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타이쿤이라고도 불리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놀이공원이나 도시, 마을, 농장의 운영주 같이 자신의 뜻대로 작은 세상을 운영해가는 게임이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현실과 비슷하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달성해나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장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 ‘마이 러블리 도터’도 큰 틀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도 간단하다. 자신의 딸을 되살리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이 다른 인격체를 살해하는 방식인 것만 빼면 말이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순간을 사랑이라고 말하며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문제는 이 게임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게 만든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창조하는 생명체인데도 말이다. 과연 개발자는 이 게임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게임은 상당히 기괴한 모습의 저택과 음산한 배경음악이 흐르는 방 안에서 기억을 잃은 연금술사 파우스트가 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을씬한 분위기, 시체로 보이는 딸, 알아볼 수 없게끔 가려져있는 수첩,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는 불꽃, 이 방이 앞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운영을 하게 될 아리아의 방이다.
아리아는 영혼이 빠져나간 시체 상태로 하루하루 썩어가고 있을 뿐이며 밖으로 꺼내져있는 영혼도 힘을 잃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파우스트는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호문쿨루스를 만들게 된다.
영혼을 모으기 위해 인공 생명체 호문쿨루스를 연성한다 = 게임조선 촬영
호문쿨루스는 감정을 느끼고 움직이며 교감까지 할 수 있는 인격체다. 하지만 파우스트의 눈에는 그저 연금술의 일부분이다. 갓 만들어진 호문쿨루스의 영혼은 너무나도 미약하다는 것을 안 파우스트는 만들어진 자신의 딸 앞에서 때로는 놀아주고 선물도 주는 등 자상한 아버지를 ‘연기’하기 시작한다.
영혼을 단련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을 쌓아 성장시켜 영혼을 무르익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파우스트는 자신의 또 다른 딸들을 데리고 마을로 나서게 된다. 자신을 잘 알고 있으며 이미 자신에게 호문쿨루스를 보내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는 마을 사람들, 파우스트는 익숙한 듯이 호문쿨루스의 성격마다 선호하는 일거리가 다른 것을 잘 파악해 ‘효율적으로’ 일을 보내 경험을 쌓게 한다.
이 과정에서 호문쿨루스는 평범한 여자아이와 다를 바 없는 행동을 보여주지만 영혼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 판단하면 가차 없이 살해해 영혼을 추출해야 한다. 모든 과정이 파우스트에겐 그저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한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호문쿨루스에게 일을 시켜 영혼 단련과 더불어 연금술에 필요한 금화를 얻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경험을 쌓은 호문쿨루스는 영혼과 고급 재료를 얻기 위한 도구일 뿐 = 게임조선 촬영
어느 정도 무르익은 영혼이 모였다면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파우스트는 자신의 딸의 사체에 영혼을 다시 결합해볼 수 있다. 이때 단순하게 무르익은 영혼을 모으면 온전하게 살아나지 않는다. 호문쿨루스가 한 가지씩 가지고 만들어지는 분노, 슬픔, 기쁨, 두려움 네 가지 성격을 모두 충분한 양을 채워 넣어야 온전한 딸로 돌아온다. 만약 성격 중 부족한 영혼이 있다면 어딘가 결여된 상태의 딸이 부활한다.
네 가지 성격의 영혼을 골고루 모아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뭔가 잘못됐는가? 걱정하지 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깐 = 게임조선 촬영
여기까지 읽었다면 상당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축하한다. 당신은 개발진이 의도했던 감정을 충실히 느끼고 있다. 이 게임은 의도적으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불쾌하게 만든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성격이 랜덤하게 만들어지는 호문쿨루스를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죽여야 하며 생명의 가치를 무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문쿨루스의 영혼을 단련시키는 방식도 겉으로 볼 땐 그저 효율적으로 일을 보내는 것이지만 이들은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자식을 그저 도구로 취급하는 매정한 아버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나를 아버지라 부르는 인격체를 살해해야 한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여가를 보내는 평범한 소녀아이지만 = 게임조선 촬영
영혼 추출을 위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 게임조선 촬영
종합해보자면 마이 러블리 도터는 생명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의도적인 육성, 학대를 거쳐 강요된 희생까지, 이 모든 것을 파우스트는 한 명의 생명을 위해 무수히 많은 생명을 무시한다. 또 그 한 명의 생명조차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내팽개치고 처음부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감히 사람이 다른 인격체의 생명의 가치를 저울질할 수 있을까? 이런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마이 러블리 도터는 현재 스토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기존까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주요 인물들의 대사를 깊이 이해가기 힘들었던 스팀 버전과 달리 정식으로 한국어를 지원하니 생명의 가치에 대해 답을 내려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이 게임을 추천한다.
[오승민 수습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