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의 모바일 무협 MMORPG '미르4'가 25일 정식 출시돼 시리즈 팬들에게 돌아왔다.
미르4는 위메이드의 최대 흥행작인 '미르의 전설 2'로부터 약 19년 만에 등장한 정통 후속작으로 전작들과 다르게 모바일로 출시되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다. 게이머들의 접속이 뜸한 자정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직후 첫 번째 서버인 '비천 01'서버는 대기열 2,600 명에 육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날 저녁에는 대기열이 5,600명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명성을 과시했다.
물론 미르4는 시리즈의 명성을 차치하더라도 모바일 무협 MMORPG로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웰메이드 게임이다. '전사'와 '술사', '도사' 등 원작 초기 직업이 등장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창을 사용하는 신규 직업 '무사'를 추가해 변화를 추구했다. 또한 모바일 외에도 별도의 PC 클라이언트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많은 게이머를 유치하기 위한 위메이드의 노력이 여기저기 엿보였다.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즐긴 게이머라면 익숙한 직업들이 눈에 띈다 = 게임조선 촬영
가장 큰 변화인 모바일 환경부터 살펴보자. 모바일로 출시되는 다른 MMORPG와 마찬가지로 좌하단에는 방향 패드, 우하단에는 스킬 슬롯을 배치했다. 또한 자신의 캐릭터와 파티 정보는 좌상단, 적의 정보는 상단, 메뉴는 우상단에 몰아넣어 모바일에 최적화된 구도로 정리했다.
단, 일반적인 MMORPG와 다르게 스킬 슬롯은 원형이 아닌 일자 구조로 배치됐다. 게이머들은 주로 스킬을 자동으로 사용해 일반 스킬을 누를 일이 없고, 직접 조작하는 필살기와 회피, 경공은 우측 가장자리로 배치돼 실제 사냥에선 큰 문제점을 느끼진 못하지만, 연계가 중요한 PvP에선 게이머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세부 메뉴 부분은 게이머들이 쉽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도록 잘 정리됐다. 일부 메뉴에는 하위 메뉴가 따로 숨겨져 있어 실제로 메뉴 화면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메뉴가 있지만, 게임을 처음 하는 이용자도 알기 쉽게 배열해 높은 편의성을 자랑했다.
스킬 배치만 빼면 다른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 게임조선 촬영
필수 정보부터 주요 콘텐츠까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된 UI = 게임조선 촬영
그래픽 부분에선 품질과 모바일 한계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이뤄냈다. 캐릭터와 스킬처럼 게이머들이 주로 보게 될 그래픽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반면 배경 텍스처 같은 부분은 투박해 보이는 구간이 자주 보이는 편이다. 그림자나 광원 효과도 모바일 환경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다.
캐릭터에 노력을 쏟은 덕분에 외형 커스터마이징의 재미도 쏠쏠하다. 비록 체형은 조절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얼굴 프리셋과 함께 이목구비를 -100부터 100까지 1단위로 조절할 수 있어 자신만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원한다면 선남선녀부터 해괴한 몰골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캐릭터 텍스처에는 큰 차이가 없는 모바일(좌)과 PC(우) 그래픽 = 게임조선 촬영
폭넓은 얼굴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해 이것만으로도 몇 시간을 놀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무협 게임으로서 미르4는 어떨까? 먼저 스토리를 살펴보자.
미르4의 스토리는 우연히 용의 힘을 얻게된 '천파' 공주를 둘러싸고 여러 문파와 세력이 대립을 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게이머는 스승인 '사르마티'와 대사형 '상백', 막내사제 '이은'과 함께 천파 공주를 구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매력은 잘 살렸지만, 무협에 관심이 없는 게이머는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특히 주인공 일행 중에서도 실수가 잦고, 허풍이 심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제 이은은 초반부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이 밖에도 은둔 고수의 품격을 지닌 사르마티와 전형적인 주인공격 인물인 상백 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다. 하지만 천파 공주를 납치한 일행이 '생령'이라는 강대한 적을 만나자 천파 공주를 경호하면서 도망치게 도와주는 등 다소 아리송한 전개를 보여주는 장면들 때문에 캐릭터들의 매력이 반감되는 느낌이다.
초반부 웃음을 담당하는 사제 '이은' = 게임조선 촬영
스토리와 별개로 시네마틱 영상은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들었다 = 게임조선 촬영
대신 시스템적인 측면에선 무협의 대표적인 요소, 이를테면 내공이나 의뢰, 기연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게임속에 잘 녹여냈다. 예를 들어 산과 들에서 자라는 약초와 영지 버섯, 백년과 등을 채집해 자신의 체질을 개선하거나 '역근경'과 '구음진경', '구양신공'의 비급을 강화해 내공을 높일 수도 있다.
무협지의 핵심 세력인 '문파'역시 미르4의 주요 콘텐츠로 등장하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문파 중심의 게임 플레이를 권장한다. 물론 남들과 떨어져 고고하게 유랑 생활을 즐길 수도 있지만, 캐릭터 능력치와 경험치 상승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효과를 놓치게 되니 군소 문파에라도 가입하는 것을 권장한다.
대규모 문파의 경우 중요 자원을 두고 패권을 다투는 '비곡점령전'과 '비천공성전'을 즐길 수 있다. 게임 출시 초기 시점에선 아직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나진 않고 있지만, 문파 대결에서 승자만이 희귀 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대형 문파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문파 콘텐츠를 지원하는 만큼 관리 부분에서도 신경쓴 부분이 돋보인다. 채팅으로 못다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문파 게시판'은 물론 메신저를 거치지 않고도 운영진끼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문파 회의실'까지 마련됐다. 또한 외교와 척살 기능을 따로 준비해 다른 문파와 다양한 방법으로 경쟁이 가능하다.
캐릭터 성장 시스템으로 다시 태어난 내공 = 게임조선 촬영
관리부터 외교까지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파 시스템 = 게임조선 촬영
미르4는 19년의 세월을 시리즈와 함께 해온 팬들과 무협 판타지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를 모두 수용하기 위해 위메이드의 개발력을 집대성한 게임이다. 무협 MMORPG라는 장르를 살리면서도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세세한 요소까지 일신한 부분이 눈에 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앞으로의 업데이트와 운영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르의 전설2의 대 흥행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위메이드의 모바일 무협 MMORPG 미르4. 온고이지신을 그대로 실천한 미르 시리즈의 적통자가 다시 한번 K-FANTASY의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