뇨끼할배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뿌요뿌요의 아버지 '니이타니 마사미츠'가 설립한 컴파일은 한때 엄청나가 잘 나가는 게임회사였고 굉장히 실험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사업전략을 선보인 바 있다.
세간에서는 돈 낭비의 극치라고 불리는 '뿌요뿌요 랜드' 유원지 건설 계획과 같은 악수도 있었지만 자사의 다양한 게임과 당대 유명 애니메이션 등을 소개하는 서브컬쳐 월간 잡지 '디스크 스테이션'과 같은 시대를 앞서간 기획도 더러 있었고, 한국지사에서는 계절마다 완전 한글화된 디스크 스테이션을 발간하여 올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디스크 스테이션에 수록된 타이틀은 완전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자사에서 추후 만들고자하는 게임의 프로토타입 내지는 데모 버전에 가깝기에 전체적으로 플레이타임이 짧기는 했지만, 굉장히 알찬 구성과 코믹한 전개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특히 한국어판 디스크 스테이션 2호에 수록된 '어떤 게임'은 발간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잡지를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상황을 만들어넀다.
그리고 그 게임은 27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한번 게이머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바로 '환세취호전 온라인'이다. 모바일 버전 CBT를 일주일 남기고 있는 이번 지스타 2024 넥슨 부스에서는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플레이해볼 기회가 주어졌는데, 과연 실제로 만나본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기술 등급이 올라가면 위력뿐만 아니라 연출이 강화되는 부분도 구현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조건이 맞으면 팝업되는 아군을 클릭하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지원 공격을 발동할 수 있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환세취호전'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SRPG였던 원작과 달리 일반적인 형태의 MMORPG로 옷을 갈아입은 상태인데 기본적으로는 주인공 3인방을 스왑하며 실시간 공방을 주고 받으며 직접 시전 가능한 방어와 회피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적의 강한 공격을 받아내거나 피하는 단순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맹호광파참, 맹호룬룬권, 암각 영상승룡파, 선렬각, 난도질, 쾌진격 등 인지도가 높고 연출이 화려하며 성능이 좋았던 필살기들이 스킬셋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으며 스왑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단일 캐릭터가 캐리롤을 수행하면서 활성화된 파티원을 클릭하여 잠깐 나와서 협공을 가하거나 약점 타격으로 그로기를 열어주는 식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아마 필자를 포함하여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나의 환세취호전은 그러지 않아'라는 의견을 내놓을 지도 모른다.
원작의 도입부 장면, 당시에도 필자는 잠이나 더 잔다는 주인공치고는 무책임한(?) 선택지를 고르고 낄낄거렸었다
수십 년만에 보는 것 같다고? 팩트)다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분량을 걱정하고 있고 이 헛소리를 받아주며 티키타카하는 주인공들도 코미디 그 자체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면서 느낀 점은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쪽이다. 원작부터가 단순 클리어를 목표로 한다면 별도의 공략이 필요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 않고 방대한 볼륨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작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티키타카 만담과 기존 SRPG의 클리셰를 비틀어놓는 병맛스러운 선택지를 통해 부조리 코미디를 즐기는 것이 주가 되고 있는데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이 부분을 제법 잘 살려놓고 있는 편이다.
지스타 시연판에서는 지스타라는 이름의 해변 마을 축제(...)를 즐기러 가자고 린샹과 스마슈가 아타호를 꼬드기면서 게임을 시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원작의 '엄마는 집에 없어요' 같은 90년대 개그뿐만 아니라 스마슈는 '수십 년만에 보는 것 같다'고 하거나 후일 게임 내에 업데이트될 내용을 스포일러하면서 메타 발언을 쏟아내고, 이벤트 보스는 자신의 출연 분량을 걱정하고 잠깐 나오고 사라지는 엑스트라의 설움을 이야기하는 등 헛소리를 남발하며 개그스러운 느낌을 살리고자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치만 오함마로 술집 벽을 완전히 박살낸 건 너잖아...
이번 대회에는 페톰이 참가 안한다고 하니 먹기든 마시기든 아타호 우승각이 분명
마을 축제로 향하는 길에서는 술집 벽에 구멍을 내고 도둑질을 하다가 스마슈에게 혼쭐이 난 원숭이 무리와 재회하거나 이전 마을 축제에서 주요 이벤트였던 먹기 대회와 마시기 대회가 다시 개최되는 등 원작을 즐겨봤다면 기억을 더듬어서 금새 찾아낼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들을 빠짐없이 챙겨주며 이 부분 역시 코믹하게 전개된다.
오히려 단순 스크립트와 선택지의 형태였던 해당 내용들을 메인 퀘스트의 일부로 자연스레 편입시켜 놓거나 숙제 형식의 미니 게임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당위성과 재미를 챙기고 있었다.
원작에서는 스크립트로만 된 이벤트지만, 온라인에서는 만두가 많은 접시부터 순차적으로 비워내는 미니게임이다
그냥 허수아비로 DPS 측정하는 건 심심하니까 이것마저 미니 게임 형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의외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도서관 사서를 통해 진입 가능한 콘텐츠 '기억의 도서관'이었다. 원작 시나리오를 그대로 구현한 '환세취호전'을 비롯하여 환세 시리즈 초대작인 '환세희담', 린샹과 스마슈가 아타호를 만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정만 존재하는 '외전스토리'가 구현되어 있었다.
심지어 깨방정 스마슈가 스포일러를 저지른 내용에 따른다면 '환세쾌진극'도 업데이트 예정이라고 하니 사실상 환세취호전 온라인이 환세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게임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 셈이다.
어쩌면 아타호랑 린샹의 후일담을 다른 IF 시나리오를 기대해봐도?
아오 스마슈시치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게임으로만 접근한다면 완성도를 따지고 들어갈 경우 좀 심심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구성 자체가 뻔하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갈아넣으며 성장하고 콘텐츠를 미는 형태가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여러모로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가 확실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살짝 가미하여 그 시절의 막나가는 개그를 잘 구현하고 있으며 여전히 웃음과 관련해서는 죽지 않은 폼을 보여준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적으로 시나리오와 관련된 부분을 얼마나 맛있게 잘 구성하는지가 게임의 흥행과 직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데 지스타에서 시연 가능한 빌드는 이것저것 찍어먹어볼 만한 콘텐츠는 많은데 플레이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원작의 팬이 만약 지스타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해본다면, 하루라도 빨리 본편을 만나는 날을 기다리는 처지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부산)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