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2월 10일 PC MMORPG '엘리온'을 정식 출시했다.
엘리온은 PC 환경에서만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진영전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앞세워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 개발 중이던 '에어'에서 '엘리온'으로 변화하면서 전투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으며,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했다. 그 결과 논타겟 방식의 전투와 수천 가지 조합이 가능한 스킬 트리가 돋보이는 지금의 엘리온이 탄생했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PC MMORPG인 만큼 출시 전부터 엘리온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특히 대규모 진영전을 표방하는 게임인 만큼 많은 이용자가 원활한 RvR을 즐기기 위해 앞다투어 '도시 서버'에 몰려들었고, 그 결과 출시 직후 대기열 2천 명, 이용자들이 가장 많았던 저녁 시간에는 약 4천 명가량의 대기열이 생성됐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기존 세 개의 서버에 추가로 두 개의 서버를 증설하고, 접속 인원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긴 개발 기간과 게임명 교체라는 대대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엘리온.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엘리온만의 요소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 엘리온의 꽃, '진영'
엘리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진영'이다. 일반 필드 주요 퀘스트 및 거점 점령부터 '용의 정원'과 '버려진 지하사원', '망령 수도원' 같은 RvR 던전, 대규모 진영전까지 엘리온의 주요 콘텐츠는 대부분 진영과 맡닿아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가 이 게임의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대부분 풍족한 보상과 함께 캐릭터의 빠른 성장을 도와주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진영과 연관된 콘텐츠를 찾게된다.
진영은 서버를 선택한 직후 바로 고르게 된다. 이용자들은 남쪽의 '벌핀' 진영과 북쪽의 '온타리' 진영 중 한 곳을 골라야 하며, 진영 선택 후엔 해당 서버의 모든 캐릭터를 삭제하기 전까지 다른 진영의 캐릭터를 생성할 수 없다. 어떤 진영을 고르더라도 메인 퀘스트 스토리와 진영 위치를 제외하고 종족과 클래스, 입장 가능한 보스 및 던전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자신이 원하는 진영을 골라도 무방하다.
게임을 시작한 후 이용자가 가장 먼저 만나게되는 진영 콘텐츠는 필드 전투 및 RvR 퀘스트다. 먼저 일반 퀘스트로 적 진영의 경비병 NPC를 처치하게 되며, 이후 벌핀 진영의 '제렘 습지대'와 온타리 진영의 '바람의 대농장' 부근에서 RvR 퀘스트를 중심으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RvR 퀘스트에는 적 처치와 지뢰 매습, 자원 탈취 같은 경쟁 콘텐츠부터 잠입 조사와 정찰 같은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으므로 전투에 자신 없는 이용자라도 RvR 퀘스트를 통해 원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스토리와 위치 빼면 사실상 두 진영의 차이는 없다 = 게임조선 촬영
위험 부담을 감수할 만큼 풍족한 보상을 지급하는 RvR 콘텐츠 = 게임조선 촬영
다음으로 눈여겨볼 진영 콘텐츠는 바로 '차원 포탈'이다. 총 세 지역으로 나누어진 차원 포탈은 공통의 목표를 두고 두 진영이 각축전을 벌이는 콘텐츠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진행하게 될 용의 정원의 경우 각 지역의 보스를 두고 두 진영이 격돌한다. 상대 진영을 막기 위해 일부 진입로를 임의로 봉쇄하거나 마지막 보스를 잡고 있는 적들의 뒤를 급습해 보상을 빼앗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아군마저 배신할 수 있는 '망령 수도원'과 빙고 형식으로 진행되는 '버려진 지하사원' 등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며, 보상으로 마나 경험치와 장비, 영웅 스킬 특성 등 희귀 아이템이 지급돼 이용자들이 주로 찾게 되는 진영 콘텐츠다.
