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의 야심작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7일 정식 출시됐다. 사실 두 번의 CBT를 플레이하면서 버그 수정 외에는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해 정식 버전 역시 그러리라 미루어 짐작했었다. 그러나 정식 출시 후 약 일주일 동안 플레이해본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테스트와 사뭇 다른 느낌의 게임이었다.
물론 원작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모바일 버전으로 계승, 발전시킨 부분만큼은 동일하다. 그라비티는 원작의 주요 장점이었던 아기자기한 그래픽, 이용자에 따른 자유로운 캐릭터 육성, 독특한 장비 강화 방식 등 핵심 내용은 그대로 담되 캐릭터 3D 모델링이나 역할에 따른 신규 스킬, 세분화된 콘텐츠 등 모바일 환경에 맞춰 여러 부분을 손봤다. 이 부분은 정식 버전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BT 때와 다른 느낌을 받은 이유는 바로 레벨업과 파티 플레이 때문이었다. CBT 당시에는 스토리와 의뢰만으로 쉽게 서버 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고, 장비와 카드 역시 교체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세이지의 기억'의 '헬헤임의 악몽' 같은 던전은 필수 콘텐츠가 아니었다. 그래서 CBT 당시에는 콘텐츠보다 그래픽이나 음악같이 눈과 귀에 먼저 들어오는 요소에 더 집중했다.
정식 버전이 출시되면서 캐릭터 육성의 난이도는 상향됐고, 자연스럽게 육성 콘텐츠에 집중하게 됐다. 육성 난이도가 올라가면 당연히 게임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라비티는 다양한 성장 방식을 마련해 이용자들에게 육성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색다른 모습으로 이용자들의 시선을 휘어잡은 라그나로크 오리진. 각 콘텐츠를 분석하고, CBT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궁극적으로 그라비티가 만들고 싶었던 '라그나로크'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겠다.
모바일로 돌아온 라그나로크 = 게임조선 촬영
■ 동화 같은 그래픽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그래픽이다. 모바일의 제한된 환경에서도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뽐내는 여타 MMORPG와 다르게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만화에 가까운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택했다. 원작이 캐릭터는 2D, 배경은 3D라는 독특한 그래픽을 선보였던 만큼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만화 같은 그래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캐릭터만 봐도 그때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가장 놀랐던 부분은 3D 캐릭터가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사실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이 3D 모델링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D로 귀엽게 그려진 원작의 캐릭터를 3D로 옮겼을 때 어색한 부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캐릭터는 이러한 괴리감이 거의 없다. 라그나로크 캐릭터 중에 가장 잘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새롭게 구성된 배경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용자가 주로 보게 될 일반 필드는 물론 '프론테라'나 '페이욘', '이즈루드' 같은 주요 거점은 원작 그대로다. 기술적으로 진보된 그래픽 속에서도 원작의 감성을 담으려고 한 개발자들의 고심이 엿보인다.
상인들이 열을 지어 노점을 열던 프론테라 분수대도 완벽구현 = 게임조선 촬영
■ 개성 넘치는 6종의 직업
선택 가능한 직업은 총 여섯 가지다. 원작 초기 직업인 '나이트'와 '위자드', '프리스트', '어쌔신', '블랙스미스' '헌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위저드의 '아이스 월'이나 상인의 '노점 개설' 같은 스킬은 삭제, 탱커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나이트는 신규 스킬을 받으면서 원작과 달라진 부분은 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직업은 바로 나이트. 상술한 대로 신규 스킬을 대거 받으며 원작보다 더 유능한 탱커가 됐다. 물론 '양검 나이트'나 '창기사' 같이 원작에서 주로 사용되던 육성법 역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검사형 나이트의 경우 신규 스킬과 함께 '검 수련'과 '투핸드 퀴큰' 스킬이 별도의 스킬 없이 한손검과 양손검에 모두 적용되면서 육성이 한결 수월하게 변했다.
원작 6종의 직업 그대로 = 게임조선 촬영
'세이지' 같은 2-2차 직업은 다음에 구현될 듯하다 = 게임조선 촬영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로 일부 스킬이 조정됐지만, 원작에 가까운 다양한 육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프리스트의 경우 보조형과 퇴마형 외에도 직접 둔기를 들고 사냥에 나서는 '전투 프리스트'가 정식 육성법으로 소개되고, 3차 전직까지 쓸만한 공격 스킬이 없었던 '이도 어쌔신'은 몬스터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소닉 나이프'를 받아 '소닉 블로우'를 사용하는 어쌔신과 비슷한 공격 능력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각 직업은 원작의 대세 육성법을 보완하고, 비인기 육성법을 강화해 다양한 육성법을 제시하고 있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한 직업을 키우더라도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위자드는 스킬 순서 변경, 아월 삭제 등의 변경이 있었다 = 게임조선 촬영
■ 성장을 위한 여러 루트
정식 출시 이후 감탄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토리와 퀘스트 몇 가지로 빠르게 레벨이 올랐던 CBT와 다르게 정식 버전의 라그나로크 오리진에서는 원활한 레벨업을 위해 여러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그라비티는 바로 이 부분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 라그나로크 오리진만의 독창성을 만들었다.
