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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창간21] 정치력 0점 개인주의자도 감탄한 매운 맛 스페이스 마피아 '어몽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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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게임 내에서 채팅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사교적인 성격도 아닐뿐더러 머릿속으로 생각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입만 열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쏟아내기 쉬워서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취향은 온전히 게임 플레이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액션, 플랫포머 쪽으로만 쏠리는 경향이 있다. 하다못해 승리를 위해 팀 단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전제되는 AOS 장르에서조차 일단 시작하자마자 모든 유저의 채팅을 차단하는 명령어를 입력 후 간단한 핑과 명령어로만 의사소통을 하고 있을 정도니 정치질에 굉장히 취약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 들어 역대급 역주행으로 엄청난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 게임의 리뷰를 적어보라는 특명이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근본부터 아싸에다가 정치력도 후달리는 필자는 직접 플레이해봤다. 우리들(us) 사이에(among) 숨어있는 무언가를 찾는 인싸 게임 '어몽 어스'를...


우리들 중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어몽 어스는 정치 게임의 끝판왕 '마피아 게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시민에 해당하는 크루원은 그들 사이에 숨어 목숨을 노리는 미지의 존재 '임포스터'를 찾아내 사형대로 올려야 한다.

우주선-사령부-전초 기지라는 배경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마피아 게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구성이지만 능동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재판을 위해선 반드시 희생자가 나오거나 몇 안되는 긴급회의 기회를 소모해야 한다

사회자가 없어 일정 시간마다 반드시 재판이 열리지는 않지만 각 플레이어는 시체를 발견하거나 횟수 제한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언제든 긴급 회의를 열어 심판을 주도할 수 있으며 반대로 임포스터는 대놓고 살인하는 현장을 발각당하거나 정황 증거를 남기지 않는 이상 쿨타임이 되는대로 크루원을 몇 명이든 제거할 수 있다.

특히 크루원은 각자 주어진 미션을 모두 해결하면 임포스터가 얼마나 잔존해 있건 간에 반드시 승리하는 또 다른 규칙이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플레이해서는 안 된다. 바꿔 말하면 모두가 맡은 소임을 열심히 수행하지 않거나 주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일반 마피아 게임 이상으로 승리가 멀어진다는 의미다.


미션에 따라 난이도에 차이는 있지만 복잡한 수준의 피지컬이나 로지컬을 요구하지는 않는 편


미션을 하는 도중 죽는 것은 예삿일이다

막말로 필자와 같이 주위에서 누가 수상한 짓을 하고 누가 죽어나가는지 관심 한 톨 주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는 개인주의자들은 이 게임에 입성하면 임포스터들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자기 미션만 생각하면서 움직이면 시체를 발견하여 신고를 하기 쉽지 않을 테고 그렇게 되면 재판 한 번 열리는 일 없이 차례차례로 크루원들의 목이 날아가며 사실상 임포스터의 승리가 확정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죽은 크루원은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미션 수행을 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로 용해-지반 붕괴-산소 차단 등 제한시간 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모두가 전멸하는 치명적인 방해 공작(통칭 사보타지)은 대신 해결해줄 수 없지만 죽은 이들은 적어도 살아서 완수하지 못한 미션을 마저 끝내 크루원 진영의 승리를 유도할 수 있다 보니 이 또한 승부의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재미있는 변수라 할 수 있다.


죽더라도 할 일이 남아 있다면 팀의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대화의 단절이다. 정치 게임에서 대화가 단절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게임은 긴급 회의나 시체 발견으로 재판이 열리지 않으면 채팅을 통한 의견 교환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크루원임을 만인에게 증명할 수 있는 확시(확정 시민) 미션 수행을 알리기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면서 신고 기회를 날려먹기도 하고 미션 수행에만 열중하던 크루원이 상황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입을 꾹 닫고 있다가 무고한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반면 크루원을 살해하고 특수 효과인 벤트로 제약 없이 공간을 이동하며 알리바이를 확보한 임포스터는 입도 한번 뻥긋거리지 않고 실익을 취하고 치명적인 방해공작을 해결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캐릭터가 겹친 가운데 임포스터가 크루원을 살해하고 신고 버튼을 눌러 다른 크루원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은 불시에 우리를 찾아온다.


적절한 콘셉질은 수사망에 혼선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목을 죄어올 수도 있음에 주의

이런 제한적인 의사소통 때문에 채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어떻게든 의사표현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이 게임은 플레이하다 보니 다른 아종 마피아 게임들에 비해 유독 콘셉트 플레이에 집착하는 유저가 많았다. 

특정 색깔을 지정하는 닉네임을 달고 하루 종일 그 색깔만 쫓아다니며 스토킹을 하는건 예삿일이고 보안실에서 하루 종일 CCTV만 보는 친구, 전기실에 틀어박혀 방해공작만 고친다고 두문불출하는 친구도 있고 공주님 닉네임을 달고 추종자(?)를 줄줄이 달고 다니며 호위를 받는 기묘한 무리도 만나보니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내가! 내가 우주미아라니!

사실상 퍼블릭 도메인에 가까운 원본의 특성을 생각하면 접근성 좋고 이해하기 쉬우며 가지고 놀 방법이 다양한 어몽 어스의 역주행은 정해진 수순에 가까웠고 너무 늦게 재조명된 감이 있다.

물론, 구성 면에서 임포스터에게 대체로 불리한 밸런스, 탈주 플레이어에 대한 제약이 비교적 가볍고 그룹 플레이를 통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등 시스템적인 문제가 적잖게 있긴 하다.

그렇지만 당장 2편을 개발할 것을 천명한 최근에도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어몽 어스의 게임성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

언뜻 보면 종래의 룰을 살짝 뒤틀어 놓은 변종 마피아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약간의 뒤틀림만으로 어몽 어스는 충분히 매력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 인싸들은 인싸들 방식대로 정석대로 미션을 수행하고 임포스터를 추리하면 되고 아싸들은 아싸들 방식대로 무근본, 무논리로 일관하며 개그플레이를 하면 된다.

어차피 우리들 중에 숨은 무언가는 인싸와 아싸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목숨을 앗아갈테니 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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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v71 w480ms5 2020-09-20 10:54:03

조금초딩스러워보이긴하는데 재밌어보여요

nlv221_0151 guinness 2020-09-20 18:42:35

그래픽이 뛰어나지 않아도 이렇게 재밌고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nlv36 델리알리 2020-09-20 22:15:22

캐릭터만 잘뽑아도 시선이가는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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