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하 월즈)의 LCK 4시드를 최종 결정하는 선발전 마지막 경기가 진행됐다.
4시드 결정전에는 3시드 결정전에서 디플러스 기아에게 2:3으로 석패한 티원(이하 T1)과 전날 비엔케이 피어엑스를 3:0으로 제압한 케이티 롤스터(이하 KT)가 나서게 됐다.
양 팀의 모기업이 통신사인 관계로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 통신사 대전이 롤드컵의 마지막 진출권을 두고 다시 한번 재성사된 셈인데, KT는 중요한 국면에서 매번 T1에게 일격을 날린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전제에서의 대 T1전 전적이 전패라는 기록 또한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기의 결과에 많은 e스포츠 팬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다.
■ 1세트
전날 경기에서 KT가 진으로 직스를 공략하는 것을 의식한 것인지 T1은 진을 잠그고 직스를 풀어주며 KT에게 선택을 강요했고 KT가 이를 직스를 밴하지 않자 선픽 카드로 가져간다.
T1 측에서 AD/AP 밸런스를 고려하여 아지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인지 KT는 뽀삐와 같이 진입을 차단하는 챔피언을 우선시 하지 않았으나 이를 T1이 먼저 가져가면서 오히려 베인까지 넣는 매우 공격적인 돌진 조합을 구성하면서 리스크가 좀 있긴 하지만 라인전 페이즈는 물론 대규모 교전에서도 기본적으로 유리함을 취하며 T1이 조합 구성상 이득을 크게 본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조합의 이점과 관계 없이 게임이 끝나는 장면이 나왔다. 베인과 크산테의 매치업이 불편했던 KT가 스왑을 진행하는 도중 애매하게 극초반 교전에 돌입했다가 퍼펙트(이승민 선수)의 크산테와 데프트(김혁규 선수)의 미스 포츈이 사망하면서 구마유시(이민형 선수)의 직스에게 2킬이 들어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스왑을 한 탑 라인에 오너(문현준 선수)의 스카너가 개입하여 세나를 잡아내는 추가 킬을 생산하며 바텀 듀오를 상대하던 베인도 완전히 풀려나게 된다.
위와 같이 전 라인의 주도권을 놓친 결과 KT는 정상적으로 성장을 할수 없게 되며, T1은 온갖 노림수를 전부 간파하며 스노우볼을 굴린 끝에 선발전에서는 드물게 26분 만에 1세트를 선취하는데 성공한다.
■ 2세트
레드 진영으로 이동한 T1이 궁극기 연계가 강력한 직스와 바이를 선점하며 럼블이 풀려나게 된다. KT가 럼블을 취하고 T1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초장거리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오른을 제시하여 원거리에서 포킹을 하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교전을 열 수 있는 선공권을 우선시했으나, KT가 카이사를 뽑아들며 돌진 조합으로 이를 뚫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라인별로 극단적인 상성차가 나오는 구도는 아니었기에 극초반이 취약한 데프트의 카이사가 다른 라인에서 경험치를 먹고 온 것을 제외하면 스왑 없이 정상 라인전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케리아(류민석 선수)가 적측 칼날부리 캠프에서 정글링을 시작한 표식(홍창현 선수)을 견제하는 사이 오너가 편하게 정글링을 하고 바위게 주도권을 잡으면서 표식의 스카너가 붕 뜨는 포지션이 됐지만, 미드에서 2:2 교전을 열어 선취점을 얻어 KT가 웃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KT가 탑에서 3:1 다이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T1이 빠른 합류전으로 영리하게 대처하면서 데프트와 베릴(조건희 선수)만 죽고 표식의 스카너가 빈사 상태로 도주하는 상황이 나왔지만, 14분에 전령을 둔 대규모 교전에서 렐의 철마술-자기폭풍, 스카너의 꿰뚫기, 럼블의 이퀄라이저 미사일이 3명을 굴비처럼 엮어 녹여버리는 그림같은 한타가 나왔다.
이후 21분 교전에서도 케리아가 단독 라인 압박 중이던 비디디(곽보성 선수)의 요네를 먼저 물어 이득을 취하려 헀으나 아군의 합류 속도를 잘못 계산하여 운명의 소용돌이로 굳힌 탓에 정지 명령, 지옥 화염 폭탄, 대장장이 신의 부름이 전부 허공으로 날아갔고 그대로 한타를 대패하며 첫 내셔 남작까지 KT의 손에 넘어간다.
이후 한타에서 KT는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차이를 더욱 벌린다. 표식은 시야의 사각에서 벽을 뚫고 들어가며 T1이 거의 먹었다시피한 바람 드래곤을 스틸하거나 꿰뚫기를 할떄마다 최소 2명, 3명을 묶어버리는 훌륭한 활약을 보여줬으며 비디디의 요네는 라인 클리어를 위해 조금만 앞으로 나오면 언제든지 암살할 수 있는 화력으로 압박을 준 끝에 모든 교전을 완승하며 스코어를 1:1 원점으로 돌린다.
■ 3세트
요네, 스몰더, 트리스타나까지 밴으로 집중견제 당한 비디디가 플레이오프부터 선발전에 이르기까지 도합 10연패를 찍고 있는 코르키를 차선책으로 꺼냈고, 이번에는 KT의 기동성이 이전 세트만은 못하다는 것을 근거로 T1이 다시 바드를 채용한다.