캐릭터 레벨 상승을 위한 주요 콘텐츠는 도전 던전인 '헬헤임의 악몽'과 '의뢰' 퀘스트가 된다. 경험치 자체는 메인 스토리가 제일 많이 지급하지만 레벨 제한이 있으며, 서브 퀘스트는 반복할 수 없기 때문에 레벨 상승을 위한 주력 콘텐츠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용자가 헬헤임의 악몽과 의뢰 퀘스트를 통해 경험치를 습득한다.
난이도가 높지만, 풍족한 보상을 지급하는 헬헤임의 악몽 = 게임조선 촬영
세이지의 기억 계열 던전은 철저한 역할분담이 답이다 = 게임조선 촬영
헬헤임의 악몽은 서브 퀘스트인 '세이지의 기억' 도전 모드다. 인스턴스 형식의 이 던전은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어 탱커와 딜러, 힐러 조합에 각종 강화 아이템까지 사용해야 수월한 공략이 가능하다. 높은 경험치뿐만 아니라 장비 제작을 위한 재료 아이템을 지급하기 때문에 캐릭터 성장을 위해 매일 도전하게 된다.
의뢰는 여러 퀘스트를 묶은 콘텐츠다. '성가의 시험'이나 '안개의 숲'처럼 인스턴스 던전을 생성해 전투를 벌이는가 하면 '고급 몬스터 연구'처럼 특정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도 있다. 퀘스트에 따라 방식뿐만 아니라 도전에 소모되는 '의뢰티켓'이 다르기 때문에 이용자의 취향에 따른 육성이 가능하다. 즉, 보조 프리스트 같이 사냥이 힘든 직업은 횃불에 불을 붙이거나 분수대에서 춤을 추는 의뢰 퀘스트로 레벨업이 가능하다.
의뢰 던전은 다양한 기믹으로 재미를 더했다 = 게임조선 촬영
필드 사냥 일변도의 원작과 다르게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다양한 콘텐츠로 육성 방법의 질을 높였다. 원작의 몬스터를 반영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보스는 MVP와 헬헤임의 악몽, 일반 몬스터는 의뢰와 필드 사냥, 스토리는 의뢰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 커뮤니티 기능과 재미 동시에 잡은 콘텐츠
육성 외 콘텐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길드 파티나 무도회 같은 길드 콘텐츠는 물론 여심을 사로잡을 다양한 패션 콘텐츠, 경쟁심을 자극할 팀 데스매치 같은 PVP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게임에 마련됐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 역시 경험치와 아이템을 제공해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캐릭터 성장에만 몰두하는 이용자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
신선했던 부분은 바로 길드 콘텐츠다. 길드원끼리 힘을 합해 음식을 만들고, 서로 나누어 먹는 길드 파티나 NPC가 추는 춤을 따라해야 하는 무도회는 재미와 함께 길드원끼리 친목을 다지기에 적합했다. 보상 얻으러 들어가서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길드원과 얘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보상? 노는데 그런게 중요합니까 = 게임조선 촬영
이게 바로 길드 미식회! = 게임조선 촬영
순수하게 재미를 위한 콘텐츠라면 '룬 비전 잡지'도 빠질 수 없다. 스타일 점수에 따라 순위가 메겨지며, 1위는 그 주 잡지 커버의 모델이 된다. 캐릭터 코스튬은 MMORPG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요소지만, 이를 발전시킨 콘텐츠는 적었는데 룬비전 잡지는 캐릭터 꾸미기도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수백 가지 룩템 대기 중! = 게임조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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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덕을 위한 전용 콘텐츠도 마련됐다 = 게임조선 촬영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오리진 출시 전 '오리진'의 의미에 대해 정통성을 구현하고,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원작의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구현해 이를 실현해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2D 캐릭터는 3D로 변화했지만 아기자기한 모습은 그대로 살렸다. 한편 여섯 가지 직업은 조정을 통해 장점은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완했으며, 자유롭게 분배 가능한 능력치와 스킬, 카드를 장착해 자신만의 장비를 만드는 독특한 방식 역시 원작을 계승했다.
NPC 하나도 완벽히 계승한 라그나로크 오리진 = 게임조선 촬영
반면 육성 방식은 다양한 변화로 독창성을 마련했다. 다양한 의뢰 퀘스트를 마련해 보조 프리스트나 생산 블랙스미스 같이 단독으로 레벨업이 힘든 직업도 쉽게 육성이 가능하다. 캐릭터를 꾸미는 코스튬은 주력 콘텐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각종 길드 콘텐츠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길드 본연의 기능을 강화했다.
정식 출시 이후 다시 한번 들여다본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생각 이상으로 잘 짜인 게임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출시 일주일 차에는 양대 마켓 매출 4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 명작 온라인 게임을 기대한 이용자들에게 그 이상을 보여준 라그나로크 오리진. 첫 단추를 바람직하게 채운만큼 이후에도 무난하게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