 신명문자로 교환해 얻을 수 있다.
유저는 메인 스토리 외에도 학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모 토크'는 학생들과 인연 랭크에 따라 다양한 이벤트 및 메신저 대화를 제공하는 콘텐츠다. 인연 랭크는 캐릭터 스토리 개방 및 능력치 상승뿐만 아니라 '메모리얼 로비'라는 2D Live 로비 일러스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유저가 자신이 아끼는 캐릭터의 인연 랭크를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단, 캐릭터마다 메모리얼 로비 개방 랭크가 다르며, 인연 랭크를 높일 방법은 하루 세 번 카페 교류밖에 없기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의 메모리얼 로비를 얻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저는 키보토스에 부임한 선생으로 학생들과 함께 학원도시의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 게임조선 촬영
캐릭터 획득 방식은 기본적으로 뽑기지만, 일부 캐릭터는 신명문자 교환으로 획득 가능 = 게임조선 촬영
인연 보상은 얻기 힘들지만, 전용 배경에 터치 대사까지 완벽하다 = 게임조선 촬영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3D로 모델링한 SD캐릭터를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캐릭터 수집형 RPG에선 캐릭터 일러스트가 큰 비중을 차지해 많은 개발사가 실제 움직이는 캐릭터 역시 일러스트와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2D 캐릭터를 사용한다. 3D캐릭터를 사용하더라도 일러스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카툰 렌더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루 아카이브는 과감하게 귀여움을 강조한 3D로 만든 SD캐릭터를 사용했다. 덕분에 이 게임에선 예쁘고 섹시한 캐릭터 일러스트 외에도 짜리몽땅한 캐릭터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는 귀여운 모습까지 두 가지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3D모델링을 활용하는 만큼 블루 아카이브의 전투는 다른 캐릭터 수집형 RPG에 비해 좀 더 입체적이다. 이 게임 역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단순 횡스크롤 벨트 형식이 아닌 쿼터뷰에 가까운 시점을 제공해 캐릭터들이 실제 전장에서 싸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자가 증식하는 피규어를 연상케하는 압도적인 귀여움 = 게임조선 촬영
각 캐릭터의 스킬 컷인에서 심장을 강타하는 귀여움을 느낄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전투에 참여하는 캐릭터는 총 여섯 명이다. 그중에서 네 명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는 '스트라이커', 두 명은 후방에서 스킬을 사용해 아군은 보조하는 '스페셜' 캐릭터로 구성된다. 각 캐릭터는 다시 상대의 공격을 버티는 탱커와 적을 처리하는 딜러, 아군 강화와 적군 약화를 맡는 서포터, 치유 전담 힐러로 분류된다. 또한 일반, 폭발, 관통, 신비, 공성 다섯 가지 공격 타입과 경장갑, 중장갑, 특수장갑, 구조물 네 가지 방어 타입이 있어 도전하는 스테이지와 공략 대상에 따라 전략적인 편성이 필요하다.
전투는 본격적인 국지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캐릭터들은 단순히 적의 공격을 버티고, 스킬을 써서 처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엄폐물이 있으면 자동으로 엄폐해 피해를 줄이거나 자신의 역할에 맞춰 위치로 이동하는 등 전장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
다만, 스킬 사용 외에는 이동부터 공격까지 모든 행동을 캐릭터가 자동으로 판단해 움직이기 때문에 유저가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게다가 스킬까지 자동으로 설정하면 유저는 관람하는 것 외엔 게임에 개입할 요소가 없다. 그래서 블루 아카이브의 전투는 내가 편성한 소대의 전투 시뮬레이션을 관람한다는 느낌에 가깝다. 다른 캐릭터 수집형 RPG처럼 캐릭터들이 움직이지 않고, 정해진 턴에 공격과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캐릭터들이 상하좌우 마음껏 움직이고, 전투에서 캐릭터의 위치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동과 공격 지시에 대한 부재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기본적인 편성은 스트라이커 넷, 스페셜 둘이다 = 게임조선 촬영
자동으로 엄폐하고 알아서 싸우는 것은 좋지만, 좀 심심하다 = 게임조선 촬영
블루 아카이브는 밀리터리와 미소녀의 조합이라는 다소 진부한 요소에 3D로 모델링한 SD캐릭터로 개성을 더했다. 여기에 학원도시나 신화를 연상케하는 설정, 캐릭터 인연에 따른 보상, 전용 이벤트 등 이 장르의 팬이라면 열광할만한 요소들로 게임을 한가득 채웠다. 일러스트나 성우의 수준 역시 두말할 것 없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콘텐츠 부분은 좀 더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자동 사냥이나 소탕 등 편의성 면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었지만, 그렇게 육성한 캐릭터를 활용할 곳이 부족하다. 전투 부분에선 직접 공격이나 지시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아직 출시 초기인 만큼 추후 콘텐츠 추가 등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출시 전부터 뛰어난 퀄리티의 PV와 일러스트를 선보인 블루 아카이브. 특히 일본에서의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며 서브컬쳐 팬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라는 것을 증명한 만큼 향후 국내 서브컬쳐 팬들을 겨냥한 정식 서비스를 기대해본다.
검증은 끝났다, 출시만 남았다 = 게임조선 촬영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