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지난 21일 '괴혼 굴려라 돌아온 왕자님' 한글판을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발매했다.
'괴혼 굴려라 돌아온 왕자님(이하 괴혼)'은 2004년 플레이스테이션2로 발매됐던 '괴혼 굴려라 왕자님'의 HD 리마스터 버전으로 2018년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발매한 게임의 한글화 버전이다.
괴혼은 17년전 발매된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 그것도 2018년 이미 일본어/영어 버전으로 발매된 게임에 대한 한글화 버전이 2021년에 등장했다는 것을 감안했는지 32,800원이라는 가격으로 발매했다. 게임의 특징을 생각하면 비싸다고도, 그렇다고 저렴하다고 말하기 애매한 가격인 것이 사실.
17년이나 지난 게임이지만 시스템부터 음악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시리즈의 최초이자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괴혼 한글판은 어떤 모습일까?
17년째 알코올만 드시면 행성을 박살내는 아바마마. 수습은 언제나 왕자의 몫이다. = 게임조선 촬영
◆ 스토리도, 시스템도, 번역 센스도 괴랄...
괴혼은 주인공 '왕자'가 가진 덩어리를 굴려, 덩어리보다 더 작은 물체를 붙여가며 더 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게임. 물건이 붙은 덩어리는 부피가 커지며 점점 더 큰 물체를 붙일 수 되고, 종국에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예를들어 첫 스테이지에서 처음 붙일 수 있는 물체는 압정, 성냥개비처럼 아주 작은 물건이지만 스테이지 후반부로 가면 깡통, 라디오 등의 큰 물체를 붙일 수 있다.
크기에 차이가 없어 바로 체감이 안된다면 후반 스테이지를 예로 들어보자. 후반부 스테이지는 시작 시 야구공, 페트병, 주전자 등을 붙일 수 있지만 점점 커지면서 사람, 자동차, 집 등을 거쳐 후반부로 가면 구름, 무지개, 섬을 통째로 집어 삼킬정도로 거대하게 키울 수 있다.
괴혼은 이렇게 덩어리를 굴리며 점점 거대하게 만드는 것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게임이다.
처음 이런 Cm, mm 단위로 놀던 스케일은... = 게임조선 촬영
급기야 무기개와 섬까지 집어삼키는 수백m 스케일로 발전한다. = 게임조선 촬영
조작은 전경을 둘러보는 L, R 버튼을 제외하면 닌텐도 스위치의 좌우 아날로그 스틱 두개만 사용한다. 스틱을 기울이는 방향에 따라 전후좌우 및 대시까지 가능하고, 게임 초반 간단한 튜토리얼을 통해 배우면 바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것이 특징. 조작 난도만 보면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남녀노소 제약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다만 조작이 쉽다는 것이 게임이 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덩어리를 굴려 목표를 정확히 붙이는 것은 예상보다 세밀한 콘트롤을 요하고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한 크기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아바마마가 만족스러울만한 크기까지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편.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덩어리가 끼면서 기껏 붙인 물체를 대량 잃어버리면서 시간까지 허비하는 일이 잦고, 스테이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작은 물체만 붙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별자리 만들기는 일반적으로 크기만 불리는 것이 아닌 미션 도전 형식이라 이를 수행하는 것도 제법 난도가 높은 편.
튜토리얼 설명 센스마저 괴랄 그 자체 = 게임조선 촬영
◆ 한글화 수준은 수준급!
괴혼은 2004년 발매된 한글화 원작부터 원작을 뛰어넘는 한글화로 화제가 됐던 게임이다. 특히 아바마마의 내로남불식 언행과 독특한 화술은 원작 일본판에도 없던 한글판만의 해석으로 큰 화제가 됐던만큼 리메이크작 역시 이런 부분에서 우려를 했던 게이머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원작의 명성을 잇겠다는 의지인듯 이번 발매한 괴혼도 한글화 수준은 아주 높다. 아바마마의 대사 및 개그 센스는 여전하고 게임 내 도감 및 물체 번역 역시 깔끔한 편. 기본적으로 원작과 동일한 감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사실 이 게임의 대사 지분은 아바마마가 80% 이상이기 때문에 아바마마 대사 번역이 아주 중요한데 이 부분에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매끄럽다.
