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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모바일로 돌아온 '넥슨' 명품 클래식 RPG, '바람의나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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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클래식 RPG의 일원이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라인 게임 중 하나인 '바람의 나라'가 모바일로 돌아왔다.

'바람의 나라:연'은 출시 발표 이후 순식간에 100만 이상의 사전 예약자를 유치하며 유저들이 이 게임에 거는 기대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데이터로 입증했고 정식 서비스도 출시 3일 만에 숱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최고 매출 순위 4위, 4.5 이상의 평점을 기록하는 등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모바일 MMORPG의 홍수 속에서 바람의 나라:연은 과연 어떻게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일까? 게임조선에서는 바람의 나라를 플레이해보고 느낀 점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 조금 달라졌지만 여전한 그 시절의 향수


각각 바람의 나라:연(左)과 바람의 나라(右)의 국내성 지도 = 게임조선 편집

굳이 따지면 바람의 나라:연은 완벽하게 옛날 그대로의 바람의 나라 모습을 재현한 것은 아니다. 일전에 언방식 쇼케이스에서도 리마스터에 가깝게 맵과 캐릭터, 스킬 이펙트를 새로 만들었다고 밝혔고 실제로 개별 맵의 볼륨을 두고 보면 PC판 바람의 나라보다는 전체적인 크기도 작고 직관성을 꾀하다 보니 구조적인 면에서 간략화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주요 구조물이나 NPC의 위치와 역할 등은 거의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조금 달라지더라도 가능한 한 예전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옛날에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위화감을 느낄 일은 없어보였다.

특히 반가웠던 부분은 당연히 사라질 줄 알았던 머드형 명령어나 히든 맵 '한두고개'의 존재 등이었는데 올드 게이머들이 추억을 느낄만한 요소를 남겨두면서 현대화를 하되 원작 파괴까지는 이르지 않는, '선을 지킨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마우스로 몇 번 클릭을 거치는 과정보다 머드형 명령어가 편하다는 사람도 많다 = 게임조선 편집


히든 맵 진입과 같은 방법도 대부분 원작과 동일하다 = 게임조선 편집

■ 진보한 레벨 디자인


예전에는 적정 레벨에 맞춰 사냥터가 바뀌었지만 지금은 퀘스트 라인을 따라가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보여준다 = 게임조선 편집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는 20년 전과 당연히 큰 차이를 보인다. 쥐-뱀-곰-호랑이 굴과 같은 순서로 너무나 당연하다 싶었던 '닥치고 사냥' 라인업이 하나의 메인 퀘스트 라인으로 묶여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은 물론 CBT에서 비판받았던 다음 맵으로 갔다 뒤로 돌아오는 동선도 정식 버전에서는 모두 개선됐다.

대부분의 퀘스트는 순서대로 던전을 점차 깊숙히 파고들어가 보스전을 치르고 사건을 해결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초반 사냥이 1번부터 10번까지 각 맵을 차례로 방문하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그러한 패턴조차 성립되지 않았던 예전이나 지루하지 않은 동선을 설계하려다가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던 CBT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아마 옛 바람의 나라에서 복잡한 스토리 전개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는 용궁 시점에 도달하면 아마 예전에 만나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를 다시 즐겨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기에서 '격'이 나가는 특수 효과 정도는 툴팁으로 명시해주면 장비 선택에 도움이 됐을 텐데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 = 게임조선 편집

성장 과정 중에 장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퀘스트 진행 중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비를 대부분 얻을 수 있어 게임 진행을 위해 따로 파밍을 해야겠다는 부담이 없었으며, 고급진 장비를 주로 획득할 수 있는 '제작' 콘텐츠도 굳이 마을을 방문하지 않고 재료만 있다면 현장에서 금방 해결할 수 있으니 편의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난이도 또한 절묘했다. 과금 여하에 따라 속도차가 있을 지언정 진행이 막히는 구간이 없었다. 시간을 들이면 들인 만큼 정직하게 성장하며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처음 바람의 나라를 하는 사람들이 장벽 내지는 고비라 느낄 부분이 전무하다.

■ 꽤나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스킬체계


불과 24레벨에 스킬 슬롯 하나가 꽉 찼다 = 게임조선 편집

바람의 나라:연의 스킬 체계는 현재 바람의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연마 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제 와서 옛날 방식대로 새로운 기술 하나 배우기 위해 일일이 재료를 확인하고 모은 뒤 손수 직업 전당에 가져가서 바치는 과정을 반복했다면 아마 많은 유저들이 학을 뗄 확률이 높다.

