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와 '프라이빗 디비전'이 선보인 RPG '아우터월드'가 신규 DLC '고르곤의 위험'으로 돌아왔다.
아우터 월드는 긴 동면에 빠져있던 주인공이 우주 식민지를 지배하는 대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우주지만, 황량한 도시 모습이나 시대에 비해 뒤떨어진 장비들은 개발사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폴아웃 뉴베가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악역에게 피해를 입은 주인공이 '닥터'에게 구원받고, 자신을 고난에 빠지게 만든 대상을 쫓는 초반부는 폴아웃 뉴베가스의 초반과 완벽하게 동일한 구조다.
게임의 콘텐츠 역시 폴아웃 뉴베가스를 그대로 답습했다. 근접이나 원거리 같은 전투 스킬부터 대화나 기술 같은 비전투 스킬, 능력치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대화 선택지,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동료, 원한다면 NPC도 죽일 수 있는 자유도까지 폴아웃 뉴베가스에서 보여준 시스템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죽을뻔한 주인공을 초로의 닥터가 구해준다? 이거 완전? = 게임조선 촬영
이 맛에 하는 게임 아닙니까? = 게임조선 촬영
신규 DLC인 '고르곤의 위험' 역시 본편의 특징을 그대로 따랐다. 즉, 폴아웃 뉴베가스를 그대로 우주 버전으로 재현한 것이다.
고르곤의 위험은 어느 날 주인공 앞으로 배달 온 메시지로 시작된다. 녹음기를 든 잘린 손을 받은 주인공은 메시지를 따라 비밀이 숨겨진 '고르곤'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웰헬미나'를 만나게 된 주인공은 고르곤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고르곤의 위험의 스토리와 배경은 폴아웃 뉴베가스의 DLC '데드 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의문의 메시지를 따라 사건을 접하는 장면이나 의뢰를 받아 위험과 비밀이 도사린 장소를 탐험하는 것, 휘황찬란한 건물을 조사해 진실에 다가가는 방식은 '시에라 마드레 카지노'를 탐험하는 '배달부'의 모습과 흡사하다.
신규 DLC의 무대 '고르곤' = 게임조선 촬영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 게임조선 촬영
시에라 마드레? = 게임조선 촬영
DLC인 만큼 스토리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 외로 상당히 괜찮은 짜임새를 보여줬다. 단순한 구조로 아쉬움을 남겼던 본편과 달리 고르곤의 위험 스토리는 호러와 미스터리를 조합한 콘셉트가 잘 살아있었으며, 모든 NPC가 풍부한 대화문을 제공해 재미를 더했다. 또한 동료들의 다양한 대사 덕분의 아우터 월드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제대로 전달됐다.
다만, 구성물은 좀 아쉬운 편이었다. 신규 DLC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처음 만나는 적은 본편에서 지겹게 만난 약탈자와 벌레였고, 신규 장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플레이의 유연성을 더하기 위해 레벨 상한을 높이고, 다양한 특전과 결함을 추가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데드 머니가 기괴한 '유령 인간'과 시작부터 지급하는 '홀로그램 라이플'로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약탈자 또 너야? = 게임조선 촬영
진행 중 만나는 무기는 기존 무기의 'MK3' = 게임조선 촬영
아우터월드의 신규 DLC 고르곤의 위험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폴아웃 뉴베가스의 흔적을 많이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스토리 구조는 물론 장비 숫자, 퀘스트의 양, 행성의 규모 등 원작의 문제점을 일부 해결했으나 반 토막 난 분량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 스스로가 잘 하는 부분을 살리고, 지적받은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는 점이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확실히 파악한 만큼 이어지는 DLC를 통해 또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