이밖에 진영 콘텐츠로 사전 테스트 당시 등장한 '진영전'이 있다. 진영전은 양 진영이 대규모 전장에서 격돌하는 RvR 콘텐츠로 아직 출시 버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PvE와 RvR을 결합한 '용의 정원' = 게임조선 촬영
테스트 버전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진영전 = 게임조선 촬영
■ 박진감 넘치는 논타겟 전투 시스템
진영전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엘리온 특유의 전투 시스템이다. 엘리온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논타겟 전투 시스템을 택했으며, 이는 진영 콘텐츠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즉, 다소 불리한 상황도 이용자의 컨트롤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스킬 트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용자들은 '룬스톤'을 장착해 '스킬 특성'과 '룬특성'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스킬 트리를 만들 수 있다. 같은 스킬이라고 해도 특성에 따라 활용 방법이 천차만별이며, 한 번에 사용 가능한 스킬은 아홉 개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용자의 판단이 캐릭터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핵 앤 슬래시 장르를 닮은 전투 방식 역시 전투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각 직업은 자원을 회복하는 기술과 높은 피해와 특수한 효과를 가진 자원 소비 기술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강력한 기술만 연타하면 금방 자원이 바닥나게 되고, 캐릭터는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원 회복과 소비 사이에서 기술을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끝없는 선택으로 항상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엘리온의 전투 시스템인 것이다.
특성에 따라 캐릭터 성능까지 달라지는 스킬 트리 = 게임조선 촬영
룬특성을 높여서 다양한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하우징'
RPG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다. 이용자들은 엘리온에서 '휴먼', '엘프', '아인종', '오크' 네 가지 종족과 '워로드', '엘리멘탈리스트', '미스틱', '어쌔신', '거너' 다섯 가지 클래스를 조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단, 성별을 정할 수 있는 다른 종족과 달리 아인종은 성별 선택이 불가능하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범위는 이목구비와 신체다. 변화를 주고 싶은 부위를 직접 클릭해 그래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하며, 얼굴의 경우 세부 형태 기능을 통해 더욱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화장과 문신, 음성, 피부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꾸밀 수도 있다. 단, 아직까지 배경이나 조명 변경 등의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커스터마이징 단계의 캐릭터와 실제 캐릭터의 외모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커스터마이징에 자신이 없다면 미리 마련된 얼굴 프리셋이나 '커스터마이즈 갤러리'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특히 커스터마이즈 갤러리에는 미형 캐릭터부터 개성 넘치는 캐릭터까지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가 마련됐으니 독특한 캐릭터 외형을 원하는 이용자라면 한번 쯤 구경해보자.
원하는 부위를 골라 조절하는 커스터마이징 = 게임조선 촬영
독특한 캐릭터를 원한다면 커스터마이즈 갤러리를 꼭 찾아보자 = 게임조선 촬영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콘텐츠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하우징 시스템인 '주택'이 있다. 대거점 진출 이후 획득하는 주택은 이용자의 쉼터가 되는 주택, 각종 생산 활동의 거점이 되는 제작소, 다양한 시설을 설치하는 앞마당으로 구성됐다. 게임 플레이에 따라 얻은 재화와 재료로 주택 및 생산 시설을 업그레이드 가능하며, 외관을 꾸미는 식으로 자신만의 주택을 만들 수 있다.
주택은 실용적인 면에서도 손색없는 콘텐츠다. 이용자들은 주택에서 각종 작물을 가꾸며, 자신이 착용할 장비, 물약까지 제작 가능하다. 또한 무역 기능을 이용해 아이템을 매매, 게임의 기본 재화인 골드를 수급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커스터마이징 요소로 이용자들은 엘리온 세계에 깊게 몰입하게 된다.
집을 마련해드립니다, 공짜로 = 게임조선 촬영
무역을 하다보면 주식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카카오게임즈가 선보인 엘리온은 출시 전부터 호언 한 대로 풍부한 진영 콘텐츠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전투 시스템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사냥에서 진영 대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이나 핵 앤 슬래시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전투, 스킬 트리 조합 등 과거 PC MMORPG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더 뛰어난 게임이 되기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 강화와 마법 부여, 승급을 위해 각각 다른 NPC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나 자동 길 이동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 테스트 당시와 비교해 단순히 능력치만 상승한 던전 몬스터 등 게임의 몰입도를 해치는 요소가 눈에 띈다.
엘리온은 이러한 문제들을 발 빠른 피드백으로 대처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PC MMORPG로서 가져야 할 기본기가 탄탄한 만큼 앞으로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재미를 안겨줄 게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