이번 작품도 한글화만큼은 코스모가 느껴져! = 게임조선 촬영
◆ 괴혼의 정체성은 음악?
괴혼이 1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명작이라 불리는 이유는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유니크한 게임성, 독특한 스토리, 파고들면 다양한 즐길거리 등 많지만 개성 넘치는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괴혼의 음악은 훌륭하다. '카타마리 타마시'로 대표되는 괴혼의 음악들은 힙합부터 엔카(일본식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가 있고, 어떤 음악을 들어도 하나같이 귀에 착착 붙는 명곡들로 채워졌다는 점이 게임을 명작으로 칭하게 되는 큰 요인이 됐다.
괴혼 역시 그런 명곡이 빠짐없이 수록 돼 귀를 즐겁게 해준다. 괴혼의 모든 음악들은 일본어 보컬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곡들이니 혹 괴혼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게이머가 있다면 게임과 관계없이 한번쯤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엔딩곡 '사랑의 덩어리'는 엄청난 가창력을 들려준다. = 게임조선 촬영
◆ 17년 전 게임의 100% 이식이라니?
사실 본 리뷰가 전체적으로 호평을 적어놓긴 했지만 이는 2004년 발매한 '괴혼 굴려라 왕자님'이 워낙 시대를 앞서갔던 명작이었기 때문. 1년이 멀다하고 재미의 기준이 바뀌는 게임계에서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은 대단하지만 그때 그 게임에서 그래픽만 다듬어 내놓은 게임이라는 것은 바꿔 말하는 추억팔이 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리메이크 판인 일본판 스위치 버전이 2018년 12월 발매인 것을 생각해보면 한글화로 발매되는데 또 2년이 지난 것. 늦어도 너무 늦은 발매라는 점은 누가봐도 확연한 사실이다.
가격은 32,800원. 이 역시 나날이 조금씩 높아지는 풀프라이스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저렴한 가격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7년 전 게임, 그것도 일본 리메이크판 발매로부터 2년이 지난 후 발매된 게임의 가격으로 봤을 땐 무조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기자처럼 괴혼에 대한 애정과 추억이 충만한 게이머라면 가격이 크게 중요하지 않겟지만, 신규 게이머를 영입하기 위한 가격이라 한다면 고개가 갸웃거릴만한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명작의 반열에 올려도 손색없는 게임의 리마스터 작품인만큼 이를 보강해 줄 신규 스테이지, 음악, 보너스 모드 등의 신규 콘텐츠를 추가되거나 닌텐도 스위치의 모션센서 등을 활용한 조작법등을 추가해 발매했으면 화룡점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벤트 화면에 보이는 브라운관 TV가 세월의 무게를 확인시켜 준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에서도 참 오래된 물건들을 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 명작을 휴대하며 한글로...
괴혼은 과거의 명작을 현세대 최고의 휴대용 기기로 재발매한 게임이고, 기자 역시 오랜만에 추억에 빠져 정신없이 덩어리를 굴리는 재미에 빠져들게 한 게임이다. 많은 지인들에게 플레이를 권했던 게임이고 실제 플레이했던 지인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던 게임이기도 하다.
좋은 추억과 재미를 간직한 게임이 오랜만에 등장한 것에 대한 반가움은 상당했다. 그리고 실제 플레이하며 오랜만에 그 때 그 추억에 빠져드는 시간도 즐거웠다. 닌텐도 스위치를 보유한 게이머라면 한번쯤 플레이해보길 권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다만,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2004년에 등장한 게임이고, 기자의 청년기를 불태우게 했던 추억보정이 다소 들어갔음을 인정한다. 그 보정을 100% 뺀 객관적 평가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약간 냉정함을 더해 평가하자면 현세대 게임기의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추억에 기댄 약...간은 비싼 게임이라 칭하고 싶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