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을 넓히는 DNF 유니버스의 첫 타자인 '퍼스트 버서커:카잔(이하 카잔)'이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 이어 2024 지스타 현장에도 찾아왔다.
본편과는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평행세계선의 아라드에서 많은 게이머들은 처절하고 절망적인 카잔의 행보를 따라가며 광전사의 길을 걷게 되는데 하드코어 ARPG로 만나는 던전앤파이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아래는 윤명진 대표, 이준호 디렉터와 진행한 질의응답 전문이다.
카잔을 플레이하면서 재미있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토리 체험을 위한 이지 모드와 더 하드코어한 플레이 체험을 위한 하드 모드를 도입하여 난도를 세분화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윤명진 대표: 게임스컴부터 도쿄 게임쇼에 이르기까지 이전 인터뷰에서는 이지 모드는 전혀 추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극 중에서 카잔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게임 난이도를 통해 공감대를 얻고자 했는데 실제로는 너무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고 지금은 내부적으로 약간 완화된 난이도의 모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어떤 형태가 될지 확정된 부분은 없지만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고 게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방향성을 찾아나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난이도를 절대 낮추지 말라고 하며 스태미너의 소모값만 조금 손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실제로 스태미너 운용에 있어 살짝 여유를 주니 확연하게 할만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래서 이 정도는 양보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여러가지 방안 중 제일 합리적인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생각이다.
국가별 이용자들의 반응과 지난 TCBT의 피드백 결과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윤명진 대표: 사실 국가별 이용자 반응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다들 좋은 평가를 내려줬지만 당연하게도 어려운 게임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평가가 나쁘거나 아예 플레이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다 느끼는 부분은 모든 영상에 '개발이 중단된 프로젝트 BBQ나 만들라'는 댓글이 달린 것인데 BBQ 개발 중단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이준호 디렉터: 총 3번의 오프라인 시연 기회가 있었고, 참여한 이용자들로부터 감각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어떻게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TCBT의 경우 기술에 대한 검증도 중요했지만 다들 집에서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보니 심도 있는 피드백을 많이 들어볼 수 있었다.
이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출시 전까지 좋은 게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예정이다.
윤명진 대표: TCBT의 경우에는 업로드된 영상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대도 안맞고 깨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물론 현장 테스트와 집에서 테스트하는 것의 환경 차이가 있다지만 이지 모드를 만들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는 고민이 들 정도였다.(웃음)
TCBT를 진행한 것은 여러모로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퀄리티를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패키지 게임 개발을 장려하는 업계의 분위기와 시장의 흐름 변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윤명진 대표: 나 스스로도 온라인 게임을 주로 개발해왔고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개발자분들과 비슷하게 어렸을 때 패키지 게임 세대였지만 개발자의 시점에서 패키지 게임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게임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은 큰 그림을 그려 기승전결을 완성하기 어렵다 보니 현실적으로 업데이트 단위마다 자체적으로 기승전결을 가지는 구조인데, 콘솔게임은 하나의 큰 이야기를 완결지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 포인트로 느껴졌다.
물론 완성을 하면 되돌리고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평가를 뒤집기 어렵다는 부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한번에 모든걸 쏟아내서 완성하는 과정은 분명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다.
카잔 이후의 후속작이 온라인 게임일지 패키지 게임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만들고자 한 것을 얼마나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카잔의 개발은 분명 좋은 경험이라고 확신한다.
카잔은 모두가 기다리는 흥행 기대작이다. 기대하는 성과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윤명진 대표: 기대하는 성과는 다른 인터뷰나 질문에도 똑같이 말씀드렸지만 메타크리틱 점수나 판매량과 같이 구체적이고 수치적인 목표는 아니다.
다만, 이 게임을 만들때 집중한 포인트 특히 아트워크에 대해서는 카잔이 처한 처절한 상황과 그 암울함을 명확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게임성에 대해서도 굉장히 어렵지만 합리적인 게임, 패턴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못해지 못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카잔의 아트워크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카툰렌더링 치고는 유혈 표현이 낭자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었는지 그 노하우가 궁금하다.
윤명진 대표: BBQ 프로젝트 당시 인력들이 카툰과 셰이딩 연구를 많이 했다. 이 자리에는 없지만 이규철 아트 디렉터는 그로테스크하고 유혈이 낭자한 것을 좋아한다. 나는 밝고 쨍쨍한 것을 좋아하는데 카툰 렌더링으로 이 둘의 중간 지점을 찾아보자고 합의를 했다.
그래서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성을 잡고 캐릭터는 카툰스럽게 하되 배경은 실사스럽게 하는 등 독자연구와 시도를 거쳐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보스전에 대한 경험이 굉장히 좋았다. 다만 보스전까지 가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방향성을 들어보고 싶다.