스킬의 습득과 레벨링이 간편해진 것 외에도 PC 바람의 나라보다 훨씬 이른 타이밍에 거의 대부분의 직업 스킬을 습득할 수 있어 사냥 면에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특히, 자유로운 스킬 배치와 우선도를 지정하여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인공지능이 그리 대단하지는 못한 것인지 다른 슬롯에 있는 스킬까지 쿨타임 차는대로 칼같이 쓰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결국 지속시간이 긴 버프와 디버프들을 후순위로 배치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슬롯을 넘나들며 유기적인 스킬 연계를 자동으로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완전 무료로 제공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 생각 이상의 완성도 보여준 던전 콘텐츠


공략하는 맛이 살아있는 패턴 회피 = 게임조선 편집

기존의 오픈필드 던전과는 별개로 인스턴스 던전을 여럿 준비한 것이 눈에 띈다. 한 눈에 봐도 콘텐츠 디자인이 꽤 잘 됐다는 느낌을 줬는데 기존 바람의 나라처럼 스펙으로 맞고 버티거나 아예 맵을 벗어났다가 복귀하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패턴이 들어오는 것을 파악하고 알맞은 방법을 써서 파해가 가능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정식 출시 초기라서 플레이 가능한 던전의 수가 한정되어 있고 요일동굴 같은 것을 보면 체력이 좀 줄어들면 퍼즐 패턴 깔아두고 퇴각하여 2페이지를 진행하는 등 구성면에서 자가복제가 좀 보이긴 하는데 정식 레이드 던전즈음에 도달하면 그룹 단위의 협동을 요구하는 참신한 패턴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영상에서는 다들 스펙이 남아돌아 썩은 도토리만 남겨 람쥐왕을 무력화시키는 공략법을 스킵했다 = 게임조선 편집

차라리 이 부분은 숙제와 같은 콘텐츠에서는 너무 피곤하게 게임을 할 필요 없다는 제작자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진짜 집중력 있게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 콘텐츠나 구간에서는 기존 바람의 나라에서 찾기 쉽지 않았던 컨트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다만, 앞으로도 지금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높은 퀄리티의 던전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좀 생겨났다. 이러한 부분을 잘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의 나라:연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 게임 내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인터페이스가 화면을 살짝 가리긴 하지만 투명도를 조절하면 게임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 게임조선 편집

제작진이 처음부터 커뮤니티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유저를 염두에 두고 세로 모드를 개발한 만큼 관련 내용에서는 나무랄 부분이 없었다.

바람의 나라:연에서는 감정표현과 이모티콘, 매크로를 활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보다 편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채팅창을 띄워놓은 채 투명도를 조절하여 게임과 커뮤니티 기능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터페이스 측면의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특히, 공통의 관심사로 대화를 나누거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단톡방, 그룹채팅이 존재하여 플레이 도중 굳이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어플리케이션 구동의 안정성을 확보하여 편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사소한 불편함


안 그래도 수리비가 비싸서 추후 개선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상황인데 이런 수행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 게임조선 편집

게임을 본격적으로 파고들다 보니 굉장히 사소하지만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인스턴스 던전 콘텐츠의 경우 반드시 마을에 가야만 매칭이 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친구 추가를 눌러도 인터페이스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 것, 요일 던전 보상 상자를 열어도 정해진 요일의 정해진 보상이 아닌 다른 요일 상자를 다시 한번 개봉해야 하는 불편한 이중구조 등이 그렇다.

초보자 가이드에 해당하는 프로모션 '수행자의 길'도 일부 항목에서 의문스러운 배치를 보여줬다. 불필요하게 유저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장비 내구도 0'으로 만들기 같은 항목은 왜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한참 뒤에 열리는 콘텐츠인 '메마른 숲의 권속, 람쥐왕 레이드'가 40레벨대에 퀘스트를 진행하는 십이지신보다 앞에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는 아마도 CBT 당시 람쥐왕 레이드 콘텐츠가 저레벨로 기획된 것이 그대로 넘어오면서 생긴 문제로 보이는데 이처럼 전반적인 콘텐츠의 완성도는 괜찮은데 반해 나사빠진 부분이 여기저기서 꽤 자주 보이는 점이 아쉬웠다.


바람의 나라:연을 문장 하나로 정의한다면 '옛것과 새것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옛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되 시스템 요소들은 현세대에 맞는 모습으로 말끔하게 가다듬은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역사적인 고증을 지킬 수 있는 부분과 게임적 허용을 확실하게 분리하고 게임과는 한창 동떨어진 세계관이 된 원작 만화의 내용을 참고하여 신규 레이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그저 플랫폼만 옮겨 베껴다 쓴 게임이 되지 않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였다.

잘 만들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근래 출시한 넥슨제 모바일 게임들이 모두 그렇듯이 초동 성적이 굉장히 좋은 것도 사실이며 전반적인 유저 평가도 꽤 호의적이다.

CBT 단계에서 지적받은 부분들을 실제 정식 서비스가 이뤄지기 전까지 상당 부분 고침으로써 개발력을 증명했고 그 과정에서 야침차게 준비한 신규 시스템도 과감하게 삭제하는 결단력이 있는 만큼 바람의 나라:연의 향후 행보는 충분히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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