양 팀은 첫 유충까지 큰 사고 없이 라인전 페이즈를 넘겼다. 카밀을 보유한 T1 측이 합류전 속도가 더 빠른 것을 근거로 KT가 레오나만 내주는 선에서 유충 하나를 먹고 빠지며 손해를 최소화했고, 이후 표식이 마나 관리가 잘 되지 않은 구마유시의 직스를 갱킹으로 잡아내며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춰나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1분 드래곤 교전에서 케리아의 바드가 미리 KT 인원들의 점멸을 소모시켜놓고 오너의 세주아니, 페이커의 탈리야와 연계하여 진영을 갈라놓고 정글과 바텀 듀오를 환상적으로 묶어 처치하는 대활약으로 주도권을 가져왔고 연이은 교전 대승으로 스노우볼을 굴린다.
KT는 수성능력 자체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교전이 가능한 유효 사거리가 짧고 확실한 이니시에이팅 수단이 부족한 탓에 상대를 쥐고 흔드는 T1의 운영에 휘둘렸고 T1은 1세트처럼 1만 골드 가량의 격차를 내며 채 30분이 되기 전에 승리를 가져갔다.
양 팀 모두 초중반까지 탑은 걸어 잠그는 픽을 하고 KT는 비디디에게 팀 전반적인 화력 의존도가 높았기에 요네부터 가져오는 선택을 한다.
KT가 탑-바텀 라인스왑을 걸긴 했으나 그렇게 큰 이득은 보지 못하고 오히려 T1이 애쉬-브라움의 강력한 견제력으로 다이브를 성공하는 등 좋은 초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난하게 성장한 비디디의 요네가 오브젝트를 둘러싼 주요 교전에 앞서 틈만 나면 필멸의 검 2타 장전 후 영혼해방이나 운명봉인으로 대치 중인 T1의 주요 딜러진에게 노림수를 던져 소환사 주문 소모나 체력 압박을 줬고, 이를 통해 브라움의 빙하 균열이나 마법의 수정화살을 소모시키는 등 유의미한 플레이메이킹을 보여줬다.
덕분에 특작조로 침투한 제우스(최우제 선수)의 잭스가 혼자 고립되는 상황이 연거푸 발생했고 탱킹력과 스킬 쿨타임 능력치를 확보한 그라가스와 뽀삐가 이를 정확하게 전담마크하며 T1의 교전 플랜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특히 데프트는 일반적으로 미스 포츈들이 주로 사용하는 피바라기 이후 정수약탈자로 라인 클리어와 유지력을 중시하는 빌드 대신 무한의 대검을 위시한 극단적인 화력 중시형 빌드를 채용했다.
덕분에 쌍권총 난사 한방이면 방패를 든 브라움까지 녹여버릴 화력을 일찌감치 확보하면서 난전 가운데에서도 군중 제어기를 맞지 않는 상황을 확신하면 망설임 없이 궁극기를 날리며 T1을 갈아버렸고 이를 통해 2:2 스코어를 기록하며 선발전 마지막 경기도 실버 스크랩스를 울리게 된다.
■ 5세트
T1이 비디디의 캐리롤 수행 핵심픽인 요네를 취하여 탑으로 돌리는 심리전을 보여줬는 동시에 코르키를 선픽으로 뽑았고 KT는 고민 끝에 카밀로 응수하며 디플러스 기아가 행했던 르블랑으로 초반을 리드하고 미스 포츈으로 후반을 도모하는 플랜을 선보인다.
제우스가 공격적인 챔피언을 플레이할 때 숙련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경계하여 KT에서는 적극적으로 요네가 있는 라인에 개입하여 이득을 보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빈번한 다이브와 로밍 플레이로 킬포인트는 KT가 앞서긴 했지만 문제는 제우스도 그러한 상황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표식의 세주아니를 길동무로 데려가거나 아군의 로밍 및 합류 타이밍을 만들어 후상황을 좋게 만들었고 오히려 글로벌 골드는 T1이 앞서는 상황이 지속됐다.
승부의 향방에 쐐기를 박은 것은 19분경 벌어진 대규모 교전이었다. 비등한 상황에서 쌍포를 들고 있는 T1이 공성 운영이 편한 상황이 지속되자 표식을 탑 외곽 포탑 뒤쪽 수풀로 숨겨 3인 다이브를 노리는 KT였으나 케리아가 이를 포착하고 물고 늘어지며 교전이 발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양 팀 모두 스킬들이 엇박자로 들어가는 통에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퍼펙트의 카밀이 뒤늦게 합류하여 마법공학 최후통첩을 제우스에게 선입력시켜놓은 것이 영혼해방을 통해 복귀하는 요네를 따라가며 T1의 진영 한복판으로 빨려들어가 제거당했고,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T1이 집요한 추격전 끝에 표식을 제외한 4명을 잡아내는 것은 물론 첫 내셔 남작까지 깔끔하게 취하며 차이를 크게 벌렸다.
결국 사이드 라인에서 단독 압박 주도권을 내준 것은 물론 쌍포 대신 메이지를 잡은 조합이라 KT는 만성적인 DPS 부족으로 정상적인 교전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T1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방위 압박으로 KT의 본진을 초토화하여 LCK의 4시드로 월즈 진출에 성공한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