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의 인기작 심즈4에 아홉 번째 확장팩 '에코 라이프'가 추가됐다. 에코 라이프는 직전의 두 확장팩, '아일랜드 라이프'나 '캠퍼스 라이프'와 마찬가지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 무대가 되는 부지, 독창적인 직업, 심과 주택을 꾸며줄 각종 아이템이 추가되는 확장팩이다. 그리고 이번 주제는 바로 '친환경'이다.
이용자는 친환경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확장팩의 새로운 무대 '에버그린 하버'에서 재생 에너지를 만들어 자급자족하거나 쓸모없는 물품을 이용해 가구를 만드는 삶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생태 발자국'의 상태가 점점 나빠져 에버그린 하버의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 심의 건강을 해치는 등 현실 세계의 환경 문제를 심즈4에서도 맞닥뜨리게 된다.
친환경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가상 세계로 끌고온 '에코 라이프' 확장팩. 그 내용은 어떤 모습일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 공해와 청정이 공존하는 무대, '에버그린 하버'
새로운 무대 에버그린 하버 = 게임조선 촬영
새로운 터전인 에버그린 하버는 독특한 곳이다. 해안 근처에 세워진 이 작은 마을은 크게 생활 구역 두 곳과 항구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생활 구역은 산과 강에 둘러싸여 비교적 맑은 공기와 쾌청한 하늘을 맛볼 수 있지만 항구 주변은 매캐한 매연과 쓰레기로 오염돼 있다. 그러나 이용자의 심과 NPC의 활동의 따라 생활 구역이 오염되거나 항구 지역의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에버그린 하버에 도착한 이용자의 심은 주로 거주 지역 중 '파인크레스트 아파트'와 '운하 코너', '록리지스프링스', '스톤거리 아파트' 중 한곳에서 거주하게 된다. 각 거주지는 '생태 부지'와 '자연의 샘', '절감과 재활용' 등 환경과 관련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절감과 재활용의 경우 퇴비성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발생시켜 쓰레기 배출 관리에 특별히 유의해야 하지만, 반대로 철저하게 관리만 한다면 재활용 쓰레기로 가구를 만들거나 쓰레기를 이용해 퇴비를 만들 수도 있다.
편의를 위해서도 가구 딸린 아파트를 추천한다 = 게임조선 촬영
항구 구역은 '포트 프로미스'는 공동체 구역인 '워터프런트'를 중심으로 운송 컨테이너와 대합실 등 부가 구역으로 구성됐다. 번성했던 무역항이라는 설정의 포트 프로미스는 현재 공업화로 점점 환경이 나빠지고 있으며,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는 상태다. 포트 프로미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워터프런트'는 쓰레기가 항상 쌓이는 특성인 '매립장 부지'를 가지고 있어 재활용 가구를 따로 구입하지 않은 이용자는 이곳에서 '군트다흐 가정용 재생처리기를 이용해' 처음으로 재활용을 체험하게 된다.
포트 프로미스는 언뜻 보면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구역처럼 보이지만, 극한에 도전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거주지 '운송 컨테이너'가 마련됐다. 공업 환경이라 긴장함 상태가 끊이지 않고, 공공 서비스가 차단돼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지 못하지만, 그만큼 친환경 요소에 신경 쓰게 돼 자연스럽게 확장팩 콘텐츠에 손대게 된다.
다른 곳에 살아도 쓰레기 찾으러 한 번씩 오게된다 = 게임조선 촬영
■ 청정 마을을 위한 첫 걸음, 재생 에너지와 재활용
이번 확장팩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선 새로 추가된 가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추가된 가구는 업사이클링 가구나 산소 화분, 재활용 가구 등 장식용 아이템뿐만 아니라 풍력 터빈이나 곤충 농장, 이슬 채집기 등 새로운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한 기능성 아이템도 있다. 물론 기능성 아이템을 사용해 쓰레기를 재활용한 가구를 만들 수도 있다.
풍력 발전기나 이슬 채집기를 이용하면 공공 서비스가 차단된 포트 프로미스의 운송 컨테이너에서도 활용 가능한 전기와 수도를 생산할 수 있다. 남은 전기와 수도는 판매하거나 저장해 재화처럼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청정 지역에서도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벌레를 키워도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쓰레기를 활용하기 위해선 재생처리기와 수공업 작업 머신이 필요하다. 재생처리기로 처리한 쓰레기는 자투리와 조각으로 변환되고, 수공업 작업 머신에서 '제작 협탁'이나 '제작 책상' 등 수공예 가구 제작에 사용된다. 또한 업그레이드 부품을 만들어 재활용 기구를 업그레이드해 더 나은 아이템 제작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쓰레기는 제 2의 자원, 부끄러운 행동이 아닙니다! = 게임조선 촬영
쓰레기를 분해해 얻은 재료로 새로운 가구를 만들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 환경 개선을 위해선 투표도 필수
물론 재활용이나 재생 에너지를 신경쓰지 않고 에코 라이프 콘셉트를 무시한 생활 역시 누릴 수 있다. 다만, 현재 지역의 청정도를 나타내는 생태 발자국은 이용자 심의 활동과 별개로 다른 심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으면 매연 속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확장팩에선 자신의 심뿐만 아니라 다른 심들의 행동도 꽤나 신경써야한다.
환경 개선을 위한 집단 활동으로는 대표적으로 주민 투표가 있다. 환경 정책에 대한 안건과 투표는 이미 지난 확장팩인 아일랜드 라이프에서도 등장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이전의 안건의 경우 쓰레기 투기 금지나 특정 시간 전기 사용 금지 등 에너지 사용을 차단하는 정책이었지만, 이번 확장팩에선 친환경 가전제품 사용을 장려하거나 재생처리기를 이용한 재활용 운동으로 영향력을 얻는 방식이다.
안건 입안과 투표는 주민들과 친목을 다지고, 영향력을 얻어 원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친환경 안건을 방해하거는 주민이나 환경을 크게 해치는 안건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마을 게시판이나 우편함에서 근린 정책을 주시해야한다.
이런 식으로 정책 홍보를 다니는 NPC도 있다 = 게임조선 촬영
■ 의도는 좋았지만 볼륨은 아쉽다
에코 라이프는 이전 확장팩은 물론 다른 '심즈' 시리즈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친환경'을 주제로 삼았다. 이에 걸맞는 부지 특성이나 가구, 직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심즈라는 가상 세계에 한층 더 정교한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현실의 문제를 가상 세계로 끌고온 EA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독창적인 콘셉트에 비해 내용물은 부실한 감이 없지 않다. 친환경이라는 테마는 이전 심즈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지만, 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 투표나 친환경을 내세운 가구는 다른 확장팩 및 게임팩, 아이템팩으로 등장한 바 있어 지금까지 출시된 DLC의 일부를 모아놓은 느낌도 든다. 모든 DLC를 모은 이용자는 이번 확장팩에서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 수도 있겠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