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에 대한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크래프톤'의 행보가 눈에 띈다.
크래프톤은 우리에게 배틀로얄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다. 크래프톤 역시 한국의 많은 게임사와 마찬가지로 주로 온라인 게임에 특화된 게임사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 행보는 베테랑 콘솔 게임사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이머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심어준 게임은 아마도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일 것이다. EA의 '심즈 4' 출시 이후 약 10년 동안 눈길을 끌 신작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던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에 크래프톤이 뛰어들어 주목받았다. 언리얼 엔진 5를 통해 현실적으로 구현된 가상 세계에 다양한 인물이 살아가는 인조이 속 풍경은 많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월 개최된 독일 게임스컴에선 인조이를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는 시연 행사를 통해 게이머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같은 기간 공개된 '인조이: 캐릭터 스튜디오'는 한없이 자유로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민간군사기업 매니저' 또한 크래프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군사기업 매니저는 크래프톤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5민랩'이 개발 중인 전술 운용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현재 PC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체험판 공개 중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에선 보기 힘든 게임을 연이어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크래프톤 특유의 개발 스튜디오 체제 덕분일 것이다. 2018년 게임 제작 스튜디오 연합이라는 형태를 천명하며 탄생한 크래프톤은 산하 스튜디오들의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렐루게임즈'다. 렐루게임즈는 AI를 활용한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과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으로 게이머와 전문가 양쪽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추리 게임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다른 추리 게임처럼 선택지를 고르는 형태가 아니라 AI기반 채팅 기능을 이용해 게이머가 자유롭게 문장을 입력하고, 결과를 찾아가는 방식을 선보였다. 마치 대화를 하는 듯한 진행 방식을 통해 기존 추리 게임보다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은 개발자 3명이 AI를 이용해 단 1개월 만에 개발한 게임이다. 게이머가 마법 주문을 외치면 이를 AI가 게이머의 감정과 의도를 분석해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크래프톤은 해외 스튜디오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21년에는 미국의 개발사 '언노운 월즈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언노운 월즈 엔터테인먼트는 해양 생존 게임 '서브노티카'를 개발한 게임사로 크래프톤에 인수된 후 후속작인 '서브노티카 2'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선 탱고 게임웍스의 인력을 영입해 영향력을 넓혔다. 탱고 게임웍스는 '디 이블 위딘'과 '고스트와이어: 도쿄', '하이파이 러시' 등 유명 게임을 개발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폐쇄되었다. 이에 크래프톤은 탱고 게임웍스의 우수 개발진을 영입하고 하이파이 러시 IP를 확보했다.
이들 스튜디오 외에도 다양한 스튜디오가 크래프톤을 이끌고 있다. 특히 플라이웨이 게임즈는 핵앤슬래시 액션 로그라이트 '커스베인'과 덱빌딩 로그라이트 '커맨더 퀘스트' 등 다양한 게임을 준비하며 크래프톤의 또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 개발자들이 독창적인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스튜디오들 덕분에 2024년 크래프톤의 지표는 우상향을 기록 중이다. 우수 IP에 대한 과감한 투자라는 크래프톤의 남다른 '보법'은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