이준호 디렉터: TCBT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TCBT 버전은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FGT에서 받은 피드백을 고도화하고 폴리싱하던 중 가장 시급한 부분들을 먼저 손봤다.
피드백을 받은 내용은 정식 출시 버전까지 계속 개선해나갈 것이며 밸런스, 레벨 디자인, 보스까지 도달하는 과정, 선행 학습에 대한 가이드, 파밍과 성장 가이드까지 종합적인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카잔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이런저런 요소들을 찾는 잔재미가 있었다. 카잔 외에도 다음에 풀어내고 싶은 원작 이야기가 또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윤명진 대표: 다음 이야기는 아직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
사실 ‘카잔’ 개발을 결정할 때 후보가 록시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와 같은 후보가 더 있었다.
‘록시’는 원작 ‘던파’에서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이고 ‘록시’와 ‘아간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록시’의 모험을 풀어가는 것도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카잔’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결정되었는데 ‘카잔’은 던전앤파이터의 근본 캐릭터인 귀검사와 귀수 발병의 주요 원인인 ‘카잔 증후군’의 근원이다 보니 가장 먼저 이야기를 풀고 싶었기 떄문이다.
다음에는 어떤 게임이 될지, 게임 방향성을 어떻게 결정할지 알 수는 없지만, 던파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가 있고 하나하나 이야기가 굉장히 깊은 편이다. 어떤 캐릭터를 뽑아서 풀어내더라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플레이타임과 불륨을 어느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윤명진 대표: 플레이 타임의 경우 정확하게 숫자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워낙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기도 하고, 숙련도가 높은 분들도 즐기시는 방법들이 많이 달랐기 떄문에 구체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순 직진으로 최속 클리어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미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분들이 계속 리트라이를 하면서 패턴을 완벽하게 파헤치는 경우도 있었고, 맵 곳곳을 샅샅이 뒤지며 최대한 즐기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도 패키지 게임이다 보니 같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카잔 역시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플레이타임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카잔’의 경우 원작에서는 수족의 힘줄이 다 끊긴채로 사망했지만, 카잔에서는 ‘블레이드 팬텀’을 통해 몸을 회복하여 싸우고 있다.
‘블레이드 팬텀'이 원작처럼 ‘소울브링어’와 연관이 있는지 그 밖에도 카잔에서 원작과 관련된 추가 서사를 만나볼 수 있을까?
이준호 디렉터: 말씀하신 내용처럼 블레이드 팬텀은 동일한 존재다. 다만 완전히 동일한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다.
카잔의 서사는 원작의 800년 전에서 분기했기 때문에 소울브링어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바칼이 아라드로 3마리의 용을 전부 보내지 않은 상태다.
일단, 본작에서는 카잔과 귀수, 카잔 증후군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그리고 명계와 카잔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으며 카잔이 버서커로 변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TCBT 기준으로 반격기가 3개 있는데 반격기를 맞추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 관련 피드백이 있었는지, 개선된 부분이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이준호 디렉터: 아마 ‘버스트 어택’에 대한 카운터 이야기인 것 같은데 각각의 공격, 방어하는 액션들은 각각의 효과와 리스크를 고려해서 디자인했다.
기본적으로 ‘회피’나 ‘가드’가 있는데 ‘직전 가드’는 실패하더라도 피해를 경감하여 받을 수 있지만 ‘회피’는 성공하면 피해를 받지 않지만 실패하면 반드시 온전한 피해를 입는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보상이 커야 한다고 생각했고, 공격을 당하는 순간에 쓰면 성공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다만 TCBT를 통해 받은 피드백 중 서구권에서 ‘가드’ 타이밍이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전체적으로 재검토했고, OS 시스템단에서 액션으로 연결되는 타이밍들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TCBT 기간에 이를 수정해서 업데이트를 진행했으며 PS나 XBOX 기기 세팅에 따라서도 타이밍이 다른 부분도 확인헀는데 이 부분은 개발 측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양해를 구해야할 것 같다.
일단 게임 콘텐츠 방향에 있어 회피나 가드, 히트 등에 대해서는 공격에 대한 시그널을 명확하게 해서 합리적으로 공방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려고 한다.
게임스컴부터 지스타까지 동일한 빌드로 지금까지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2종의 보스 챌린지 콘텐츠가 있는데 클리어율이 어떻게 되는가?
윤명진 대표: 우선 클리어하지 못한 것에 딱히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테스트 장에서 깬 분들 거의 없고 아직 한국은 모르겠지만 독일, 일본 모두 첫 테스트에서 깬 사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3회차, 4회차 정도에만 깨도 굉장히 잘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부산)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